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법 아시죠?" 공대 출신 피아니스트 하야토의 기발한 감상법

General / 강애란 / 2023-07-25 10:3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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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 번호 조명으로 1·2·4·8 표시…그랜드와 업라이트 피아노 오가며 연주
▲ 피아니스트 스미노 하야토 [마스트미디어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피아니스트 스미노 하야토 [마스트미디어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피아니스트 스미노 하야토 [마스트미디어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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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법 아시죠?" 공대 출신 피아니스트 하야토의 기발한 감상법

곡 번호 조명으로 1·2·4·8 표시…그랜드와 업라이트 피아노 오가며 연주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기자 = "뜬금없지만, 수학 좋아하세요? 저 수학 이야기 조금 할게요."

지난 24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일본 피아니스트 스미노 하야토(28)의 리사이틀에서는 난데없이 수학 이야기가 튀어나왔다.

공대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2021년 쇼팽 콩쿠르에서 준결승에 진출하며 세계의 이목을 끈 하야토는 2부 중간 마이크를 들고 서툰 한국말로 이렇게 말했다.

통역사를 무대로 불러낸 하야토는 "클래식과 현대음악을 자유롭게 왔다 갔다 하는데 곡의 순서는 제가 정했다. 짧은 곡들이 계속 바뀌는 데다 즉흥연주도 섞여 있어 언제 어떤 곡을 연주하는지 알기 힘들다"며 "저는 조명으로 작품번호를 나타내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천장에 매달려 피아노 위까지 내려온 조명 4개를 가리키며 "이진법 아시나요?"라고 물었다.

그는 "오른쪽 전구부터 1, 2, 4, 8 숫자를 나타낸다. 이 전구가 켜진 숫자를 더하면 지금 연주하는 곡이 몇 번 곡인지 알 수 있다"며 "재밌게 들어주세요"라고 부탁했다.

도쿄대 정보과학 및 기술 대학원 총장상까지 받은 인재에 개성 있는 연주로 120만명 구독자를 지닌 유튜버라는 독특한 이력을 지닌 피아니스트다운 참신하고 새로운 제안이었다.

2부 남겨진 곡은 바흐의 '인벤션' 중 4번, 13번, 14번과 우크라이나 출신의 현대음악 작곡가 카푸스틴의 '8개의 연주회용 연습곡' 전곡으로 총 11개였다.

하야토가 피아노 앞에 앉아서 연주를 시작하자 4개 조명 중 가장 오른쪽 조명에만 불이 들어왔다. 정답은 카푸스틴의 '8개의 연주회용 연습곡' 중 1번.

이후 하야토는 카푸스틴의 2번, 3번을 차례로 연주해나가다 바흐의 '인벤션' 13번으로 훌쩍 뛰어넘었다. 조명은 오른쪽에서부터 첫 번째(1), 세 번째(4), 네 번째(8)가 켜졌다. 조명이 의미하는 수의 합은 정확히 13이었다.

관객들은 조명이 꺼졌다 새로운 조합으로 켜질 때마다 저마다 머릿속으로 곡 번호를 계산했다. 곡이 바뀔 때마다 프로그램 책자를 들여다보며 어떤 곡인지 확인하는 관객도 있었다.

11곡의 연주가 모두 끝난 뒤 객석에서는 박수와 환호가 터져 나왔다. 연주도 훌륭했지만, 관객들이 공연을 즐길 수 있도록 기발한 감상법을 제시한 연주자의 재치에 대한 감탄과 고마움의 표시였다.

이날 하야토는 2대의 피아노를 연주하며 피아노의 다채로운 매력도 알렸다. 1대는 보통 클래식 공연에 쓰이는 그랜드 피아노, 다른 1대는 가정이나 학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업라이트 피아노였다.

업라이트 피아노는 건반과 연결된 현을 수직으로 세운 보급형 피아노로 공간을 덜 차지하지만, 소리의 울림은 비교적 약한 편이다. 하야토는 이 업라이트 피아노 현에 펠트를 부착해 피아노 소리를 좀 더 몽환적으로 만들었다. 이런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서인지 하야토가 업라이트 피아노를 연주할 때는 무대 조명도 좀 더 어두워졌다.

하야토는 프로그램 책자를 통해 "콘서트에서 잘 사용되지 않지만, 업라이트 피아노가 가진 부드럽고 몽환적인 음색은 마치 좁은 방에서 혼자 연주하는 것 같은 아늑한 기분을 준다"며 "이번 공연을 통해 두 피아노가 가진 소리의 차이에도 귀 기울여 달라"고 말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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