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말저런글] 삐에로는 우릴 보고 웃지요

K-POP / 고형규 / 2025-09-12 05: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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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에로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 2025 서울썸머비치 [촬영 안 철 수] 2025.7, 광화문광장

[이런말저런글] 삐에로는 우릴 보고 웃지요

아이유가 최근 발표한 노래 제목이 '바이(bye), 썸머(summer)'입니다. 보자마자 썸머인가, 써머인가, 서머인가 합니다. 무엇이 맞는 표기이냐는 겁니다. 외래어 표기법을 따른다면요. 답은 서머입니다. 규범이 그래요. 현실은 다르지만요. 11월 방송이 시작된다는 KBS 2TV 토일 미니시리즈 제목도 '마지막 썸머'입니다. 제천영화제의 대표 음악잔치 이름도 '원 썸머 나잇'이고요. 썸머 라스트 세일, 썸머비치, 썸머 페스티벌에서 보듯 서머는 외면받기 일쑤입니다. 그들은 묻습니다. 도대체 어떤 원어민이 서머라고 발음하느냐고요. 이해가 가고도 남습니다. 그 불만이요.

표기법이 왜 필요한지 알면 좀 누그러지려나요? 법은 무엇보다 표기 통일성을 노립니다. 혼란을 줄이기 위해서요. 발음을 정확하게 옮기는 것은 뒷순위입니다. 관련된 몇 가지 원칙이 있습니다. ① 예외가 약간 있지만 된소리는 쓰지 않는다는 것이 대표적입니다. ② 받침으로는 우리말 발음 표기처럼 일곱 개(ㄱ, ㄴ, ㄹ, ㅁ, ㅂ, ㅅ, ㅇ 등 칠종성)만 쓴다는 것도 기억할 만합니다. ③ 이미 굳어진 외래어는 관용을 존중하되 그 범위와 용례는 따로 정한다는 원칙도 염두에 둡니다. ①번 예입니다. 파리(Paris)는 파리로 씁니다. 프랑스인들은 빠리라 하지만요. ②번 예입니다. 로봇(robot)입니다. 로봍 아니고요. ③번 예입니다. 라디오(radio) 하지요. 레이디오 않습니다. 카메라(camera) 하지 캐머러 않는 것도요.

틀리기 쉬운 외래어 표기가 있습니다. 규칙성을 발견하여 외워 봅니다. 나초(나쵸) 비전(비젼) 소파(쇼파) 오마주(오마쥬) 주니어(쥬니어) 주스(쥬스) 합니다.(이하 괄호 안 틀린 표기) 대시(대쉬) 리더십(리더쉽) 멤버십(멤버쉽) 실드(쉴드) 잉글리시(잉글리쉬) 하고요. 데이터(데이타) 디지털(디지탈) 스탠더드(스탠다드) 어젠다(아젠다) 크리스천(크리스찬) 크리스털(크리스탈)도 새깁니다. 도넛(도너츠) 배지(뱃지) 에지(엣지) 타깃(타겟) 팸플릿(팜플렛)도 잊지 않고요. 콘셉트(컨셉) 콘텐츠(컨텐츠) 타월(타올) 티라미수(티라미슈) 파이팅(화이팅) 프라이팬(후라이팬) 프런트(프론트)도 오기가 많은 단어입니다. 데자뷔(-vu. 데자뷰) 랑데부(-vous. 랑데뷰) 앙케트(앙케이트) 팜파탈(팜므파탈) 피에로(삐에로)는 어려운 축에 들고요. 이쯤 되니 저 무대 위에서 삐에로가 우릴 보고 웃습니다. 뭣이라, 내가 피(!)에로라고?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

※ 이 글은 다음의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했습니다.

1. 박태하, 『책 쓰자면 맞춤법』, 엑스북스(xbooks), 2015

2. 중앙일보, [우리말바루기] 외래어의 된소리 표기 (입력 2007.07.10 18:20) - https://www.joongang.co.kr/article/2788333

3. 김세중(국립국어연구원) '외래어 표기와 된소리' 글 (2015) - https://www.korean.go.kr/nkview/news/91/news6_7.htm

4. 표준국어대사전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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