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분석과 사기범죄 사이, 그 기묘한 곡예…'나이트메어 앨리'

K-DRAMA&FILM / 오보람 / 2022-02-16 17: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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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작품상 '셰이프 오브 워터'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 새 영화
▲ 영화 '나이트메어 앨리' 포스터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영화 '나이트메어 앨리' 속 한 장면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영화 '나이트메어 앨리' 속 한 장면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영화 '나이트메어 앨리' 속 한 장면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정신분석과 사기범죄 사이, 그 기묘한 곡예…'나이트메어 앨리'

아카데미 작품상 '셰이프 오브 워터'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 새 영화

(서울=연합뉴스) 오보람 기자 = 1939년 미국 변두리의 한 카니발. 모든 죄가 용납되는 장소다.

납치한 알코올 중독자를 시켜 살아 있는 닭의 피를 빨아 먹게 하는 쇼가 열리고, 기형아의 사체를 박제해 구경거리로 삼는다. 범법자에게 이력 따위는 묻지 않고 일자리를 주기도 한다. 어두운 과거를 간직한 젊은 남자 스탠(브래들리 쿠퍼 분) 역시 이곳의 일꾼 중 한 명이다.

잡일만 하던 그는 자신이 뛰어난 관찰력을 지녔다는 사실을 깨닫고 동료 피트(데이비드 스트러세언)로부터 다른 사람의 심리를 읽는 기술과 속임수를 배우게 된다. 피트는 이 공연이 악용될 경우 선량한 사람을 해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그러나 스탠은 조언을 무시한 채 비책이 적힌 피트의 노트를 가지고 카니발을 떠난다. 스탠이 사랑하는 여인 몰리(루니 메라)도 세상을 다 주겠다는 그의 말에 길을 따라나선다.

2년 후 스탠은 최고의 쇼맨이 돼 있다. 그를 보기 위해 거금을 낸 고위층 관객들은 공연 때마다 구름떼처럼 모여든다. 하지만 그의 쇼는 마법이 아니라 사기에 가깝다.

몰리가 무대에서 암호를 통해 전달하는 참가자의 정보를 머릿속으로 재빠르게 취합한 뒤, 마치 마음을 읽는 것처럼 연기하는 게 비결이다. 그는 죽은 사람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며 사랑하는 이를 잃은 사람들을 기만하기도 한다.

정신분석과 사기 범죄 사이에서 펼쳐지는 스탠의 곡예는 점점 더 대담해진다. 정신과 박사 릴리스(케이트 블란쳇)와 의기투합한 뒤에는 일대일 상담까지 하면서 더 큰 돈을 벌어들인다. 릴리스에게서 미리 받은 환자 정보를 토대로 이들의 가장 약한 곳을 공략해 마음을 쥐고 흔든다.

그러다 피도 눈물도 없는 재력가 에즈라(리처드 젱킨스)를 고객으로 맞게 되면서 스탠은 크나큰 위기에 처한다. 에즈라의 요청은 오래전 죽은 연인을 보게 해달라는 것. 스탠은 유령을 소환할 수 있을 리 만무하지만, 상담 한번당 쥐어지는 1만 달러가 욕심나 에즈라를 계속해서 만난다.

대면 의식을 차일피일 미루는 스탠에게 에즈라는 결국 최후통첩을 날린다. 스탠은 유령을 꾸며내거나 자신의 생명을 내놓거나 양자택일을 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인다. 그는 인생 최초이자 최대의 쇼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을까.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새 영화 '나이트메어 앨리'는 분위기로 관객을 압도하는 작품이다.

동화적 감성의 전작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과는 사뭇 다르게 기묘한 서스펜스로 가득 차 있다. 어디서 들어본 듯한 이야기인데도 새롭게 느껴지는 힘은 바로 여기서 나온다.

겹겹이 쌓여가는 미스터리와 끝을 모르고 폭주하는 등장인물들은 두 시간을 훌쩍 넘기는 러닝타임 내내 스크린에서 눈을 뗄 수 없게 한다.

특히 예상하기 어려운 충격적 결말은 몸이 떨릴 만큼의 파동을 안긴다. 화려하지만 거짓으로 칠해진 삶을 살았던 남자가 끝내 나락으로 떨어지고 마는 모습은 인생의 허무를 체감하게 하는 동시에 씁쓸한 여운을 준다.

쿠퍼는 아버지에 대한 트라우마로 괴로워하는 아들에서부터 사기꾼, 심령술사, 부랑자로 캐릭터를 변주하며 뛰어난 연기를 보여준다. 영화 '캐롤'에서 연인으로 분했던 블란쳇과 메라 등 다른 배우들의 연기도 하나같이 훌륭하다. 다만 피트의 아내 지나 역을 맡은 토니 콜렛은 이름값치고는 적은 분량만 나와 아쉬움을 남긴다.

오는 23일 개봉. 상영시간 150분. 15세 관람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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