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외교관으로 22년…오지랖 여사라 불려도 사명감으로 해냈죠"

General / 박현수 / 2025-09-03 13:2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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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아 한불문화교류협회장 인터뷰
한류 없던 시절부터 춘향전·한지로 세계 무대 열어 프랑스 공로 훈장
▲ 이미아 한불문화교류협회장 (서울=연합뉴스) 박현수 기자 = 2일 연합뉴스와 인터뷰 하고 있는 이미아 한불문화교류협회장. 2025. 9. 2. phyeonsoo@yna.co.kr

▲ 재외동포청 후원 제17회 평화 콘서트 포스터 [한불문화교류협회 제공]

▲ 프랑스 정부 문화예술 공로훈장 받는 이미아 회장 (서울=연합뉴스) 2013년 7월 프랑스 정부로부터 문화예술 공로훈장을 받는 이미아(오른쪽) 회장. 훈장을 달아주는 이는 발레리 지스카르 데스탱 전 프랑스 대통령이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 제16회 평화 콘서트에서 가수 소향이 공연하는 모습 [한불문화교류협회 제공]

"민간외교관으로 22년…오지랖 여사라 불려도 사명감으로 해냈죠"

이미아 한불문화교류협회장 인터뷰

한류 없던 시절부터 춘향전·한지로 세계 무대 열어 프랑스 공로 훈장

(서울=연합뉴스) 박현수 기자 = "민간 외교관으로 22년째 한국 문화를 세계에 알렸어요. 대한민국 위상을 높이는 게 제 삶이에요."

프랑스에서 한국 문화를 전파하며 '민간 외교관'으로 불리는 이미아(57) 한불문화교류협회 회장은 최근 여성가족부 주최 세계한민족여성네트워크(KOWIN) 대회 참석차 한국을 방문해 2일 연합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 회장은 2003년 비영리법인 '한국의 메아리'(Echos de la Coree)를 설립, 22년간 한국 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데 헌신해왔다. 한불 문화교류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3년 프랑스 정부가 주는 최고 문예훈장과 한국 정부의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재외동포청 후원으로 오는 26일 파리 유네스코 본부에서 열리는 제17회 평화 콘서트는 그의 대표적 행사다. "17년째 매년 열리며 한국 문화를 보급하고 한반도 평화를 기원해요. 조수미, 백건우 같은 거장들이 신진 아티스트와 협연하며 유망주들을 키웠어요."

올해 주제는 '빛의 길'. 한인들이 중심이 된 프랑크푸르트 기반 70명 오케스트라·합창단, 프랑스 천재 첼리스트, 스페인 피아니스트가 참여한다. "작년엔 가수 소향이 프랑스 공군 오케스트라와 협연했죠. 193개국 외교 사절을 초대하는데, 40~80개국 대사와 외교사절단이 참석해요."

그는 프랑스 고위 인사들과의 네트워크를 강조하며 "현직 장관, 참모총장이 축사하고, 각국 대사들이 참석하는 행사 규모로 인해 한국대사관 주최 행사나 한국문화원장으로 오해받기도 한다"고 했다.

이 회장이 '한국 알림이'로 발을 딛게 된 계기는 2001년 국립대인 에브리(EVRY) 대학 한국어 전문 강사로 일할 때 받은 충격 때문이다.

"학생들에게 한국에 대한 리포트 과제를 내주자 50여명의 수강생 대부분이 북한의 열악한 인권 상황 등을 주제로 리포트를 제출하는 거예요. 프랑스에서 한국은 당시 '노스 코리아'보다 알려지지 않아서 충격이었죠. 그래서 한국 문화를 제대로 알리자고 결심했어요."

이후 2003년 한·불 문화교류협회(Echos de la Coree·한국의 메아리)를 설립해 다양한 문화 공연과 각종 전시회를 기획해 열고 있다.

처음엔 한국어를 배우던 학생들을 대상으로 김밥 만들기, 한복 체험, '고향의 봄' 노래 가르치기 등 소규모 행사로 시작했다. "파리 목사님들, 주재원들에게 한복 빌려 학생들에게 입히고 세배 연습을 시켰죠. 그게 단체 설립의 씨앗이었어요."

첫 사업으로 한국 오페라 '춘향전'을 유치해 파리 모가도르 극장에서 선보였다. "1년 반 준비 끝에 2천400석이 이틀 연속 매진됐어요. 프랑스 피가로, 라디오 클래식에서 '한국에도 서양 오페라가 있다'며 떠들썩했죠."

당시 조수미 외에 한국인 가수가 주목받기 전, 한국 소프라노의 아리아(사랑가)를 생방송으로 소개하며 현지인을 사로잡았다. 이후 파리시와 공동으로 진행한 한지 페스티벌, 발레 '심청', 2006년 한불 수교 120주년 기념 대형 조각 전시 등 굵직한 행사를 유치하고 주최했다. "한국 조각가 작품이 프랑스 라데팡스 신도시 광장에 영구 전시되고, 프랑스 국영방송 골든타임 특집으로 방영됐어요. 유네스코 본부에서는 한국대표부의 의뢰로 비빔밥 퍼포먼스도 했고요."

이 회장의 활동은 문화에 국한되지 않았다. 대구·경북 로봇 클러스터와 프랑스 로봇연합회 간 MOU 체결, 여수박람회 명예 홍보대사·부산 엑스포 유치 지원, 농수산물유통공사 파리 이전 지원 등 여러 방면에서 '길 닦는 사람'(웨이 메이커)으로 활약했다.

그는 "해외 나가면 모두가 애국자가 된다"며 지난 4년간 재불한인여성회 회장으로 회원들과 함께 매년 700~800㎏씩 김치를 담가 유학생, 어르신들에게 나눠준 김치가 3t도 넘는다고 했다.

내년 한불 수교 140주년을 앞두고 대사 공석 상황에 우려를 표하며 그는 "120·130주년 행사를 성공시킨 경험자로서, 지금쯤이면 양국이 분야별 수교행사 준비에 대한 아젠다 발표가 나와야 한다"며 "저희는 140주년과 연계한 내년, 제18회 평화 콘서트도 미리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활동 중 어려움도 솔직히 밝혔다. 프랑스인 남편이 그만하라며 매년 벤츠 한 대 값에 해당하는 지원을 끊자, 이 회장은 회사에 취직해 자금을 마련하며 4년째 자립 운영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오지랖 여사'라 불리지만, 사명감 때문"이라고 말했다.

인터뷰 말미, 그녀는 성경 속 이삭의 우물 이야기를 언급했다.

"방해 세력도 많았지만, 우물 파듯 인내했어요. 하나님 믿음으로 버텼죠. 50대 중반을 넘기며 100명 중 90명이 지지하고, 10명이 반대하는 것은 긍정적 현상이니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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