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 "낙동강물 관리방안 된다면 문제없어"…"댐 해체가 근원 대책" 의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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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산의 주 식수원인 사연댐 전경 [울산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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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월 17일 오후 울산시 울주군 국보 제285호 반구대 암각화 전망대에서 송철호 울산시장이 유네스코 세계유산 우선등재목록 선정과 관련해 현장 브리핑을 하고 있다. [울산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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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 14일 오전 경북 구미시 구미코 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낙동강 통합물관리 방안 주민설명회장 입구에서 대구 취수원 다변화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집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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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9월 말 국보 285호 반구대 암각화가 70여 일째 물에 잠겨 있는 모습. 빨간색 사각형 안이 반구대 암각화가 있는 지점. [연합뉴스 자료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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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가 지난해 10월 13일 울산시 울주군 언양읍 대곡천 국보 반구대암각화를 현장 방문했다. 물에 잠긴 암각화 앞에서 의원들이 설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
[물에 빠진 국보] ③"실효적 후속조처 필요…궁극적으론 사연댐 해체해야"
'운문댐 물 활용' 정부 발표에 "구체성 없고, 대구·경북 반발 우려…반쪽 짜리"
울산시 "낙동강물 관리방안 된다면 문제없어"…"댐 해체가 근원 대책" 의견도
(울산=연합뉴스) 허광무 김근주 김용태 기자 = 반구대 암각화를 물에서 건져내기 위한 지난 20여 년간의 노력과 시도들은 모두 수포가 됐다.
암각화는 보존해야 하는데 뾰족한 묘수가 없는 진퇴양난의 상황에서 때마침 발표된 '운문댐 물을 활용해 암각화 침수를 방지하라'는 정부 결정은, 실패로 점철된 안타까운 역사를 드디어 끝낼 것이라는 기대를 모은다.
특히 '문화재 보존'과 '시민 식수 확보'라는 2개의 목적 사이에서 위태롭게 줄타기를 하던 울산시는 2개 난제를 동시에 해결하게 됐다며 환영한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재선에 도전하는 송철호 시장도 이번 성과를 임기 중 빼놓을 수 없는 중대한 치적으로 앞세울 태세다.
그러나 정부 결정에 따른 장래 결과와 효과를 순진하게 낙관해선 안 된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문화재 분야 시민단체와 환경단체들은 정부의 이번 발표가 막연한 선언 수준에 그칠 뿐이며, 변수와 난관이 워낙 많아 현실화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본다.
◇ "구체성 없고, 대구·경북 반발 우려"…'반쪽짜리 방안' 비판도
암각화 보존 운동을 벌여온 시민·환경단체에선 '운문댐 물을 활용해 사연댐 수위를 낮춘다'는 정부안을 반쪽짜리라고 비판한다.
우선 운문댐 물을 얼마나, 언제까지, 얼마나 울산에 공급하겠다는 내용이 불분명하다는 점을 이들 단체는 지적한다.
울산시는 환경부가 현재 마련 중인 '2035년 수도정비기본계획'이나 낙동강 통합물관리방안 후속 조치로 진행하는 용역 등에 운문댐 물을 울산으로 공급하는 구체적 방안들이 포함되기를 바란다.
그러나 이런 희망이 실제로 얼마나 반영될지는 예상하기 어렵다.
울산으로선 정부가 암각화 문제 해결에 전향적으로 나서주기를 기대하며 기다릴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만약 해당 계획이나 용역 결과 등에 운문댐 물 공급에 대한 내용이 빠지거나 여전히 모호한 수준으로 언급된다면, 암각화 보존 방안의 실효성을 둘러싼 논란은 더 크게 불거질 수도 있다.
정부가 충실한 계획을 마련한다 해도, 운문댐 물 공급 현실화를 위한 큰 난관이자 선결 과제로 꼽히는 '대구·경북지역 설득'이 울산의 부담이 될 것이라는 점도 문제다.
정부는 이번 낙동강 통합물관리방안을 발표하면서, '사업 착공 전까지 객관적인 방법을 통해 주민 동의를 구할 것'이라는 다소 모호한 전제 조건을 내걸었다.
운문댐을 상수원으로 사용하는 대구·경북의 양해를 구하는 과정에서 정부가 어떤 역할을 할지, 울산에 얼마나 힘을 실어줄지 등은 미지수다.
결국 한시가 급한 울산이 직접 대구·경북 지자체를 상대로 설득에 나서야 할 공산이 큰 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상범 울산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울산이 물이 부족할 때는 대구·경북 역시 같은 처지일 것이기 때문에, 물을 끌어와 식수를 보장한다는 표현은 정치적 수사에 불과하다"라면서 "정부는 인류적 가치를 지닌 문화재를 보호한다는 명확한 입장을 가지고, 남은 문제와 절차에 대해 (지자체에 미루지 말고) 책임을 져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울산시는 정부의 충실한 후속 조치 마련이나, 운문댐 물 사용에 대한 대구·경북지역 양해를 구하는 데 별문제는 없을 것으로 전망한다.
우선 정부가 낙동강 통합물관리방안에 '운문댐 물 사용'이라는 대안과 함께 암각화 보존책을 포함했기 때문에, 후속 조치로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는 데도 책임감 있게 임해 줄 것으로 관측한다.
또 운문댐 물 사용에 대한 대구·경북의 반발 우려에 대해서는, 취수원 다변화를 골자로 하는 낙동강 통합물관리방안이 정상 추진되면 자연스레 해결될 것으로 본다.
울산의 운문댐 물 사용에 대한 대구·경북의 우려는 '맑은 식수가 부족할 수 있다'는 것인데, 현재 대구취수원을 낙동강 상류인 구미 해평취수장으로 옮기면 대구·경북지역의 맑은 물 부족 우려는 없어진다는 것이다.
또 그 효과는 운문댐 물 사용에 대한 양해로 연계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익수 울산시 환경국장은 "대구취수원 이전을 놓고도 반발이 불거졌지만, 해당 사업은 낙동강 본류 수질을 개선하려는 통합물관리방안의 핵심이기 때문에 정부가 다양한 지원책을 동원해서라도 성사시킬 것으로 본다"라면서 "그렇게만 된다면 대구·경북지역이 굳이 울산의 운문댐 물 활용을 반대할 이유도 없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울산은 지난해 경북에서 개최가 예정됐던 전국체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취소될 상황에 직면하자, 차기 개최지로서 '체전을 1년 순연하자'는 경북 요청에 전격적으로 응한 바 있다.
또 대구, 울산, 경북은 영남권의 새로운 경제 중심 도약과 지역 상생 등을 목표로 부산·경남과 함께 '영남권 미래발전협의회'를 구성, 다양한 협력사업을 추진 중이기도 하다.
울산시는 이런 우호적인 분위기가 운문댐 물 사용 결정 과정에서도 이어지기를 고대하고 있다.
◇ "암각화 보존에 중점 두고, 궁극적으로 사연댐 해체해야"
근본적인 암각화 보존을 위해서는 운문댐 물 사용이나 사연댐 수문 설치라는 방안에만 매달리지 말고, 더욱 거시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물 부족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가' 또는 '물 부족과 암각화 보존 문제를 어떻게 풀 것인가'가 아닌, 암각화 보존 방안에 무게 중심을 둬야 한다는 의견이다.
특히 일부 전문가들은 사연댐 수문을 설치해 수위를 낮췄을 때 또 다른 국보급 문화재가 발견될 가능성을 제시하면서, 수문 설치 방안이 언제든 변경될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김종열 반구대암각화시민모임 상임대표는 "사연댐이 건설(1965년)되기 전 어린 시절에 대곡천에 여러 문화재가 있다는 이야기가 많았다"라면서 "사연댐 수위를 완전히 낮춰 확인하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김 상임대표는 "사연댐 수위를 낮춘다는 현재 정부 안이 어느 정도 의미가 있지만, 만약 추가로 문화재가 나온다면 대곡천 전체를 살리는 방안이 다시 제시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런 의견들이 궁극적으로 제시하는 대안은 사연댐 해체다.
당장은 급진적이고 현실성이 떨어지는 주장일 수 있지만, 세계유산급 문화재 보존에다 추가 문화재 발굴 상황까지 가정한다면 숙고해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이상범 울산환경련 사무처장은 "사연댐 수문 설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댐을 해체하고 재자연화해 암각화를 보존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하우 한국암각화학회 회장(전 울산대 반구대연구소 교수)도 "만약 사연댐이 없어도 우리 삶에 큰 지장이 없겠다는 결론이 나오면, 궁극적으로는 사연댐을 해체하고 원래 상태로 대곡천을 회복시키는 것이 굉장히 의미가 있다"라고 밝혔다.
이 회장은 "암각화가 수몰의 고통에서 벗어나 자연 상태를 회복한다면, 알코올류로 바위를 세척해 관리하는 노르웨이 알타 암각화 등의 사례를 참조해 적극적으로 관리를 해야 할 것"이라면서 "그 과정에서 데이터를 차곡차곡 축적해 앞으로 암각화 보존의 기본 자료로 활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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