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지·백희나…세계 독자들에 성큼 다가선 한국 아동문학

General / 이은정 / 2022-03-22 18:3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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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데르센상·린드그렌상 등 세계적 권위 시상식서 잇단 낭보
언어장벽 없는 그림책, 인기몰이 주도…"번역 지원 강화는 과제"
▲ 이수지 일러스트레이터 작가 [연합뉴스제공] * 인물정보 업데이트 후 현직 변경이 있을 수 있습니다.

▲ 이수지 작가의 '여름이 온다' (서울=연합뉴스) 이지은 기자 =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에 이수지 작가의 그림책 '여름이 온다'가 진열돼 있다. 그림책 '여름이 온다'의 이 작가는 '아동문학계 노벨상'이라 불리는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의 일러스트레이터 부문 수상자로 선정됐다. 2022.3.22 jieunlee@yna.co.kr

▲ 백희나 작가 [책읽는곰 제공]

이수지·백희나…세계 독자들에 성큼 다가선 한국 아동문학

안데르센상·린드그렌상 등 세계적 권위 시상식서 잇단 낭보

언어장벽 없는 그림책, 인기몰이 주도…"번역 지원 강화는 과제"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이수지 작가의 글이 없는 그림책은 독특한 문학적, 미학적 혁신이다."

지난 21일 '아동문학계 노벨상'이라 불리는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을 수상한 이수지 작가의 그림책에 대해 주관사 국제아동청소년도서협의회(IBBY)가 내린 평가다.

그림만으로 서사를 이끄는 힘이 있으며, 책의 양식을 입체적으로 실험하면서도 탁월한 회화로 그림책의 예술적 의미를 구현했다는 뜻이다. 최근작 '여름이 온다'를 비롯해 종이책 한가운데 있는 제본 선으로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표현한 '경계 3부작' 등 그간 이 작가가 구현한 작품 세계에 대한 극찬이다.

한국의 아동문학이 최근 세계시장에서 잇따라 좋은 성과를 거두면서 주목받고 있다.

K팝의 인기가 영화, 드라마 등 다른 분야로 확산하면서 K-컬처, K-콘텐츠라는 표현이 등장한 가운데 그림책을 필두로 한국 아동문학의 인기가 '출판한류'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문학·출판계에서는 이수지 작가의 안데르센상 수상이 대단한 성과라는 데 이견이 없다.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에리히 캐스트너를 비롯해 역대 수상 작가들의 면면만 봐도 알 수 있다. '말괄량이 삐삐' 작가인 스웨덴 출신 린드그렌의 작품은 안데르센과 그림 형제의 뒤를 이어 세계에서 가장 많이 번역·출간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계적 거장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같은 반열에 오른 셈이다. 이 작가가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그림책 세계로 이끌어준 작가들 이름 옆에 설 수 있다는 게 영광이다. 얼떨떨하다"는 소감을 밝힌 것도 이런 맥락이다.

2020년에는 '구름빵'의 백희나 작가가 안데르센상 못지않은 세계적 권위를 자랑하는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추모상을 받았다. 백 작가는 "수공예와 애니메이션 요소를 접목한 예술적 해법 등을 통해 그림책 매체를 새롭게 한 예술가"라는 평가를 받았다.

2000년대 초반 데뷔한 이수지, 백희나 등 중견 작가들 외에도 여러 작가들이 세계적으로 창의성과 예술성을 인정받으며 주요 국제 그림책상에서 수상하고 있다.

이탈리아 볼로냐 아동도서전에서 시상하는 볼로냐 라가치상에는 한국 작가들이 단골 수상자가 됐다.

올해는 이수지 작가의 그림책 '여름이 온다'와 최덕규 작가의 그림책 '커다란 손'이 각각 픽션·논픽션 부문 스페셜 멘션(우수상)에 나란히 선정됐다.

세계시장에서 한국 아동문학의 선전은 그림책에만 그치지 않는다.

이번 안데르센상에서 주목할 만한 한국 작품이 또 하나 있다. 이현 작가가 쓴 '1945, 철원'은 안데르센상 심사위원 추천도서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심사위원단이 글·그림 작가 최종 후보와 수상자를 선정하는 것과 별도로 각국 후보 작품 중 세계 어린이들이 읽기에 우수한 그림책 10종과 글책 10종을 추천한 리스트이다.

출판사 창비 관계자는 "이 책은 1945년, 철원을 배경으로 해방 전후 시기 10대 청소년의 이야기를 다뤘다"며 "평화적인 관점에서 의미가 있어 목록에 오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작년 10월에는 이명애 작가 그림책 '내일은 맑겠습니다'와 김효은 작가 그림책 '나는 지하철입니다'가 각각 BIB(Biennial of Illustrations Bratislava) 황금사과상과 세계일러스트어워즈(WIA) 어린이책 부문을 수상했다.

한국 아동문학의 인기는 통계에서도 엿볼 수 있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출판산업 실태조사 보고서'를 보면 2020년 도서저작권 수출 건수는 전년도 기준 총 2천142건이며, 그중 아동 분야가 1천158건으로 전체 54.1%를 차지했다.

한국 아동문학 작품이 세계 시장에서 이처럼 주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는 것은 미학적으로 독창적인 작품 세계와 문화적 다양성을 포용하는 시각 등이 세계적 수준이기에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그림책의 경우 언어장벽이 없고 만국 공통어인 그림으로 스토리 이해와 메시지 전달이 충분히 이뤄지기에 세계 독자들에게 다가가기 쉽다.

김지은 아동문학 평론가는 이수지 작가에 대해 "글 없는 그림책이란 분야를 완전히 재조명하고 예술적으로 부활시켰다"며 "연결하고 펼치는 등 책의 물리적 성질을 활용해 상호작용할 수 있도록 하고, 아름다운 회화를 담아 어린이들이 하나의 미술관으로서 그림책을 경험하도록 했다"고 평했다.

또 "동서양에 관한 문화적 소양을 갖춘 작가들이 새로운 실험을 계속하고 있다"며 "그림책은 그림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장르인데, 작가들이 독창적인 그림체를 발견하고 개발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여기에 취약한 소수의 목소리를 담는 등 우리 그림 언어가 세계를 설득하고 있다"고 짚었다.

아동문학 작품을 중심으로 한 '출판한류' 실현을 위해서는 번역 분야에 대한 지원을 한층 더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제아동청소년도서협의회 한국위원회(KBBY) 위원인 오세란 아동청소년문학평론가는 안데르센상 심사위원 추천도서 목록에 이름을 올린 이현 작가 사례를 언급하며 "시대적으로 세계 독자와 호흡할 특수성과 보편성이 있다. 글 작가들을 위해 아동문학 번역에 대한 정부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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