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낳으면 애국이라 그만 떠들어요"…직설적 가극 '부부 이야기'

Travel / 박원희 / 2025-07-11 14: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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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3일 예술의전당서 초연…남녀 속내 털어놓는 현실적 가사
▲ 가극 '부부 이야기' [오푸스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 가극 '부부 이야기' [오푸스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 가극 '부부 이야기' [오푸스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애낳으면 애국이라 그만 떠들어요"…직설적 가극 '부부 이야기'

11∼13일 예술의전당서 초연…남녀 속내 털어놓는 현실적 가사

(서울=연합뉴스) 박원희 기자 = "애 낳으면 애국이라 그만 좀 떠들어요."

옷, 맥주캔, 리모컨 등 온갖 잡동사니가 늘어진 무대 위에서 신혼을 맞은 남자가 노래한다. 직설적인 가사들이 날아와 귀에 콕콕 박힌다.

지난 10일 서울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리허설을 연 '부부 이야기'는 남녀가 만나 사랑하고 결혼하는 과정을 그린 창작 가극이다.

여자 역의 소프라노 이상은, 남자 역의 베이스바리톤 한혜열, 피아니스트 임효선이 등장해 남녀의 만남을 노래하고 연주한다.

이들이 그린 남녀의 만남은 현실적이다. '부부 이야기'는 남녀의 속내를 솔직하게 털어놓으며 관객의 공감을 자아낸다. 소개팅을 앞두고 남자는 "거절하지 못하다가 우물쭈물 미루다가 무거운 발을 질질 끌며 만나러 가고 있네"라고 하고, 여자는 결혼에 망설이는 연인을 보고 "눈치도 없는 놈이 이상한 고민하네"라고 노래한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란 두 존재가 만나고 같이 사는 게 쉽지 않다는 듯, 주로 남녀의 동상이몽을 표현한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레 남녀의 현실적 고민이 담기면서 가사는 지금의 우리 사회를 꼬집는 말이 된다. "출산율 최저라고 떠들고 난리지만 집값은 고공행진 양육비 미친 거냐", "불쌍한 우리 아이 태어나자마자 이류 시민"이라며 현 저출생 세태를 노래하고 "내가 한국의 화훼농가를 살리고 있구나"라며 과도한 결혼식 비용을 지적한다. '웃픈'(웃기면서 슬프다) 가사들은 직접적으로 보는 이의 마음에 와닿는다. 가사는 봉준수 서울대 영문학과 교수가 썼다. 그는 영화감독 봉준호의 형이다.

두 명의 배우와 하나의 피아노라는 단출한 무대를 여러 연출이 뒷받침한 점도 눈에 띈다. 남녀가 서로 다른 모양으로 의자를 세우는 모습을 통해 만나기 전 서로 다른 생각을 갖고 살아 온 남녀를 드러내고 밧줄로 결혼이라는 일종의 구속을 표현한다. 피아노는 또 한 명의 배우로서 상황에 다층적인 분위기를 부여한다. 남녀 간의 사랑이 이뤄지는 장면에도 피아노 연주에는 불안한 기색이 감돌고, 힘든 맞벌이의 육아에는 경쾌한 리듬감으로 즐거운 순간을 놓치지 않는다. 류재준 앙상블오푸스 예술감독이 작곡을, 오페라를 만들어 온 장서문이 연출을 각각 맡았다.

'부부 이야기'는 11∼13일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초연한다.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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