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전 70년, 피란수도 부산] (22) 피란민 고픈 배 채운 돼지국밥

Heritage / 차근호 / 2023-08-26 09: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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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부대 돼지 뼈로 국밥 만들어, 진하게 우린 탁한 국물이 특징
▲ 돼지국밥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금지]

[정전 70년, 피란수도 부산] (22) 피란민 고픈 배 채운 돼지국밥

미군 부대 돼지 뼈로 국밥 만들어, 진하게 우린 탁한 국물이 특징

(부산=연합뉴스) 차근호 기자 = 부산의 향토 음식으로 알려진 돼지국밥은 6·25전쟁이 한창인 1950∼1960년대 지역 전체로 급속히 확산했다.

26일 부산시 등에 따르면 전쟁을 피해 남하한 피란민들은 고픈 배를 채우기 위해 당시 미군 부대에서 많이 구할 수 있었던 '돼지 뼈'를 이용한 음식을 만들었다.

미군 하야리아 부대가 있었던 지금의 부산 서면 일대에 돼지국밥 골목이 형성된 것도 이 때문으로 알려진다.

부산 시민들은 돼지 뼈를 진하게 우려낸 육수에 편육과 밥을 말아 국밥을 만들었다.

대구나 밀양에도 돼지국밥이 있지만 부산 국밥은 돼지 사골을 더 오래 우려내 색깔이 탁한 것이 특징이다.

부산 시민들은 국밥에 일명 '다대기'라고 불리는 갖은 양념과 부추를 푸짐하게 얹혀 먹는 것을 좋아한다.

부추는 워낙 건강에 좋아 집을 허물고도 심어야 한다고 해서 '파옥초'라는 별명이 있다.

만화가 허영만 화백은 돼지국밥 맛을 '반항아'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허 화백은 '식객'이라는 작품에서 "소 사골로 끓인 설렁탕이 포장도로 같은 모범생이라면, 부산의 돼지국밥은 비포장도로의 반항아 같다"고 말했다.

돼지국밥은 부산의 정체성과도 같아 지역민의 공감을 얻고 싶은 정치인들에게는 늘 인기 메뉴다.

2021년 대선 출마를 선언했던 윤석열 대통령이 부산에서 지역 국회의원과 회동했을 때의 메뉴가 돼지국밥이었고, 당선된 이후 지역 현안을 점검하고 오찬을 하면서도 돼지국밥을 먹었다.

2018년 문재인 전 대통령도 부산항 행사에 참석한 후 돼지국밥으로 오찬을 하며 "돼지국밥은 역시 부산이 제일"이라며 치켜세우기도 했다.

생전 돼지국밥을 즐겼다던 고 노무현 대통령의 모습을 다룬 영화 '변호인'에서도 배우 송강호 씨가 돼지국밥을 먹는 장면이 몇차례나 연출되기도 했다.

김한근 부경근대사료연구소장은 "많은 문학작품 속에도 등장하는 부산 음식 중의 하나"라면서 "돼지국밥은 피난민에게 마음의 안식처가 되어준 음식으로 부산의 문화를 담고 있고, 부산의 정체성을 잘 표현해 주고 있다"고 밝혔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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