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리오작가→소설가→감독…천명관 "충무로 발디딘 지 30년만"

K-DRAMA&FILM / 한미희 / 2022-02-21 13: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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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리오 쓰며 연출 준비하다 등단…영화 '뜨거운 피'로 감독 데뷔
▲ 영화 '뜨거운 피' 온라인 제작발표회 천명관 감독(왼쪽 세번째)과 배우들 [키다리스튜디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천명관 감독 [키다리스튜디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영화 '뜨거운 피' [키다리스튜디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키다리스튜디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시나리오작가→소설가→감독…천명관 "충무로 발디딘 지 30년만"

시나리오 쓰며 연출 준비하다 등단…영화 '뜨거운 피'로 감독 데뷔

(서울=연합뉴스) 한미희 기자 = 소설 '고래'(2004)의 작가 천명관이 영화감독으로 데뷔한다. 동료 작가 김언수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누아르 영화 '뜨거운 피'로 오랫동안 간직해온 꿈을 이뤘다.

천 감독은 21일 온라인으로 열린 제작보고회에서 "한동안 소설가로 살았지만 원래 영화감독을 꿈꿨던 사람"이라며 "충무로에 발을 디딘 지 30년 만에 영화를 만들었다. 감회가 복잡할 것 같기도 한데, 재미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이전에는 제가 생각한 걸 글로 구현했다면, 지금은 조금 더 복잡한 방식이지만 여러 사람과 협업을 통해서 하는 과정이 매우 재미있었고, 또 하고 싶은 욕심도 있다"고 말했다.

천 감독은 영화 시나리오를 쓰며 연출을 준비했지만 여의치 못했고, 2003년 단편 '프랭크와 나'로 문학동네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이듬해 내놓은 '고래'로 문학동네소설상을 받았다.

그가 쓴 소설 '고령화 가족'(2010)은 송해성 감독이 영화로 만들기도 했다.

'뜨거운 피'는 1990년대 초, 부산 변두리의 작은 포구 구암을 두고 벌어지는 밑바닥 건달들의 생존 싸움을 담았다.

천 감독은 "부산 출신인 김언수 작가에게 술자리에서 들은 동네 이야기, 어렸을 때 이야기가 너무 재미있어서, '그런 걸 (소설로) 써보지 그러냐'고 제안했다"며 "본인은 그런 게 무슨 소설이 되겠냐고 했지만, 내가 '그게 진짜 살아있는 이야기'라며 적극적으로 권했다"고 전했다.

"그런데 엉뚱하게 감독 한 번 안 해 본 저에게 연출을 맡아주면 어떠냐고 해서 놀라고 당황해 처음엔 몇번 거절했어요. 책이 나오기 전 그리스에 있을 때 원고를 받았는데 하룻저녁 사이에 다 읽고 책을 덮는 순간 이걸 다른 사람이 하면 아까울 것 같다, 후회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죠."

자신의 실제 학창 시절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영화 '바람'(2009)으로 얼굴을 알린 부산 출신 배우 정우가 건달 생활에 회의를 느끼고 평범한 삶을 꿈꾸는 만리장 호텔 지배인 박희수 역을 맡았다.

정우는 "부산을 배경으로 한 건달의 이야기라는 이야기를 먼저 들었는데 부산을 배경으로 한 영화나 부산 사투리를 쓰는 모습을 보여준 적이 있어서 반복되는 캐릭터라는 생각에 처음에는 크게 궁금하지 않았다"며 "대본을 읽고 나니 희수 캐릭터에 욕심이 났다"고 했다.

그는 "기존에는 밝고 유쾌한 모습을 자주 보여드렸다면 이번엔 정통 누아르 장르고, 거친 남자의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줄 수 있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정우는 "작품을 끌어가야 하는 입장에서 잘하고 싶은 욕심이 커서 그랬는지 촬영하면서 매 순간 불안했다"며 "끝나고 나서 돌아보니 희수 캐릭터 자체가 불안한 삶을 살았던 인물이어서 그런 모습들이 잘 맞지 않았나 싶다"고 했다.

천 감독은 "대본을 쓰면서 배우의 연기를 예상하게 되는데, 정우는 그 예상을 벗어나는 준비를 해왔다"며 "내가 생각한 것 안으로 통제하려고 하기보다는 정우가 준비한 것에 신뢰를 갖게 됐고 그걸 영화에서 소화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영화에는 만리장 호텔 사장 손 영감 역의 김갑수, 희수를 욕망으로 이끄는 마약 밀수꾼 용강 역의 최무성, 희수의 오랜 친구이자 구암을 차지하려는 영도파 에이스 철진 역의 지승현, 희수가 아끼는 새끼 건달 아미 역의 이홍내가 함께했다.

영화는 다음 달 23일 개봉할 예정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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