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40만년 전 유적서 나온 '골기' 10만년 앞선 기술 보여

Heritage / 엄남석 / 2021-08-31 15:4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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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뼈 많이 다뤄 제작기술 발달한 듯…도구 주인은 네안데르탈인
▲ 카스텔 디 귀도에서 발굴된 가죽처리 도구 '리스와'와 비슷한 골기 [Villa et al. 2021 PLOS ONE, https://journals.plos.org/plosone/article?id=10.1371/journal.pone.0256090 / 재판매 및 DB 금지]

▲ 카스텔 디 귀도에서 발굴된 골기(스케일바 5㎝) [Villa et al. 2021 PLOS ONE, https://journals.plos.org/plosone/article?id=10.1371/journal.pone.0256090 / 재판매 및 DB 금지]

▲ 카스텔 디 귀도 발굴 현장 [Villa et al. 2021 PLOS ONE, https://journals.plos.org/plosone/article?id=10.1371/journal.pone.0256090 / 재판매 및 DB 금지]

이탈리아 40만년 전 유적서 나온 '골기' 10만년 앞선 기술 보여

코끼리뼈 많이 다뤄 제작기술 발달한 듯…도구 주인은 네안데르탈인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이탈리아 선사 유적지에서 발굴된 코끼리 뼈로 만든 도구가 약 10만년 뒤에나 일반화된 기술을 가졌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볼더 콜로라도대학교 자연사박물관의 고고학자 파올라 빌라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로마 인근 '카스텔 디 귀도' 유적지에서 발굴된 동물 뼈로 된 골기(骨器)를 분석한 결과를 미국 공공과학 도서관(PLoS)이 발행하는 개방형 정보열람 학술지 '플로스 원'(PLOS ONE)에 발표했다.

카스텔 디 귀도에 대한 발굴은 1979~1991년에 이뤄졌다.

발굴물에 대한 아르곤 동위원소 연대측정 결과, 약 40만년 전 것으로 밝혀졌는데 당시에는 이곳에 실개천이 흘러 키가 약 4m에 달하는 곧은 상아 코끼리(Palaeoloxodon antiquus)들이 물을 마시러 찾아오던 곳으로 분석됐다.

이 코끼리들이 주변에서 자연사하면서 원시 인류가 살을 발라내고 뼈를 이용해 뗀석기와 같은 도구를 만들어 사용했던 것으로 추정됐다.

연구팀은 카스텔 디 귀도에서 발굴된 골기가 98점에 달해 지금까지 연구된 뗀 골기로는 가장 많을 뿐만 아니라 각 골기가 한 사람이 만든 것처럼 표준화되고 체계적인 방식으로 제작돼 앞선 기술을 보인 것으로 분석됐다.

빌라 박사는 "코끼리에서 나온 긴 뼈를 (홈을 파고 날이 있는 쐐기와 같은 도구를 박고 여러 번 가격하는 등) 표준화된 방식으로 잘라 필요한 도구를 만들 수 있는 반가공품을 만들었다"면서 "이런 방식은 훨씬 뒤에나 일반화된 기술"이라고 했다.

특히 길쭉한 동물 뼈의 한쪽 끝을 매끄럽게 한 '리스와'(lissoir)와 비슷한 도구도 발굴돼 각별한 관심을 받고 있다. 리스와는 화석 인류인 네안데르탈인이 동물 가죽을 부드럽게 만들 때 사용한 도구로 약 30만 년 전 쯤에야 널리 퍼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카스텔 디 귀도 유적이 유럽에 네안데르탈인이 출현하고 불을 제대로 사용할 줄 알게 된 시점과 비슷한 때 형성된 것으로 분석하면서, 코끼리 뼈로 골기를 제작한 선사 인류가 네안데르탈인일 것으로 추정했다.

연구팀은 카스텔 디 귀도의 골기가 동물 뼛조각을 있는 그대로 사용하던 다른 지역에 비해 기술적으로 앞섰던 것은 사실이나 이를 만든 선사 인류의 인지 능력이 특별히 더 뛰어나 나타난 결과는 아닌 것으로 분석했다.

지적 능력보다는 주변에 석기를 만들 수 있는 돌 대신 코끼리 뼈가 널려있어 이를 많이 다루다 보니 더 정교한 기술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빌라 박사는 "카스텔 디 귀도의 선사 인류가 복잡한 골기 제작기술을 발전시킬 만한 인지 능력을 갖췄다"면서 "다른 그룹에서도 몇 점의 골기를 만들 동물 뼈는 있었지만, 표준화하고 체계적인 제작 기술로 발전시킬 만큼 많은 뼈를 갖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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