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사적인 예술가'로 전주영화제 찾아…"젊은 사람들에 큰 영감 받아"
한국계 美작가 소설 원작으로 감독 데뷔도 앞둬…"한국인 이야기 선보일 것"
 |
| ▲ 영화 '나의 사적인 예술가' 그레타 리 배우 [연합뉴스 자료사진] |
 |
| ▲ '나의 사적인 예술가' 켄트 존스 감독과 그레타 리 배우 [연합뉴스 자료사진] |
 |
| ▲ 그레타 리 [연합뉴스 자료사진] |
 |
| ▲ 영화 '트론: 아레스' 속 배우 그레타 리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
그레타 리 "서구적인 배역을 한국인이 해냈다는 게 특별했죠"
'나의 사적인 예술가'로 전주영화제 찾아…"젊은 사람들에 큰 영감 받아"
한국계 美작가 소설 원작으로 감독 데뷔도 앞둬…"한국인 이야기 선보일 것"
(전주=연합뉴스) 박원희 기자 = 제27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 '나의 사적인 예술가'에 등장하는 글로리아(그레타 리 분)는 조금 낯선 캐릭터다.
스타를 꿈꾸는 배우 글로리아는 일상도 연기하듯 산다. 특정 배역을 맡은 것처럼 말투는 특색 있고 몸짓은 과장됐다. 스모키 화장 등 외양부터 범상치 않다.
글로리아의 이런 모습은 고전 할리우드를 풍미했던 여배우들에 대한 오마주다. 영화 '상하이 익스프레스'(1932)의 마를레네 디트리히, '카바레'(1972)의 라이자 메이 미넬리 등의 모습을 녹여낸 것이다.
"현대 영화에서는 잘 볼 수 없는 모습을 가져오길 원했어요. 매우 서구적인 장치인데 이를 한국인으로서 연기했다는 데서 매우 특별한 경험이었죠."
1일 전북 전주중부비전센터에서 국내 취재진과 만난 그레타 리는 '나의 사적인 예술가' 속 글로리아 역 연기가 흥미로운 작업이었다고 돌아봤다.
'나의 사적인 예술가'는 미국 뉴욕 우체국에서 일하며 평범한 노년을 꾸려가던 에드 색스버거(윌럼 더포)가 젊은 시절 쓴 시로 예술가 지망생 모임의 주목을 받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글로리아는 매혹적인 모습으로 색스버거의 눈길을 끈다.
비평가 출신의 영화감독으로 다큐멘터리 '히치콕 트뤼포'(2015)를 만든 켄트 존스 감독이 연출했다.
그레타 리는 출연 계기에 관해 "이야기와 캐릭터에 끌렸다. 글로리아는 제가 가진 많은 가치를 대변하는 캐릭터였다"며 "글로리아를 통해 고유한 예술적 목소리를 어떻게 유지하는지 생각하게 됐고 그의 관점을 떠올리는 것만으로 큰 영감을 받았다"고 돌아봤다.
그는 "글로리아가 저와 전혀 닮지 않았다고 하고 싶지만 부끄럽게도 제 안에 닮은 부분이 있다"면서 "배우라는 직업의 특성상 항상 어떤 점에서는 연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레타 리의 전주영화제 방문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영화제가 개막하기 전부터 전주를 찾아 많은 음식을 먹었다고 기분 좋게 떠올렸다.
그레타 리는 "전주에서 젊은 사람들을 직접 만난 것이 제게 영감을 줬다. 그들과 연결되는 경험은 놀라웠다"며 "미국 영화에 출연한 제가 초청받아 고향 같은 나라에 온 점이 낯설면서도 특별했다"고 했다.
그레타 리는 미국에서 태어난 한국계 미국인 배우다. 어머니는 이화여대에서 피아노를 전공한 콘서트 피아니스트, 아버지는 의사로 미국에 이주했다.
그의 할아버지는 미군 기지에서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1939) 등의 광고판을 그리는 일을 했다. 그런 할아버지 덕분에 그의 이름이 그레타가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레타 리는 "할아버지는 제게 그레타 가르보를 비롯한 많은 배우를 알려주셨다"며 "어머니는 제 이름을 그레타로 지으신 게 본인이라고 하셨지만, 저는 두 분 모두의 영향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운명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그는 한국 영화를 보다 많은 사람에게 소개하는 데에도 관심이 있다고 했다. 인생 영화로 '비포 선라이즈'(1995)·'비포 선셋'(2004)·'비포 미드나잇'(2013) 등 일명 '비포' 3부작, '화양연화'(2000)와 함께 '살인의 추억'(2003)을 꼽았다.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2024)로 알려진 그는 '하우스 오브 다이너마이트'(2025), '트론: 아레스'(2025)에 연이어 출연하며 최근 할리우드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그레타 리는 작업의 원동력을 묻는 말에 "자유다. 저는 역할, 장소 등 특정한 기대에 얽매이지 않기를 늘 원했다"며 "솔직히 말해 제가 알려지는 게 늦었다고 생각한다"며 웃음 지었다.
그는 자신과 같은 한국인 여성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 글을 쓰고 연출을 하는 데도 관심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레타 리는 그간 자신의 성별·인종·나이 등에 따라 주어지는 전형적인 배역에서 벗어나려 했다면서도, 업계 안에서 머무르기 위해 '균형'을 꾀했다고 말했다.
그는 "유일한 기회를 거절하면 아무에게도 보이지 않게 되고, 저와 같은 사람을 미디어에서 볼 수 없게 될 것이기 때문"이라며 "지금의 상황을 낙관적이면서도 신중하게 보고 있다. 기회는 수동적으로 기다릴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레타 리는 영화감독 데뷔를 준비하며 스스로 그런 기회를 꾀하고 있다. 그는 한국계 미국 작가 모니카 김의 소설 '눈알이 제일 맛있단다'를 원작으로 한 영화를 연출할 계획이다.
그는 "제가 글을 쓰거나 연출하거나 제작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는 건 어떤 이야기를 세상에 내놓을지 선택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며 "현재 준비 중인 모든 작품은 한국인 주인공과 한국 이야기를 담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레타 리는 이보다 앞서 애니메이션 '토이스토리 5' 속 목소리 연기로 관객을 만난다. 그는 6월 개봉 예정인 이 영화에서 아이패드 역할을 맡았다.
"기술에 관한 이야기인데 역사상 처음으로 아이들이 더 이상 장난감을 가지고 놀지 않은 시대를 다뤄요. 그것을 탐구하는 작품이고 환상적일 거예요. 정말 기대됩니다."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 Yonhap News Agency.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