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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로부터) 임동식 작가의 그림 '이끼를 들어올리는 사람'(1993, 2004, 2020. 가나아트 제공)과 1991년 여름 '금강에서의 국제자연미술전' 당시 임동식 작가의 야외 퍼포먼스 '이끼'를 찍은 사진(서울시립아카이브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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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로부터) 1981년 공주 금강에서의 '온몸에 풀 꽂고 걷기' 사진(서울시립아카이브 제공)과 임동식의 '온몸에 풀꽂고 걷기' 그림(2016-2023. 가나아트 제공)[재판매 및 DB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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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업 설명하는 임동식 작가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임동식 작가가 28일 서울 종로구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 자신의 작업실처럼 꾸며진 전시공간에서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2023.8.29. zitrone@yna.co.kr |
자연 속 퍼포먼스, 그림이 되다…가나아트 임동식 개인전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1974년 홍익대 회화과를 졸업한 임동식(78) 작가는 함께 공부한 친구들과는 조금 다른 길을 걸었다. 붓을 잡는 대신 그는 자연으로 들어가 현장 퍼포먼스를 시작했다. 그는 1975년 비가 오는 가운데 충남 안면도 꽃지 해변에 알 모양의 석고 조각 30개를 공룡알이 나뒹굴던 태초의 모습처럼 늘어놓고 두 팔을 벌려 온몸으로 자연과 호흡했다. 아무런 규칙도 없었던 이 작업에서 해방감과 자유로움을 느낀 작가는 이후 1981년 국내 최초의 자연미술운동그룹인 '야투'(野投)를 설립하는 등 자연미술을 지속하게 된다.
야투 활동을 비롯해 50여년간 자연미술 작업을 이어 온 임동식의 개인전이 다음 달 1일 서울 종로구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개막한다.
작가는 1992년부터 과거의 퍼포먼스 작업을 그림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글이나 드로잉, 자료집, 사진 등으로 남아있는 자료들을 토대로 당시 퍼포먼스를 회화로 기록하는 작업이다. 전시에서는 1991년 '금강에서의 국제자연미술전'에서 자연과 동화하기 위해 이끼를 들어 올렸던 퍼포먼스나 1975년 안면도 꽃지해변 퍼포먼스, 1981년 야투 창립 야외전 때 금강변의 풀잎으로 몸을 동여매고 걸어갔던 퍼포먼스 등을 그린 그림을 당시 사진과 함께 볼 수 있다. 단순히 그때 장면을 재현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오늘날의 해석과 시선을 더한 작업이다. 자연 풍경이 가득한 그림들은 대부분 유화지만 기름을 최소한으로 사용해 거친 자연의 느낌이 생생하게 살아있다.
2000년대 본격적으로 회화에 집중하기 시작한 작가는 새로운 시도를 한다. 어린 시절 봤던 포목점의 일상을 그린 '비단장사 왕서방' 연작이다. 가상의 인물 '왕서방'의 이야기를 담은 이 연작은 사라져 가는 농경문화에 대한 아쉬움과 함께 자연으로부터 멀어지는 세태를 비판적으로 바라본다.
작가는 수년∼수십 년에 걸쳐 한 그림을 그리고 또 고쳐 그리곤 한다. 전시작 '이끼를 들어올리는 사람'은 1993년 시작해 30년 가까이 걸려 완성된 작업이다. 작가는 이에 대해 "그려놓은 그림은 동영상을 '멈춤'(스톱)한 상태 같은 것"이라며 "이 그림을 그리고 바라보는 나는 흐르는 물처럼 생각이 바뀌고 요동치곤 한다"고 잦은 개작의 이유를 설명했다.
충남 공주의 원골마을에 정착해 마을 농민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는 작가의 삶은 바로 예술로 이어진다. 작가는 "마을은 삶의 역사와 어우러진 진실된 자연설치예술임을 널리 알린다"고 선언하며 농촌의 일상적 행위를 예술로 여기고 전시하는 '예술과 마을'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전시를 기획한 김선희 가나아트 고문은 "임동식은 긴 예술 여정 동안 삶과 예술이 정확히 일치하는 작가"라며 "작업 방식과 주제 등이 모두 작가 삶 속에서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10월 1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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