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대 메시지 담은 '또 다른 곳'…"철들며 주변 향한 관심 커져"
'물이 되는 꿈' 브라질어로 재녹음…"20년 터울 외국인 동생 낳은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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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수 루시드폴 [안테나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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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루시드폴 정규앨범 '또 다른 곳' [안테나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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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싱어송라이터 루시드폴 [안테나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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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또 다른 곳' 발매한 루시드폴 [안테나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정규 11집 낸 루시드폴 "음악으로 연대를 말하고 싶었죠"
연대 메시지 담은 '또 다른 곳'…"철들며 주변 향한 관심 커져"
'물이 되는 꿈' 브라질어로 재녹음…"20년 터울 외국인 동생 낳은 느낌"
(서울=연합뉴스) 최주성 기자 = "저는 배제하고, 잘라내고, 혐오하는 정서가 세상에 별로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세계의 여러 사람과 같이 음악을 만들면서 세상이 더 나은 곳으로 나아갈 수 있다면 좋겠다 싶었어요."
싱어송라이터 루시드폴은 자신이 바라보는 세상이 크게 세 가지 우주로 나뉘어 있다고 설명한다.
첫째는 나의 우주, 둘째는 나와 직접적 연관이 있는 이들의 우주, 셋째는 나와 간접적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의 우주다. 세 번째 우주에는 멀리 떨어진 나라에 사는 누군가, 남극에 사는 펭귄을 비롯한 존재들이 속해 있다고 한다.
그는 그러면서 최근 일견 자신과 관계가 없어 보이는 세 번째 우주를 향한 관심이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정규 11집 '또 다른 곳'에도 세 번째 우주를 향한 연대의 마음을 담았다고 밝혔다.
루시드폴은 7일 소속사 안테나 사옥에서 기자들을 만나 "갈수록 두 번째 우주에 많은 에너지를 쏟게 되다 보니 에너지를 세 번째 우주로 분산하고 싶었다"며 "전 지구적으로 일어나는 일들이 우리와 관련 없지 않다는 이야기를 담았다"고 말했다.
이날 발매되는 '또 다른 곳'에는 타이틀곡 '꽃이 된 사람'을 비롯해 디스토피아를 향해가는 지구를 노래한 '피에타', 팔레스타인의 민중을 생각하며 쓴 '늙은 올리브나무의 노래' 등 연대와 응원의 메시지를 담은 노래 9곡이 담겼다.
그 가운데 '레미제라블 파트 3'는 2009년 발표한 전작에서 16년 만에 이어지는 연작으로, 세계 각지의 시민들이 저항하는 소리를 노래의 일부로 활용했다.
루시드폴은 "최근 우리나라를 포함해 통치자에 저항하는 움직임이 세계적으로 많이 일어나는 상황에서 자연스레 쓰게 된 노래"라며 "'레미제라블'이라는 뜻이 가난하고 비루한 민중을 칭하는 말이었지만, 사실 정말 비루한 이는 시민들을 억누르려 하는 통치자가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루시드폴은 아르헨티나 출신 연주자, 스페인 출신 기타리스트 등 세계의 음악가들과 곡을 작업하며 음악을 통한 연결의 가능성을 떠올렸다고 말했다.
그는 "앨범 커버 사진은 칠레 작가가 촬영했고, 음반에 동봉된 해설지는 일본 작가가 써준 것"이라며 "다른 곳에 살고 있어도 음악으로 연대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서 이를 음악으로 구현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타이틀곡은 사랑의 본질을 노래하는 '꽃이 된 사람'이지만, 루시드폴은 자신의 선호와 관계없이 투표로 타이틀곡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앨범 수록곡들은 현재 화두를 음악으로 만든 것이기에 특별한 콘셉트를 가지고 있지는 않다고 했다.
그에게 개인적으로 의미가 있는 곡은 2005년 발표했던 '물이 되는 꿈'을 포르투갈어 버전으로 재녹음한 '아구아'(Agua)다. 지난 2020년 '물이 되는 꿈'의 가사를 그림책으로 엮어 발간했던 그는 올해 브라질에 그림책 번역본을 발간하는 과정에서 '아구아'의 아이디어를 떠올렸다고 돌아봤다.
루시드폴은 "포르투갈어로 번역된 가사를 보는데 내가 쓴 가사 같지 않고, 이 곡으로 원곡을 다시 부를 수 있을까 하는 엉뚱한 상상이 들었다"며 "원곡 멜로디를 브라질어 가사 음절에 맞게 수정해 다시 불러봤다. 20년 전 지은 집을 리모델링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물이 되는 꿈'이 20년 된 노래라 20살 터울 외국인 동생을 하나 낳은 느낌"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1998년 밴드 '미선이'로 가요계에 데뷔한 루시드폴은 2001년부터 솔로로 음반을 발표하고 있다. 10여년 전 제주도에 정착한 뒤에는 유기농 농법으로 귤밭을 가꾸고, 주변에서 채집한 자연의 소리를 활용한 앰비언트 뮤직을 발표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나이가 들면서, 제주도에서 10년 넘게 살면서, 혹은 철이 들면서 저보다는 주변에 관심이 커졌다는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2∼3년 간격으로 꾸준히 음반을 발매하겠다는 목표를 지켜가고 있다는 루시드폴은 '나를 둘러싼 시공간을 변화시키는 음악'을 지향한다고 말했다.
"좋은 음악은 듣기 전과 후의 공기가 달라지는 듯한 느낌을 줘요. 음악이 나를 둘러싼 불안과 유혹을 잠시 차단하고, 내면을 정화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죠. 그게 곧 음악의 힘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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