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주제가 '사랑한 죄로' 취입…"'임이여 나의 곁에'는 실제론 사촌동생이 녹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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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故) 김지미와 최무룡의 음반 '연분홍 핸케취' [박성서 대중음악평론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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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지미가 부른 영화 '붉은 장미의 추억' 주제가 '사랑한 죄로' [박성서 대중음악평론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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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지미가 출연한 영화 주제가 음반들 [박성서 대중음악평론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김지미, 생전 주연 영화 OST 불러…최무룡과 음반 커버도 장식
영화 주제가 '사랑한 죄로' 취입…"'임이여 나의 곁에'는 실제론 사촌동생이 녹음"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지난 7일 세상을 떠난 배우 김지미는 한국 영화계 르네상스였던 1960년대에 음반도 낸 '멀티 엔터테이너'였다.
박성서 대중음악평론가는 11일 "김지미가 음반을 냈다는 것은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로, 자신이 출연한 영화 주제가를 직접 녹음한 이력이 있다"고 밝혔다.
이 노래는 1962년 개봉한 노필 감독의 영화 '붉은 장미의 추억' 주제가 '사랑한 죄로'다. 영화는 누명을 쓴 탈옥수와 아버지를 찾는 여가수의 로맨스를 그린 작품으로, 김지미는 신영균과 함께 주인공으로 호흡을 맞췄다. '붉은 장미의 추억'은 지난 2023년 백재호 감독이 리메이크하기도 했다.
'사랑한 죄로'가 수록된 음반은 신세기축음에서 영화 홍보를 위한 비매품 7인치 규격으로 발매됐다. 일반 LP보다 작은 이른바 '도넛판' 음반으로, 극장 관객에게 나눠주는 사은품으로 배포됐다고 한다. 이 음반 재킷 하단에는 가창자 김지미의 이름이 한자(金芝美)로 적혀 있다.
김지미는 이 밖에도 직접 노래를 부르지는 않았지만, 당대 톱스타였던 만큼 자신이 출연한 많은 영화 주제가의 음반 커버를 장식했다.
특히 관심을 끄는 음반은 김지미가 지난 1964년 배우 최무룡과 함께 발표한 '연분홍 핸케취(Handkerchief)'다. 당시는 김지미·최무룡의 로맨스와 일거수일투족이 화제를 모으던 시기로, 음반 마케팅에 이를 활용하려던 기획이었다.
오메가레코드사에서 제작한 이 음반에는 김지미와 최무룡이 다정하게 노래하는 모습이 커버 이미지로 담겼다.
이 음반 트랙리스트에는 김지미의 솔로곡 '임이여 나의 곁에'와 김지미와 최무룡의 듀엣곡 '우리들은 젊은 한 쌍'이 수록된 것으로 표기돼 있다.
하지만 세간에 잘 알려지지 않았던 이 음반이 가요 연구자들 사이에서 흥미를 끈 이유는 따로 있었다.
이 곡에 담긴 음색, 가창력이 2년 전 발표한 '사랑한 죄로'와 너무 달랐다는 점이다.
박성서 평론가는 "'임이여 나의 곁에'는 김지미의 이름으로 발표됐지만, 실은 그의 사촌 동생인 김영자 씨가 녹음했다"며 "영화가 성우 더빙으로 제작돼 스타의 '진짜' 목소리를 대중이 알기 어려웠던 1960년대였기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말했다.
'임이여 나의 곁에'는 또한 14년 뒤 발매된 조경수의 히트곡 '행복이란'과 가사와 멜로디가 거의 같다. 두 곡이 같은 원작자의 곡을 토대로 녹음됐기 때문이라고 박 평론가는 설명했다.
김영자 씨는 지난 2009년 박 평론가와의 인터뷰에서 "(1960년대 당시) 노래 녹음 제의를 받고 여러 곡을 연습하던 중, 어릴 때 원작자에게 직접 배웠던 노래가 생각나 들려줬는데 좋다고 해서 녹음한 것이 '임이여 나의 곁에'"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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