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남동유수지서 조류 160여마리 폐사…감염병 추정

Heritage / 김상연 / 2021-08-17 18:0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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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초 폐사한 흰뺨검둥오리 2마리서 '보툴리즘' 양성
▲ 이달 8일 인천 남동유수지 인근 갯벌서 폐사한 저어새 [인천저어새네트워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이달 3일 인천 남동유수지에서 수거된 흰뺨검둥오리 사체 [인천저어새네트워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인천 남동유수지서 조류 160여마리 폐사…감염병 추정

이달 초 폐사한 흰뺨검둥오리 2마리서 '보툴리즘' 양성

(인천=연합뉴스) 김상연 기자 = 천연기념물 저어새의 서식지로 알려진 인천 남동유수지에서 최근 세균 감염이 의심되는 조류 160여마리가 폐사했다는 환경단체의 주장이 제기됐다.

17일 인천저어새네트워크에 따르면 지난달 31일부터 이날까지 인천 남동유수지와 인근 갯벌에서 모니터링을 한 결과 '보툴리즘'(botulism) 피해가 의심되는 조류는 모두 215마리로 이 중 169마리가 폐사하고, 47마리가 마비 증상을 보였다.

보툴리즘은 보툴리눔(botulinum) 세균이 내뿜는 독소에 중독되는 증상이다. 이 세균은 토양 속에 서식하며 여름철(7∼9월) 흙 속의 산소농도가 낮아지고 기온이 상승하면 증식해 독소를 내뿜는다.

이 독소를 먹은 야생동물은 신경계가 손상돼 죽음에 이른다. 이번에 폐사한 조류도 대부분 흙 속에 부리를 넣어 유기물질을 먹는 흰뺨검둥오리로 전해졌다.

또 천연기념물인 저어새를 포함해 청둥오리와 쇠백로도 각 2마리씩 죽은 채 발견됐으며 도요물떼새류 5마리도 폐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저어새네트워크는 이들 조류 상당수가 보툴리눔 균에 감염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해 환경 당국에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실제로 인천시가 이달 초 흰뺨검둥오리 3마리의 사체를 수거해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에 검사를 의뢰한 결과 검사가 불가능한 1마리를 제외한 2마리에서 모두 보툴리즘 양성 판정이 나왔다.

남동유수지에서는 2008년과 2016년에도 보툴리즘 감염이 확산하며 각각 1천600여마리와 700여마리의 조류가 폐사한 바 있다.

저어새네트워크 관계자는 "유수지의 수위를 높여 감염균의 증식을 막고 조류들의 먹이 활동을 방해하는 작업이 지속해서 신속하게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인천시와 남동구는 폐사한 조류를 수거하는 한편 남동유수지와 인근 갯벌 일대를 순찰하며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남동유수지는 국제적인 멸종위기종이자 천연기념물 제205-1호인 저어새가 매년 200여개의 둥지를 틀고 번식을 하는 곳으로 알려졌다.

남동구 관계자는 "환경단체의 요구에 따라 최대한 유수지 수위를 조절하고 있지만, 방재시설인 유수지 특성상 비 예보가 있을 때 수위를 낮출 수밖에 없다"면서 "최대한 빠르게 사체를 수거해 감염병 추가 확산을 막겠다"고 말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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