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벤느망'·'스펜서' 잇따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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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왓챠/그린나래미디어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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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레벤느망' [왓챠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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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스펜서' [그린나래미디어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나를 지키는 목숨 건 투쟁…'여성에 대한 억압과 속박' 두 영화
'레벤느망'·'스펜서' 잇따라 개봉
(서울=연합뉴스) 한미희 기자 = '나'를 찾고 지키는 일은 때로 목숨을 건 투쟁이 된다. 사회적, 제도적 감시와 틀 속에 속박당한 여성일수록 그렇다.
프랑스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아니 에르노(82)와 영국의 전 왕세자비 다이애나 스펜서(1961∼1997)가 겪어야 했던 그 투쟁과 선택을 담은 영화 '레벤느망'과 '스펜서'가 잇달아 관객을 만난다.
포스터를 가득 채운 주연 배우의 눈빛과 시선만큼 강렬하고 깊이 있는 열연이 돋보이는 작품들이다.
◇ 아이와 인생을 바꾸지 않겠다…'레벤느망'
오는 10일 개봉하는 '레벤느망'은 에르노가 자신의 임신 중절 경험을 담은 에세이 '사건'을 원작으로 한 영화다.
작가를 꿈꾸는 똑똑하고 촉망받는 대학생 안(아나마리아 바르토로메이 분)은 원치 않았던 임신 사실을 알게 된다. 임신 중절이 불법이던 1960년대 초, 아이를 낳으면 미혼모가 되고, 낳지 않으면 감옥에 가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영화는 안이 임신 사실을 알게 된 이후부터 한주 한주 흘러가는 시간을 따라가며 안의 신체적 변화와 절박한 심경까지 고스란히 관객과 공유한다.
안은 '인생은 나의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위험한 선택을 하지만 부모에게 털어놓지도, 친구에게 도움을 받지도 못한다. 처음 찾아간 의사는 안의 도움 요청을 거절하고, 다른 의사는 낙태 주사로 속여 태아에게 도움이 되는 주사를 맞게 한다.
고립된 채 자신을 지키기 위해 몸부림치는 안의 혼란과 좌절, 분노와 고통은 자신의 몸에 대한 선택권을 빼앗긴 여성들의 싸움이기도 하다.
영화는 1975년 프랑스에서 낙태를 처벌하지 않는 법이 통과되기 전까지 여성들이 원치 않는 임신을 끝내기 위해 선택해야 했던 잔혹한 방법들을 사실적으로 보여줌으로써 여전히 세계 곳곳에서 논쟁으로 남아있는 낙태 문제를 환기한다.
안을 연기한 배우 아나마리아 바르토로메이는 강단 있는 얼굴로 흡인력을 발휘한다.
에르노의 원작을 각색해 연출한 오드리 디완 감독은 두 번째 장편인 이 영화로 봉준호 감독이 심사위원장을 맡았던 지난해 베네치아국제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았다.
상영시간 100분. 15세 이상 관람가.
◇ 왕비가 되지 않겠다…'스펜서'
16일 개봉하는 '스펜서'는 다이애나가 10여 년의 불행한 결혼 생활과 왕실과의 불화 끝에 이혼을 결심하게 되는 사흘 동안의 이야기를 담았다.
왕실 가족들이 샌드링엄 별장에 모여 크리스마스를 보내는 실제 관습을 모티브로 삼아 그 안에서 다이애나가 홀로 겪어낸 시간과 고통을 상상력으로 그려낸다.
결혼 전부터 찰스 왕세자의 불륜을 알았던 다이애나(크리스틴 스튜어트)는 두 아들을 낳고 견디며 살아온 10년 동안 몸과 마음이 모두 피폐해졌다.
크리스마스이브, 경호원도 없이 혼자 차를 운전하다 길을 잃고 뒤늦게 별장에 도착한 다이애나를 정중하게 맞아주는 이도 없다.
크리스마스 동안 잘 먹고 즐기면서 몸무게를 늘이는 '전통'을 따라야 한다며 체중계에 오를 것을 강요하는 별장의 책임자 그레고리 소령(티머시 스폴) 앞에서 실소와 분노를 터뜨려보지만 아무 소용이 없다.
유일하게 다이애나를 웃게 하는 두 아들과 보내는 짧은 시간 외에는 홀로 겉돌며 극도의 불안과 환영에 시달린다.
찰스(잭 파딩)가 다른 여자에게도 선물한 진주 목걸이를 억지로 하고 앉은 식탁 앞에서는 목걸이를 끊어 진주알을 삼키는 상상을 하다 구토하고, 남편 헨리 8세에게 처형당한 앤 불린의 환영을 마주하기도 한다.
영화는 다이애나의 혼란스러운 마음과 시선, 고통을 깊이 들여다보며 자신을 옭아맸던 굴레를 벗어던졌지만 결국 불행하게 생을 마감한 고인을 추모하는 듯하다.
어린 나이에 대중과 언론, 파파라치의 지나친 관심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경험을 공유한 배우 크리스틴 스튜어트가 오롯이 다이애나에 몰입한 연기를 선보이며 생애 첫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미국 퍼스트레이디 재클린 케네디(영화 '재키'), 칠레 시인 파블로 네루다(영화 '네루다') 등 실존 인물을 스크린에 담아 온 칠레 감독 파블로 라라인이 연출했다.
상영시간 116분. 12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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