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 세력이 두려워했던 5대 해양 세력의 찬란한 역사

Heritage / 임형두 / 2021-06-24 16:4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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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앤드루 램버트 교수의 연구서 '해양 세력 연대기'


대륙 세력이 두려워했던 5대 해양 세력의 찬란한 역사

영국 앤드루 램버트 교수의 연구서 '해양 세력 연대기'

(서울=연합뉴스) 임형두 기자 = 아테네, 카르타고, 베네치아, 네덜란드 그리고 영국. 이들 국가의 공통점은 뭘까?

흔히 해양 세력이라고 하면 강력한 군사력과 경제력을 갖춘 존재를 떠올린다. 이들은 대륙 세력과 패권을 다투는 동등한 세력으로 간주된다.

하지만 야심만만한 해양 세력의 신화가 그들의 문화를 두려워했던 대륙 패권에 의해 창조된 것에 불과하다면 어떨까?

킹스 칼리지 런던의 앤드루 램버트 해군사 교수는 저서 '해양 세력 현대기'에서 해양 세력을 둘러싼 그간의 오해가 바다에 대한 혐오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해양 세력을 상대적으로 약한 국가가 취하는 전략 또는 그 정체성이라고 재정의한다.

램버트 교수는 해양 세력이란 바다를 기반으로 자신들의 정체성을 구축한 존재였다면서 이들이 현대 사회의 토대를 형성하는 과정을 톺아본다.

저자에 따르면 해양 세력은 패권 국가를 경계하며 국제 사회의 균형을 이루고자 했다. 따라서 무역 활동을 위협받지 않는 한 스스로 전쟁을 일으키지 않았다.

또한 거친 바다에서 살아남기 위해 국민을 포용하는 공화정과 민주정을 발전시켰고, 경제적으로는 무역을 중시하는 개방적 태도로 현대 정치와 경제의 기반을 닦았다.

저자는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역사에 등장한 5대 해양 세력 강대국을 통해 민주주의와 세계 무역, 자유 가치가 형성된 해양 세력의 역사를 새롭게 바라본다.

고대의 해양 세력은 중심부 아닌 주변부에서 무역을 통해 발전했다. 이들이 장거리 교역의 허브로 부상하자 육지 세력은 권력 분산과 변화라는 진보적 사고를 전파하는 해양 세력을 경계했다.

최초의 해양 세력 강대국은 아테네였다. 소규모 도시나 섬나라와 같은 변방의 세력이었던 이전까지의 해양 국가와 달리, 아테네는 규모가 크고 부유했으며 독립적으로 기능했다. 그리고 민주주의의 기틀을 다짐으로써 막대한 인력과 비용이 필요한 함대도 효율적으로 운용했다. 하지만 정복과 착취에 열을 올리면서 해양 세력의 정체성을 상실했고 이후 쇠락했다.

상업 중심으로 발전한 카르타고는 무역을 중시하고 전쟁을 회피했으나, 대륙의 군사 대국인 로마와의 충돌이 불가피해지자 동맹을 통해 그들에 대항했다. 국민을 포용하고 평등한 문화를 두려워한 로마에 의해 조직적으로 파괴됐고, 지도자인 한니발은 역사에 야만적이고 교활한 인물로 남게 됐다.

베네치아와 네덜란드공화국은 근대에 나타난 해양 세력이었다.

베네치아는 이탈리아 공화국 안에서 독특한 특성을 유지하면서 강력한 관료제와 고도의 법률 체계를 발전시켰다. 상업과 자본을 중시한 베네치아는 용병을 활용해 전쟁을 치렀고, 항구와 요새에 투자해 도시를 방어했다. 또한 다른 지역과의 차별화를 꾀하면서 위세를 자랑하는 건물들을 세웠고 다양한 의식을 거행하기도 했다.

네덜란드는 하나의 국가 안에서 해양 세력과 육지 세력이 길항하는 상황을 보여줬다. 해안의 3개 주가 해양 세력 정체성을 받아들인 반면에 나머지 4개 주는 그것을 거부했다. 20여 년 동안 유지된 네덜란드의 해양 세력은 내륙 방어가 중시되면서 막을 내렸다.

최후의 해양 세력으로 간주되는 영국은 헨리 8세가 대륙에서 잉글랜드를 분리하면서 해양 세력이 되기 시작한다. 잉글랜드는 가톨릭의 권위를 부정하면서 독자적인 정체성을 형성했고, 왕국 보호를 위해 해군력을 강화했다. 이 과정에서 막대한 자금이 필요해졌고, 왕실이 이를 민간 기업에 의존하면서 상업과 평등주의가 발달하게 됐다.

책은 이어 해양 패권이 대륙 세력인 미국으로 넘어간 오늘날의 상황을 살펴본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1945년 이래 세계는 미국의 우산 아래에서 바다를 이용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국과 러시아 등이 미국의 해양 패권에 도전하고 있지만, 이들 또한 바다를 기능적으로 바라보는 대륙 세력이다.

서로 다른 국가들이 동일한 지역을 두고 영유권을 주장하면서 바다를 둘러싼 갈등이 지속되는 오늘날, 바다를 자유롭게 이용해야 한다는 해양 세력의 의제는 커다란 메시지를 전달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러면서 군사보다는 상업을, 권력의 집중보다는 평등화를 중시한 해양 세력의 의제를 지키는 일이 독재, 제국주의, 군사 정치 등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하는 일이라고 강조한다.

박홍경 옮김. 까치. 542쪽. 2만5천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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