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방염포 옷 입은 석탑…산불 확산에 천년고찰 불영사 비상

Heritage / 손대성 / 2022-03-07 16:4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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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돌봄센터 직원 30여명 대비, 소방차 5대 대기
문화재청 6일 저녁 보물·유형문화재 4점 이송…사찰엔 물 뿌려
▲ 방염포 옷 입은 불영사 삼층석탑 [촬영 손대성]

▲ 불영사에 배치된 소방차 [촬영 손대성]

▲ 한적한 불영사계곡 [촬영 손대성]

▲ 방염포 나르는 문화재돌봄센터 직원 [촬영 손대성]

▲ 인적 끊긴 불영계곡 [촬영 손대성]

[르포] 방염포 옷 입은 석탑…산불 확산에 천년고찰 불영사 비상

문화재돌봄센터 직원 30여명 대비, 소방차 5대 대기

문화재청 6일 저녁 보물·유형문화재 4점 이송…사찰엔 물 뿌려

(울진=연합뉴스) 손대성 기자 = 7일 오후 경북 울진군 금강송면 하원리에 있는 불영사 삼층석탑.

이 석탑은 평소와 달리 누런색 천으로 덮여 있었다.

이 천은 불이 붙었을 때 피해를 막아주는 방염포다.

천년고찰 불영사 주변까지 울진지역 산불이 확산하자 경북북부문화재돌봄센터가 긴급하게 이 같이 조치했다.

불영사는 651년 창건된 유서 깊은 사찰로 여승인 비구니 스님이 거처하는 곳이다.

현재 비구니 스님 15명과 관리직원 8명이 머물고 있다.

그런 만큼 관람객을 제외하면 대다수가 여성으로 구성돼 있다.

그러나 지난 4일 시작된 울진지역 산불이 금강송면을 위협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이곳에도 비상이 걸렸다.

아직 이곳 근처까지는 산불이 번지지는 않았지만 많은 문화재가 있는 만큼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불영사 주변에는 아름드리 금강송이 많이 자생하고 있고 나무 주변에는 바싹 마른 낙엽이 쌓여 있어 불이 붙으면 크게 번질 우려가 있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경북북부문화재돌봄센터 소속 직원 30여명은 이날 사찰 주변 낙엽을 치우고 방화선을 구축했다.

또 대웅전 앞에 있는 불영사 삼층석탑을 누런색 방염포로 둘러싸 산불 피해를 막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소방당국은 사찰 경내에 소방차 2대, 사찰 초입인 일주문에 소방차 3대를 배치해 불을 끄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문화재청은 6일 저녁 보물 '불연' 2점과 보물 '영산회상도', 경북유형문화재 '신중탱화' 등 모두 4점의 문화재를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로 급히 옮겼다.

영산회상도와 신중탱화는 조선 후기 불화이고, 불연은 17세기에 제작된 불교 의례용 가마다.

불영사가 소장한 또 다른 경북 유형문화재 '불패'는 전시를 위해 국립중앙박물관에 있어 이송 대상에서 빠졌다.

사찰 종무소 관계자는 "어제는 무척 바쁘고 힘들었다"며 "지금은 비교적 조용한 편"이라고 말했다.

문화재청은 보물로 지정된 건축물인 '불영사 응진전'과 '불영사 대웅보전'에 미리 물을 뿌려뒀다.

평소라면 불영사와 불영사 주변 계곡을 보기 위해 관람객이 줄을 이었겠지만 현재는 소방이나 문화재 관계자들 외에는 없었다.

조용한 가운데서도 긴장감이 감돌았다.

한 스님은 "불이 확산하면 어떻게 할지 차분하게 대비하고 있다"며 "노스님을 누가 모시고 갈 것인지 등을 미리 정해 놓았고 대피 요령도 익혔다"고 설명했다.

불영사 주변에 있는 불영사계곡도 오가는 사람이나 차량이 드물어 긴장감이 흘렀다.

울진 근남면 행곡리에서 금강송면 하원리까지 15㎞에 이르는 불영사계곡은 명승으로 지정됐을 정도로 경관이 수려한 곳이다.

사시사철 관광객이 끊이지 않는 곳이지만 이날 2곳의 전망대를 비롯해 어디에도 관광객을 찾아볼 수 없었다.

계곡 중간쯤인 불영계곡캠핑장에 이르자 산불 현장에서 나오는 연기가 보였고 불을 끄기 위해 날아다니는 헬기가 보였다.

아직 불영사나 불영사계곡까지 불이 번지지는 않았지만 여전히 긴장할 수밖에 없는 상태란 것을 보여줬다.

허동정 경북북부문화재돌봄센터장은 "불영사 문화재를 보호하기 위해 각종 장비를 싣고 와서 대비하고 있고 미리 사찰 주변을 치워놓았다"며 "불이 이곳까지 확산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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