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간 부산 전역이 미디어 아트 전시장으로…'루프 랩 부산'

K-TRAVEL / 박의래 / 2026-04-24 10:4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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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감독 없는 '수평형 아트 축제'…35개 문화공간서 동시다발 전시
숏폼·AI·빔버스킹까지…도시 공간으로 확장된 미디어 아트 실험
▲ 부산시립미술관 야외 조각 공원 전시 전경 (부산=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23일 부산시립미술관 야외 조각 공원에서 열리고 있는 '디지털 서브컬처: 디지털 시대의 내러티브와 스토리' 전시 전경. 2026.4.24. laecorp@yna.co.kr

▲ '루프 랩 부산 2026' 포스터 [루프 랩 부산 홈페이지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 '무빙 온 아시아: 포스트 사회 참여 예술' 전경 (부산=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23일 부산문화회관에서 열리고 있는 '무빙 온 아시아: 포스트 사회 참여 예술' 전시 전경. 2026.4.24. laecorp@yna.co.kr

▲ 미디어 아트 전시장 된 동일고무벨트 동래공장 전경 [루프 랩 부산 홈페이지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 부산 아트 가이드 (부산=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루프 랩 부산 2026의 전시들을 안내하는 부산 아트 가이드 타블로이드지. 2026.4.24. laecorp@yna.co.kr

두 달간 부산 전역이 미디어 아트 전시장으로…'루프 랩 부산'

주제·감독 없는 '수평형 아트 축제'…35개 문화공간서 동시다발 전시

숏폼·AI·빔버스킹까지…도시 공간으로 확장된 미디어 아트 실험

(부산=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부산 전역이 거대한 미디어 아트 전시장으로 변신했다. 부산시립미술관과 현대미술관 등 공공 미술관은 물론 해운대, 공원, 폐공장 건물까지 대형 스크린과 음향 장비를 통해 다양한 영상과 사운드가 펼쳐진다.

지난 16일 시작해 오는 6월 28일까지 부산 전역 35개 문화예술공간에서 열리는 '루프 랩 부산 2026'은 기술과 인간이 만나는 미래 예술의 새로운 지평을 모색하는 자리다.

◇ 주제·감독 없는 '수평형 아트페어'…도시 전체가 전시장

이 행사의 특징은 특정한 리더나 주제 없이 수평적인 네트워크로 운영된다는 점이다.

통상 대규모 아트페어는 예술 감독을 중심으로 하나의 주제 아래 전시를 구성하지만, 루프 랩 부산은 미디어 아트라는 장르와 부산이라는 공간만 공유할 뿐 참가 단체들이 각자 작업을 구성하고 메시지를 낸다.

행사를 기획한 서진석 부산시립미술관 관장은 "수장도 없고 수직적 조직도 없으며 예술 감독도 없고 주제도 없다"며 "춘추전국시대 제자백가처럼 25개국 130여명의 작가가 35개 문화공간에서 저마다의 생각을 디지털 미디어 아트로 선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기간에는 아시아 13개국 16명의 큐레이터가 참여해 비판적 담론을 논의하는 '디지털 미디어 아트 포럼'과 작품을 구매할 수 있는 국내 유일의 디지털 아트 장터 '루프 플러스'도 함께 열린다.

민간 갤러리와 해외 문화 기관, 부산 내 사립 미술관과 박물관 등에서도 다양한 프로그램이 이어진다.

◇ 숏폼·AI·CCTV까지…디지털 시대 예술 실험

부산시립미술관 야외 조각 공원에서 열리는 '디지털 서브컬처: 디지털 시대의 내러티브와 스토리'는 이번 행사를 대표하는 프로그램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활동하는 13명의 디지털 크리에이터들이 제작한 작품들을 야외 조각 공원의 대형 화면으로 옮겼다.

전시 참여자는 제도권에서 이름을 알린 작가가 아니라 SNS를 통해 유명해진 인플루언서들이다.

생성형 인공지능(AI)의 발달로 과거에는 막대한 자본과 기술이 필요했던 영상 제작도 크리에이터 한 명이 '딸깍'하고 구현할 수 있게 되면서, 누구나 아이디어만으로도 창작이 가능한 환경이 됐다.

이들의 작품은 숏폼 형식이다. SNS 등을 통해 퍼지는 압축적이고 파편화된 영상들은 단순히 이야기를 축약하는 것을 넘어 새로운 서사 방식으로 기능하고 있다.

서 관장은 "사람들은 더는 긴 서사를 소비하지 않는 시대가 됐다"며 "변화된 인지 환경 속에서 달라진 서사 구조를 탐색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산문화회관에서 열리는 '무빙 온 아시아: 포스트 사회 참여 예술'에는 14개국 16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이들은 디지털 환경에서 태어나고 성장한 일명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다.

과거에는 이념이나 환경, 젠더 등 거대 담론을 중심으로 한 사회 참여 예술이 보편적이었다면, 이들은 매우 개인화된 관점에서 사회적 개입을 시도하는 작품들을 선보인다.

◇ 폐공장서 클럽까지…도시 공간의 문화적 재생

과거 산업시설을 전시 공간으로 탈바꿈한 장소들도 눈길을 끈다.

동일고무벨트 동래공장은 1945년 문을 연 뒤 1980년대 이전으로 문을 닫았으며, 지난해 재개방되기까지 40여년간 방치됐던 공간이다.

이곳에 전시된 중국 작가 쉬빙의 대표작 '잠자리의 눈'은 1만1천시간 분량의 공공 폐쇄회로TV(CCTV) 영상을 편집해 만든 81분 길이의 장편 영화로, 디지털 시대의 감시와 통제 현실을 드러낸다.

부산 수영구 F1963에서는 러시아 출신 아티스트 그룹 AES+F의 개인전이 열린다.

이들은 글로벌리즘, 탈식민주의, 이주, 지역 분쟁, 기후 위기 등 다양한 사회·정치적 이슈를 교차시키며 갈등과 폭력의 현실을 보여준다.

클럽 공간을 활용한 이색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오는 25일 부산 부전동에 있는 클럽 '아웃풋'에서는 나이트 아트 프로젝트가 열린다.

정해진 참여 작가 없이 누구나 작품을 가져와 빔프로젝터와 음향 장비를 활용해 선보이는 '빔 버스킹' 형식으로 진행된다.

이 프로그램은 다음 달 1일 부산 학장동 일산수지 야외공장에서도 이어진다.

서 관장은 "첨단 기술과 예술이 결합한 이번 행사가 시민들에게 새로운 감각과 경험을 선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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