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순교자 유해에 고스란히 남은 '참형의 흔적'

Heritage / 양정우 / 2021-09-01 12:12:00
  • facebook
  • twitter
  • kakao
  • naver
  • band
머리와 몸 따로 묻힌 상태 발견…날카로운 도구로 절단 '예기손상' 다수 확인
전주교구 "참수·능지처사의 증거…조선시대 형벌 실제 보여주는 사료 가치"
▲ 참형의 흔적 고스란히 (전주=연합뉴스) 전북 완주군 초남이성지에서 발견된 순교자 윤지충(왼쪽부터)·권상연·윤지헌의 유해. 윤지충·윤지헌 유해에서는 날카로운 도구로 절단한 것으로 추정되는 '예기손상'이 발견됐다. 천주교 전주교구 측은 이를 두고 "참수형과 능지처사의 분명한 증거"라고 강조했다. 2021.9.1 [천주교 전주교구제공. 재배포 및 DB금지] (끝)

세 순교자 유해에 고스란히 남은 '참형의 흔적'

머리와 몸 따로 묻힌 상태 발견…날카로운 도구로 절단 '예기손상' 다수 확인

전주교구 "참수·능지처사의 증거…조선시대 형벌 실제 보여주는 사료 가치"

(전주=연합뉴스) 양정우 기자 = 사후 200여 년 만에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한국 천주교 순교자들의 유해에는 참형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1일 천주교 전주교구에 따르면 전북 완주군 초남이성지에서 유해가 나온 순교자들은 복자(福者) 윤지충 바오로와 권상연 야고보, 윤지헌 프란치스코 등 3명이다.

윤지충 바오로와 권상연 야고보는 1791년 신해박해 때 전주 남문 밖에서 참수됐다. 윤지충의 동생인 윤지헌 프란치스코는 1801년 신유박해 때 능지처사됐다.

이들 유해를 감식한 결과 윤지충 바오로의 다섯 번째 목뼈에서 날카로운 도구로 절단했을 때 나타나는 '예기 손상'이 발견됐다. 이런 흔적은 윤지충 바오로가 끝까지 신앙을 지키려다 참수되는 과정에서 생긴 것으로 추정됐다.

권상연 유골에서는 다른 외상은 관찰되지 않았으나, 머리뼈 일부와 목뼈가 소실된 것으로 파악됐다.

순교자 유해를 수습한 이장업체는 두 순교자 모두 발견 당시 머리가 왼쪽으로 돌아가 있었다고 증언했다.

이는 일반적인 경우가 아니며, 머리와 몸통이 분리돼 따로 묻혔을 경우 가능한 것이라고 업체 관계자가 설명했다고 전주교구 측은 전했다.

전주교구는 이를 두고 "참수형의 분명한 증거라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복자 윤지헌의 유해에서는 참형의 흔적이 더 많았다.

윤지헌이 당한 능지처사는 죄인의 목을 벤 다음에 사지를 찢거나 잘라서 각지로 보내는 끔찍한 형벌이다.

이를 보여주듯 윤지헌의 둘째 목뼈와 양쪽 위팔뼈, 왼쪽 넙다리뼈(대퇴골)에서 예기손상이 관찰됐다. 마찬가지로 유골에 남은 이런 흔적들은 능지처사의 분명한 증거라고 전주교구는 설명했다.

전주교구는 세 순교자의 유해가 천주교를 넘어 조선시대 형벌의 실제를 확인할 수 있는 역사 문화적 자료로 가치가 높다고 평가했다.

전주교구 측은 "복자들의 유해에 드러난 이 흔적이 우리나라에는 국보급 보물로 자리매김하리라 생각한다"며 "이만큼 분명하게 역사적 사실을 증언하는 보물이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끝)

(C) Yonhap News Agency. All Rights Reserved

  • facebook
  • twitter
  • kakao
  • pinterest
  • naver
  • 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