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일런트 스카이' 안은진 "이게 무대의 맛…재미있게 노는 중"

Travel / 황희경 / 2024-12-09 17: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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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만에 연극 무대…20세기초 여성 천문학자 헨리에타 레빗 이야기
▲ 7년 만에 연극 무대로 돌아온 안은진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배우 안은진이 9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예술극장에서 열린 국립극단 연극 '사일런트 스카이'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4.12.9 jin90@yna.co.kr

▲ '사일런트 스카이' 공연 모습[국립극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사일런트 스카이' 공연 모습[국립극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연극 '샤일런트 스카이' 소개하는 안은진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배우 안은진이 9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예술극장에서 열린 국립극단 연극 '사일런트 스카이' 기자간담회에서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2024.12.9 jin90@yna.co.kr

▲ '사일런트 스카이' 출연진. 왼쪽부터 박지아, 정환, 안은진, 조승연, 홍서영 배우[국립극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사일런트 스카이' 안은진 "이게 무대의 맛…재미있게 노는 중"

7년만에 연극 무대…20세기초 여성 천문학자 헨리에타 레빗 이야기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미국에서 여성에게 투표권이 아직 허락되지 않았던 20세기 초, 하버드대 천문대에서 일하는 여성 천문학자들이 있었다. 당시 여성은 천문대에서 망원경을 사용할 수 없었기 때문에 이들은 사진건판에 찍힌 관측 자료를 분석하는 이른바 '하버드 컴퓨터(계산원)'로 일해야 했다. 헨리에타 레빗(1868∼1921)도 그런 '하버드 컴퓨터' 중 한 명이었다. 망원경을 쓰지는 못했지만 그는 끈질긴 연구 끝에 변광성의 성질을 이용해 먼 은하의 거리를 측정할 수 있는 '표준광원법' 개발에 이바지했고 그의 연구 결과는 이후 에드윈 허블이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허블의 법칙'을 입증하는데 토대가 됐다.

국립극단이 서울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하고 있는 연극 '사일런트 스카이'는 실존 인물인 헨리에타 레빗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미국 극작가 로렌스 군더슨의 작품을 김민정 연출이 윤색한 이 연극은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연인' 등으로 친숙한 스타 배우 안은진이 헨리에타 레빗 역을 맡아 2017년 '유도소년' 이후 7년 만에 연극 무대에 서는 점에서 특히 주목받았다.

안은진은 9일 오후 명동예술극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7년만의 무대 복귀작으로 '사일런트 스카이'를 선택한 데 대해 데뷔작을 함께 했던 김민정 연출에 대한 신뢰와 명동예술극장이라는 공연장, 원캐스팅 등을 꼽았다. 안은진은 2012년 김민정 연출의 뮤지컬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으로 데뷔했다.

그는 "오랜만에 무대에 선다고 생각하니 너무 떨리고 연습부터 어떻게 해야 하나 했지만 김민정 연출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면서 "여기에 (공연장이) 학창 시절 꿈이었던 명동예술극장이라는 점, 원캐스팅, 볼수록 더 이야기에 빠져들어 가는 대본이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였다"고 말했다.

안은진은 무대 연기에 대한 감각을 찾기 위해 '슬기로운 의사생활'에 함께 출연했던 배우 전미도에게 전화해 무대 연기를 어떻게 하는지 물어 도움을 받았다는 일화도 소개하며 "첫 공연이 올라가기 전에는 역시 떨렸지만 막상 무대에 올라가니 '아, 이게 무대의 맛이었지' 하면서 요즘은 무대에서 더 진하고 재미있게 노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레빗이 천문대에 들어가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연극은 여성들의 이야기다. 주인공은 레빗이지만 그와 함께 '하버드 컴퓨터'로 일하며 천문학사에 업적을 남긴 동료 여성 천문학자들에게도 시선을 돌린다. '하버드 항성 분류법'을 완성한 애니 캐넌(조승연)과 최초로 백색왜성을 발견한 윌러미나 플레밍(박지아)이 그들이다. 여기에 헨리에타의 동생 마거릿 레빗(홍서영)까지, 여성 캐릭터들은 저마다의 어려움을 헤쳐가며 서로에게 힘을 주고 끝까지 함께 하는 존재로 그려진다. 유일한 남성 캐릭터인 '피터 쇼'(정환)는 여성 천문학자로서 헨리에타 레빗이 겪어야 하는 다양한 상황을 보여주는 복합적인 인물로 등장한다.

안은진은 젊은 시절부터 노년기의 헨리에타 레빗까지 무리 없이 소화해내고 윌러미나 플레밍 역의 박지아는 자연스러운 웃음을 유발하는 연기로 자칫 딱딱한 분위기로 흐르기 쉬운 연극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120여년 전 투표권도 없던 시대에 고군분투했던 여성들의 이야기인 동시에 막연한 꿈을 좇으면서도 좌절하지 않고 연대했던 이들의 이야기는 불확실성으로 가득한 오늘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도 위로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김민정 연출은 "천문학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역사 이야기이기도 하고 놀랄 정도로 맥락이 여러 가지로 펼쳐져 있다"면서 "격변기인 20세기 초라는 과거를 통해 현재를 사는 우리가 배우는 것들이 명확히 있다. 이 공연에서 우리가 배우고 있는 것처럼 미래의 누군가에게도 우리의 현재 선택들이 위로가 되고 지지가 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공연은 28일까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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