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고민 끝에 '사유'와 마주한 양방언 "잠시 멈춰도 괜찮아요"

Travel / 김예나 / 2023-11-02 08: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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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일 국립중앙박물관 극장서 '사유의 방' 다룬 공연 선보여
"온 힘을 다해 음악 할 수 있어 행복…정규 음반도 계획 중"
▲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양방언 [국립박물관문화재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양방언 [국립박물관문화재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반가사유상과 사유의 방 [연합뉴스 자료사진]

▲ 국립중앙박물관, 국보 반가사유상 공개 (서울=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11일 국립중앙박물관이 언론에 공개한 두 점의 국보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 국립중앙박물관은 상설전시실 2층에 국보 반가사유상을 위한 '사유의 방'을 설치했다. 전시 주인공인 두 반가사유상은 국보 제78호와 제83호로 각각 불렸으나, 문화재 지정 번호를 폐지해 구분할 호칭이 사라졌다. 2021.11.11 xyz@yna.co.kr

▲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양방언 [국립박물관문화재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오랜 고민 끝에 '사유'와 마주한 양방언 "잠시 멈춰도 괜찮아요"

3∼5일 국립중앙박물관 극장서 '사유의 방' 다룬 공연 선보여

"온 힘을 다해 음악 할 수 있어 행복…정규 음반도 계획 중"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사유' 두 글자를 두고 3일 내내 생각하기도 했어요. 하나의 아이디어로 모일 듯하면 사라지고, 흩어지고 정말 반복이었죠."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 양방언은 올해 멍하게 있는 순간이 많았다.

클래식과 국악, 대중음악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다큐멘터리, 영화, 애니메이션, 광고, 게임 음악까지 섭렵해 온 그의 앞에 놓인 '숙제' 때문이었다.

오묘한 미소를 지은 채 상념에 빠진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 두 점이 놓인 공간을 어떻게 음악으로 풀어낼까. 그가 몇 달간 생각을 거듭하며 내린 결론은 '정해진 답은 없다'였다.

이달 3∼5일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에서 열리는 공연 '음류(音流) : 모든 사이에 흐르는 사유의 음악'을 앞두고 최근 만난 양방언은 "지금까지의 프로젝트 중 가장 어려웠다"고 말했다.

그가 선보일 공연은 국립중앙박물관의 대표 공간인 '사유의 방'을 무대 위로 끌어올린 것이다.

국립박물관문화재단이 국악과 밴드 음악을 결합한 '요즘 것들의 사유', '사유의 방'에서 느낀 여운을 무용으로 풀어낸 '사유의 길'에 이어 세 번째로 선보이는 시리즈 공연이기도 하다.

양방언은 "처음 이야기가 나왔을 때만 해도 '시켜주세요'라고 했는데 시간이 참 많이 걸렸다"며 "그 미소가 무엇인지, 사유라는 한 단어를 어떻게 할 건지 고민을 거듭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렇게까지 음악에 대해 생각했던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라며 웃었다.

어렵게 완성한 공연은 기존의 '양방언 표 공연'과는 다를 것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양방언은 타이틀곡이라 할 수 있는 '사유'(SAYU)를 포함해 15곡 정도를 들려줄 뿐이다.

바이올린, 첼로, 기타 등 함께 연주하는 동료에게도 '완전히 다른 공연'을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고 한다. 물이 흐르듯, 또는 모래가 쓸려가듯 자연스럽게 이어졌으면 좋겠다는 뜻이 컸다.

그는 "평소에는 관객과 함께 음악을 느끼고, 박수치며 호흡하는데 이번 공연은 다르다"며 "악보는 내가 만들겠지만, 연주자도, 관객도 자신만의 '사유의 방'을 마주할 것"이라고 했다.

"사람마다 살아온 여정이 다르듯 생각하는 바도 다를 거예요. 제 역할은 관객들이 사유할 수 있도록 돕는 것뿐이에요. 그 뒤는 각자 느끼는 대로 하면 되죠. 답은 없습니다."

공연을 기획한 안상민 국립박물관문화재단 공연예술팀장은 "이미 짜인 각본에 따라 진행되는 공연과는 달리 서로 논의를 거듭하며 하나씩 완성한 공연"이라고 귀띔했다.

양방언은 "사실 아직도 미지의 공간으로 들어가는 느낌"이라면서도 "이번 공연만으로 끝나는 게 아쉬워서 새로 만든 곡을 정식 음원으로 만들어서 많은 사람에게 들려주려 한다"고 했다.

오랜 고민 끝에 준비한 공연, 그는 누구에게 추천하고 싶을까.

"모든 사람이 다 봤으면 하죠. 그런데 꼭 한 명을 꼽아야 한다면 젊은 친구들이에요. 시작을 앞둔 그들이 잠시 멈추고 생각할 기회가 됐으면 하거든요."

어느 때보다 작업이 어려웠다는 말과는 달리 양방언은 인터뷰 내내 미소를 띤 모습이었다.

새벽까지 연습이 이어진 데다 다양한 작업도 병행하고 있어 힘들 법했지만, 그는 "온 힘을 다해서 음악하고, 또 생각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행복한 일"이라며 웃었다.

1996년 일본에서 솔로로 데뷔한 지 어느덧 27년.

지난해 솔로 데뷔 '25+1주년'을 기념하며 대표곡 '프런티어'(Frontier)와 신곡이 담긴 디지털 음반을 내놓았지만, 양방언은 자신의 음악을 더 들려주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동안 남을 위한 음악은 많이 만들었는데, 정작 제 안에서 나오는 음악을 몇 년간 만들지 못했어요. 내년쯤에는 정규 음반을 내야 하지 않을까 생각 중이에요. 꼭 만들어야죠." (웃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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