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심판'의 묵직한 질문…제작진 "어른들 역할에 대한 메시지"

General / 강애란 / 2022-03-15 14:4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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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종찬 감독·김민석 작가 인터뷰…"소년범죄는 실타래처럼 얽혀있어"
"아이들 괴물처럼 보이지 않게 수위 조절…우리 사회의 관심 필요"
▲ 왼쪽부터 홍종찬 감독, 김민석 작가 [넷플릭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드라마 '소년심판' [넷플릭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드라마 '소년심판' [넷플릭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드라마 '소년심판' [넷플릭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소년심판'의 묵직한 질문…제작진 "어른들 역할에 대한 메시지"

홍종찬 감독·김민석 작가 인터뷰…"소년범죄는 실타래처럼 얽혀있어"

"아이들 괴물처럼 보이지 않게 수위 조절…우리 사회의 관심 필요"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기자 = 소년은 왜 범죄를 저질렀나, 소년은 합당한 처벌을 받았는가, 소년은 반성하는가, 범죄가 소년만의 책임인가.

단순히 소년범죄 사건에서 그치지 않고 그들을 범죄로 내몰거나 방치하는 환경과 사회 시스템까지 들여다보는 넷플릭스 시리즈 '소년심판'은 무거운 질문을 던진다.

'소년심판'을 연출한 홍종찬 감독과 시나리오를 집필한 김민석 작가는 최근 연합뉴스와 서면으로 한 인터뷰에서 이런 질문들을 시청자들과 함께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시나리오가 완성되기까지 4년이 걸렸다. 김 작가는 전국을 돌아다니며 소년원, 소년분류심사원, 6호 시설, 청소년 회복센터, 지방법원을 찾아 판사, 조사관, 시설관계자, 변호사 등을 만났다.

김 작가는 "우리나라에 생각보다 좋은 어른들이 많다는 것을 느꼈고, 그래서 취재를 마치고 돌아갈 때면 나 자신이 부끄럽고 발걸음이 너무 무거웠다"며 "보도되는 소년 사건의 기사 몇 줄, 사건의 단면을 전부라 믿었던 나를 돌아보며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었다"고 고백했다.

이어 "법원뿐 아니라, 수사기관, 시설장, 법원과 연계된 병원 등에서 꼭 한두 분씩은 '나마저 이 손을 놓으면 아이들은 또다시 길거리를 떠돌 것'이란 생각으로 온 마음을 다했다"며 "하지만 그분들의 열정에 비해 사회 시스템은 너무 열악했고, 3∼5부에 등장하는 가정폭력 사건과 청소년 회복센터 에피소드가 그 대표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소년범죄를 다루면서 가장 중점을 둔 것은 가해자, 피해자, 판사 등 다양한 이들의 이야기를 균형감 있게 담는 것이었다.

김 작가는 "모든 소년 사건은 실타래처럼 얽혀있다"며 "사회적 제도, 가정환경, 친구 관계, 여러 가지가 엮여 소년범죄가 일어난다"고 말했다.

이어 "환경에 밀려 범죄에 물든 아이들도 있고, 성범죄 같은 악랄한 범죄를 저지르는 소년도 있다"며 "이게 현실인데, 우리 어른들이 이런 현실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메시지를 담고 싶었다"고 말했다.

홍 감독 역시 "'소년범죄를 강력하게 처벌하자', '소년법을 폐지하자', '촉법소년 연령을 낮추자' 등의 태도보다는, 소년범죄의 피해자는 누구나 될 수 있고 나의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졌으면 했다"고 덧붙였다.

작품에 네명의 서로 다른 유형의 판사를 등장시킨 것도 이 때문이다.

잘못에는 처분이 따라야 한다고 냉정하게 말하는 주인공 심은석(김혜수 분)과 소년에게 기회를 주면 제자리를 찾을 것이라고 믿는 차태주(김무열), 소년법의 초점은 교화라는 소신을 지키는 강원중(이성민), 소년사건은 속도전이라며 재판을 빠르게 종결시키는 나근희(이정은) 판사는 각기 다른 시각으로 소년범죄를 바라본다.

김 작가는 각기 다른 가치관을 가진 판사들의 격렬한 대립을 통해 최대한 감정을 배제한 채 균형을 지키면서 본질적인 이야기에 접근하고 싶었다고 했다.

에피소드를 보면 초등학생 살인사건과 한 가장을 사망케 한 미성년자 무면허 운전사고, 시험지 유출사건, 집단 성폭행 사건 등 실제 벌어졌던 사건을 연상케 하는데, 홍 감독은 "상상을 통해 창작된 이야기"라고 선을 그었다.

범죄를 다룬 작품이지만, 폭력적이거나 선정적인 장면들은 비교적 직접적으로 묘사되지 않았다.

홍 감독은 "김 작가는 소년범들의 범죄를 초점으로 괴물 같은 아이들로 부각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는데, 저도 소년범을 표현하고 수위 조절을 할 때 이를 기준으로 잡고 연출적인 부분을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소년범들의 말투나 이들이 쓰는 언어와 행동에서 나오는 속어나 욕이 일상적인 대사에 나올 수밖에 없었다"며 "소년범들의 범죄를 사실적으로 표현하면서도 과하거나 불편하게 표현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고 전했다.

또 홍 감독은 연출적인 면에서 작품의 의미와 재미 사이에서 고민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영상이 크고 화려하지는 않은 대신, 캐릭터의 진심이나 등장인물 간의 대립 혹은 대사 등의 표현에 공을 들였다고 했다.

그는 "작품이 의미만 있고 재미가 없다면 사람들이 봐주지 않을 테니 연출자로서 부담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누군가는 지루하고 무겁게 느낄 수 있을 것 같은 부분을 피해가지는 않고, 양념을 더하거나 무언가를 덜어내지 않았다"며 "편집으로 템포 있게 만들면 작품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와 멀어진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사실 홍 감독과 김 작가는 무겁고 어두운 소재를 다룬 데다가 국가마다 법 감정이 다르기 때문에 글로벌 흥행은 기대하지 않았다고 했다.

'소년심판'은 공개 이틀 만에 넷플릭스 TV 프로그램 부문 전 세계 10위에 올랐고, 이달 첫째 주에는 넷플릭스 비영어권 드라마 부문에서 전 세계 시청 시간 1위를 차지했다.

김 작가는 "한국적인 이야기지만, 결국 아이들의 이야기이자 우리 사회의 이야기"라며 "가깝게는 나의 가정, 학교, 미래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공감해준 것 같다"고 말했다.

두 사람이 작품을 만들며 공통되게 느꼈던 점은 소년 범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의 필요성이다. '소년심판'이 그 관심의 시작점이 됐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홍 감독은 "이 사회를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서, 부모로서 바라본 가장 큰 문제점은 무관심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점점 이웃이나 마을의 개념이 사라지고 굉장히 개인적이고 이기적인 사회로 가고 있는데, 어떤 아이가 어려움에 처한다면 누구든 손 내밀어 줄 수 있다면 법적인 시스템을 떠나서 소년범들의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작가는 "작품을 보고 분노를 하거나, 가슴이 먹먹하거나, 어떤 감정의 소용돌이를 느꼈다면, 이 감정에 대해 주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눴다면, 우리 작품은 역할을 다했다고 본다"고 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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