물이 흔들리니 멈춰 있던 산도 흔들린다…빌 비올라展

Travel / 황희경 / 2024-12-05 07: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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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별세한 '비디오 아트 거장' 국제갤러리 개인전…7점 소개
▲ '비디오 아트 거장' 빌 비올라 별세 후 첫 국내 개인전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서울 소격동 국제갤러리에서 비디오 아트의 거장 빌 비올라 전시가 열리고 있다. K3 전시장의 '무빙 스틸니스: 마운트 레이니어 1979' 전시 모습. 2024.12.4.zitrone@yna.co.kr

▲ 빌 비올라, 'The Reflecting Pool' 1977-1979/1997, 비디오/사운드 설치, 7분, 사진:Kira Perov ⓒ 빌 비올라 스튜디오[국제갤러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빌 비올라, '인터벌'(interval) 전시 모습[국제갤러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빌 비올라[국제갤러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물이 흔들리니 멈춰 있던 산도 흔들린다…빌 비올라展

7월 별세한 '비디오 아트 거장' 국제갤러리 개인전…7점 소개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지난 7월 세상을 떠난 비디오 아트의 거장 빌 비올라(1951∼2024). '비디오 아트의 아버지' 백남준의 제자이기도 했던 그는 비디오라는 매체가 태동하던 1970년대부터 비디오를 다루기 시작했다.

여섯 살 때 호수에 빠져 익사할 뻔했던 그는 당시 수면 밑에서 빛의 아름다움을 본 경험에서 출발해 삶과 죽음, 의식의 흐름, 자연의 순환 등을 주제로 명상적이고 시적인 영상 작업을 해왔다.

서울 소격동 국제갤러리에서 비올라의 별세 이후 국내에서 처음으로 그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 1970년대 초기 비디오 작업부터 1995년 베네치아비엔날레 미국관 전시작, 2006년 작업까지 7점을 선보이는 전시다.

전시의 중심은 K3 전시장의 영상 작업 '무빙 스틸니스: 마운트 레이니어 1979'(Moving Stillness: Mount Rainer 1979)다. 어두컴컴하고 고요한 전시장 가운데에 놓인 스크린에는 눈 덮인 산의 모습이, 스크린 밑에는 물이 놓여있다. 전시장의 퍼포머가 바닥의 물에 물결을 만들어내면 정지돼 있던 스크린 속 산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물결이 거세지면 산도 거세게 흔들리고 한번 흔들린 산은 시간이 지나서 물결이 잔잔해져야 다시 원래의 상태가 된다.

K1 전시장의 2층에 설치된 '더 리플렉팅 풀'(The Reflecting Pool. 1977∼1979/1997)도 숲속의 연못을 드나드는 움직임을 통해 일렁이는 물결, 수면의 반사체 등을 담아낸 작품이다.

K1 전시장 로비에 설치된 1973년작 '인포메이션'(Information)은 비디오 테이프 리코더로 녹화하던 중 입출력 데이터가 섞이며 발생한 오류를 영상 매체의 물리적 속성을 탐구하는 계기로 삼은 작품이다. 프랑스 파리 퐁피두센터 소장품으로 국내에서는 2011년 백남준아트센터 전시에서 소개된 뒤 13년 만에 다시 전시된다.

베네치아비엔날레 전시작 5점 중 1점인 '인터벌'(Interval)은 서로 마주 보게 설치된 두 개의 스크린을 이용한 작품이다. 한쪽에서는 벌거벗은 남성이 샤워실 안에서 자기 몸을 헝겊으로 조심스럽게 닦아내는 모습이, 다른 한쪽에서는 불과 물, 신체의 구멍을 노골적으로 클로즈업한 이미지들이 등장한다. 두 영상은 점차 재생 속도가 빨라지다가 마지막에는 초당 30초 프레임 속도에 이르고 결국 검은 화면이 되며 하나의 시공간으로 통합되는 작품으로 국내에서는 처음 소개된다.

이밖에 세 대의 평면 모니터를 이용해 슬로모션으로 영상과 회화의 중간 상태를 보여주는 2006년 작품 '포엠 B(더 게스트 하우스)'(Poem B(The Guest House)) 등을 볼 수 있다. K3 전시장 작품을 포함해 4점은 국내에서 처음 공개되는 작품들이다.

전시는 내년 1월 26일까지.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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