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꼬리수리는 먹이다툼 치열한 동물…남대천서 가족처럼 먹이 양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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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치열한 먹이 다툼 [연합뉴스 자료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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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흰꼬리수리 성조(오른쪽)와 유조의 먹이 나눔 [촬영 유형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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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조(왼쪽)와 유조가 자리를 바꿔 먹이를 나눔 [촬영 유형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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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냥 나선 흰꼬리수리 [촬영 유형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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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흰꼬리수리 성조(오른쪽)와 유조 [촬영 유형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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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흰꼬리수리의 먹이 사냥 [촬영 유형재] |
[유형재의 새록새록] "다툼인가, 양보인가" 그들의 수상한 관계
흰꼬리수리는 먹이다툼 치열한 동물…남대천서 가족처럼 먹이 양보
(강릉=연합뉴스) 유형재 기자 = 멸종위기종이자 천연기념물인 흰꼬리수리는 자기들끼리도 먹이 쟁탈전이 치열한 동물로 알려져 있다.
몽골과 시베리아 등에서 번식한 뒤 겨울을 나기 위해 2천여㎞ 거리의 한반도까지 날아와 힘든 겨울을 보내는 이들에게 먹이활동은 곧 생존이기 때문이다.
흰꼬리수리는 주로 단독생활을 하므로 먹잇감을 놓고 냉혹하게 경쟁하고 자신의 활동 영역에 대한 침범을 좋아하지 않는다.
자기 영역에 낯선 침입자가 나타나면 하늘을 향해 경고의 소리를 크게 내며 자신의 존재를 알린다.
그러나 빼앗고 빼앗기는 다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어린 흰꼬리수리(유조)가 나이 많은 흰꼬리수리(성조)에게 먹이를 잡아다 주고 나눠 먹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잔뜩 찌푸린 어느 날 아침.
강릉 남대천에서 겨울을 보내고 있는 2마리의 흰꼬리수리가 각기 다른 곳에 앉아 쉬던 중 갑자기 나이 많은 흰꼬리수리가 어린 흰꼬리수리가 쉬는 곳으로 날아갔다.
거기에는 유조가 잡아 온 숭어로 보이는 아주 큼직한 물고기가 있었다.
성조는 유조가 순순히 내준 물고기를 내장을 비롯해 맛있는 부위를 먼저 뜯어 먹는다.
정작 물고기를 잡아 온 유조는 성조가 먹는 모습을 참을성 있게 지켜만 본다.
자기가 먼저 먹겠다고 덤비지도 않는다.
그렇게 한참을 먹은 성조는 유조에게 자리를 쓱 비켜준다.
물고기를 잡아 왔던 유조는 그제야 머리와 몸통 많은 곳이 없어진 물고기의 남은 부분을 먹기 시작한다.
마치 어미 곁에서 먹이를 먹는 모습처럼 보인다.
성조는 조금 후 유조가 편하게 먹으라는 듯 자리를 떠나 평소 쉬는 인근 산의 나무로 떠났고 남은 물고기를 다 해치운 유조도 곧 뒤를 따라 쉼터로 갔다.
먹이를 두고 날카로운 발톱을 내세우며 치열하게 다툼을 벌이는 다른 지역의 흰꼬리수리들과 다른 모습이다.
먹이를 나눠 먹는 다정한 가족으로 보인다.
이번 겨울 남대천에는 성조가 먼저 찾아왔고 한참 후에 유조가 나타났다.
지금은 가족처럼 보이지만 가족으로 보기 어려운 면도 이 때문이다.
특히 남대천 유조는 외형상 가족생활을 해야 할 만큼 어린놈도 아니다.
생태사진을 주로 찍는 한 작가는 "남대천의 흰꼬리수리는 사이가 좋은 것으로 보여 다른 지역에서처럼 치열하게 먹이다툼하거나 싸움을 하는 활동적인 장면은 카메라에 담기 어렵다"고 말했다.
며칠 전에도 같은 모습이 관찰됐다.
유조가 갈매기가 잡아 뜯어 먹고 반쯤 남은 물고기를 혼자 먹지 않고 성조가 평소 앉아 쉬는 모래톱으로 가져왔다.
이때도 성조가 물고기를 먼저 먹었고 유조는 성조가 비켜준 뒤 앙상하게 남은 뼈만 먹었다.
혼자서 먹고 오거나 좀 더 안전한 나무로 가져가 먹어도 될 것으로 보였지만 성조가 있는 것으로 가져와 함께 나눠 먹는 모습을 몇 차례 보여줬다.
어떨 때는 성조가 물고기를 잡아 와 먹다가 유조에게 슬며시 양보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먹이다툼을 아주 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도 순식간에 끝나버려 양보를 위한 일종의 의식처럼 보일 정도다.
다툼이나 싸움이라기보다는 양보에 가깝다.
힘든 겨울나기를 서로 도우며 견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예전처럼 물고기 등 먹이가 많지 않고 주변의 환경도 급격하게 바뀌고 있어 녹록지 않은 혹독한 생활이지만 서로 잘 지내다 다음 시즌에는 더 건강하게, 더 많은 일행과 한반도를 찾아오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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