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와이프'서 에릭·카스 1인 2역…"짧은 시간에 무대 휘저어놓죠"
"출연 반대하실 줄 알았던 부모님 응원에 감동…편견 깨준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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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극 '와이프' 출연한 홍성원(오른쪽 끝) [글림컴퍼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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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극 '와이프' 홍성원 [글림컴퍼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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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극 '와이프' 공연사진 [글림컴퍼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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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극 '와이프' 공연사진 [글림컴퍼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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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우 홍성원 [글림컴퍼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홍성원 "성소수자 연기, 편견 남기지 않으려 대본 파고들었죠"
연극 '와이프'서 에릭·카스 1인 2역…"짧은 시간에 무대 휘저어놓죠"
"출연 반대하실 줄 알았던 부모님 응원에 감동…편견 깨준 작품"
(서울=연합뉴스) 최주성 기자 = "에릭을 연기하다 카스로 변하는 순간 무대를 휘저어놓으려 노력해요. 카스로 무대에 서는 시간은 짧지만 그사이에 성격부터 많은 것을 보여주죠."
지난해 12월 LG아트센터 서울에서 개막한 연극 '와이프'에서 배우 홍성원(25)은 카스로 무대에 등장하는 순간 공연장의 모든 시선을 한 몸에 받는다. 그는 화려한 가운을 입고 거침없이 성적인 농담을 던지는 성소수자를 연기하며 분위기를 휘어잡는다.
짧은 시간 동안 관객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는 카스는 늘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비친다. 막상 카스를 연기하는 홍성원은 배역을 만들기까지 숱한 고민을 거듭했다고 한다.
홍성원은 23일 서울 대학로 한 카페에서 한 인터뷰에서 "게이하면 흔히 생각나는 이미지가 떠오르지 않도록 노력했다"며 "편견을 남기지 않으려면 더욱 나만의 캐릭터를 만들어 보여줘야 했다. 그 과정에서 대본을 파고들며 인물의 심리를 파악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고 돌아봤다.
'와이프'는 1959년부터 2046년까지 네 개의 시간대를 살아가는 여성과 성소수자의 삶을 조명한 작품이다. 그는 작품에서 1988년을 살아가는 게이 에릭과 2023년을 살아가는 게이 카스 역을 맡았다.
자신감 넘치는 카스와 달리 에릭은 성정체성을 드러내기를 두려워하는 섬세한 성격의 청년이라 신경 쓸 점이 많았다. 홍성원은 성격이 정반대인 두 인물을 연기하기 위해 각각의 인물이 처한 상황을 철저히 분석하는 과정을 거쳤다.
그는 "에릭은 애인을 사랑하고 싶지만, 사랑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인 인물"이라며 "에릭이 애인을 어느 정도로 사랑하는 것인지 결론을 내리는 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복합적인 성격을 가진 인물을 보여주려면 에릭의 사랑을 먼저 이해해야 했다"고 말했다.
카스에 관해서는 "자유로운 성격이지만 신념이 뚜렷하고 자신의 성정체성에 관한 확고한 자부심도 가지고 있다. 비아냥처럼 들리는 말에도 의도가 숨어있기 때문에 한국어 대본과 영어 대본을 놓고 대사 하나하나를 파고들었다"고 설명했다.
실제 성격은 에릭에 가까운 편이라 연습 초반에는 시종일관 밝은 성격의 카스를 연기하기가 쉽지 않았다. 처음 입어보는 과감한 의상에 적응하는 데도 시간이 걸렸다.
홍성원은 "살면서 여자 속옷을 입어볼 일도 없었고 의상도 익숙하지 않아서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조차 몰랐다"며 "지금은 그런 모습마저도 내 새로운 면모라고 생각한다. 막상 무대에 올라가면 과감한 의상 덕분에 성격도 과감해지는 느낌"이라며 웃었다.
작품은 그가 가지고 있었던 편견을 깨는 계기를 제공하기도 했다. 홍성원은 작품 출연을 반대하실 것이라 생각했던 부모님이 배우로서의 앞길을 응원해주는 모습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한다.
그는 "부모님께서 독실한 신자이신데 작품에 관해 설명을 들으시고 종교를 떠나 인생에서 성장하는 계기가 된다면 출연하라고 말씀해주셔서 감사했다"며 "저 역시도 부모님에 관한 편견에 사로잡혀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부끄러운 마음도 들었다"고 돌아봤다.
홍성원은 에릭과 카스를 연기하며 '나다운 모습'을 찾게 됐다고 말한다.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사랑하라는 작품의 메시지와 함께 스스로를 돌아보는 계기를 가질 수 있었다.
"누군가는 사회 속에서 투쟁하고 있고 나답게 살아가려 노력한다는 메시지가 주는 힘이 있어요. 작품이 저 역시도 자신을 아끼고 인정할 수 있는 시간, 자신에게 더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줬다고 생각합니다."
2019년 뮤지컬 '엑스칼리버'의 앙상블로 데뷔한 그는 뮤지컬 '더 픽션', '은하철도의 밤' 등을 거쳐 데뷔 5년 만에 주연급으로 성장했다. 고등학교 연극부 활동을 계기로 배우를 꿈꾸기 시작했다는 그는 20대의 나이로 다양한 작품에서 경력을 쌓고 있다.
배우 선배들을 보며 부족함을 느끼는 순간도 있지만, 그는 주눅 들지 않고 자신만이 보여줄 수 있는 연기를 찾아나가고 있다.
"어린 나이에 다양한 작품에 출연할 수 있다는 게 감사하게 느껴져요. 이 나이대에 보여줄 수 있는 연기는 시간이 지나면 다시 할 수 없게 되는 거잖아요. 무대의 소중함을 느끼면서 무대 위에 살아있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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