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집까지 1천㎞…휠체어 탄 시각장애인의 고된 여정

K-DRAMA&FILM / 오보람 / 2022-03-01 08: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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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그 남자는 타이타닉을 보고 싶지 않았다'…베네치아 관객상 수상작
▲ 영화 '그 남자는 타이타닉을 보고 싶지 않았다' 포스터 [슈아픽처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영화 '그 남자는 타이타닉을 보고 싶지 않았다' 포스터 [슈아픽처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영화 '그 남자는 타이타닉을 보고 싶지 않았다' 포스터 [슈아픽처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그녀의 집까지 1천㎞…휠체어 탄 시각장애인의 고된 여정

영화 '그 남자는 타이타닉을 보고 싶지 않았다'…베네치아 관객상 수상작

(서울=연합뉴스) 오보람 기자 = "프리덤!"(Freedom)

집을 나서 택시를 탄 남자 야코(페트리 포이콜라이넨 분)가 얼굴을 감싸는 햇살을 만끽하며 자유를 외친다. 다발 경화증을 앓는 그는 눈이 멀고 가슴 아래로 감각이 마비된 중증 장애인이라 내내 집에서만 생활하는 신세다.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일어설 수조차 없는 그가 고심 끝에 홀로 길을 나섰다. 혈액암 투병 중인 여자친구 시르파(마르야나 마이얄라)를 보기 위해서다. 온라인으로 알게 된 두 사람은 단 한 번도 만난 적 없지만, 서로를 빼면 일상을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깊은 관계다.

야코의 집에서 시르파의 집까지는 약 1천㎞. 앞도 보이지 않고 걸을 수도 없는 야코에게는 '100만 광년' 쯤 되는 거리의 여정을 무사히 마칠 수 있을까.

핀란드 영화 '그 남자는 타이타닉을 보고 싶지 않았다'는 시르파를 만나려는 야코의 고된 하루를 따라가는 작품이다. 실제로 다발 경화증을 앓다가 시각·지체 장애를 갖게 된 배우 포이콜라이넨이 야코 역을 연기했다.

그는 연출을 맡은 테무 니키 감독과 군대에서 연극 활동을 함께한 친구 사이다. 감독은 투병 와중에도 연기의 꿈을 놓지 않는 그를 보며 직접 각본을 썼다. 영화는 제78회 베네치아국제영화제에서 오리종티 엑스트라 관객상을 받는 등 찬사를 들었다.

호기롭게 택시에 탔을 때와는 달리 역에 외딴섬처럼 놓인 야코는 혼란하기만 하다. 플랫폼은커녕 바로 앞에 무엇이 놓여 있는지도 모르는 그에게 역은 전쟁터나 다름없다. 직원의 도움을 받아 겨우 기차에 타지만, 잠깐 잠든 사이 누군가가 휴대전화를 훔쳐 가는 바람에 의지할 게 아무것도 없게 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강도를 만난 그는 구석진 창고로 끌려가기까지 한다. 상대가 무기를 가졌는지, 도움을 청할 만한 사람은 있는지, 심지어 이곳이 어디인지도 알지 못한다. 차로 10분만 가면 시르파의 집이건만 그를 가로막는 장애물은 너무나 많다.

"시각 장애가 어떤 느낌인지 영화적 경험을 제공하고 싶었다"는 감독의 말처럼 관객은 영화를 감상하는 동안 잠시 야코가 돼 그의 절망감과 공포, 애틋함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 러닝타임 내내 야코의 모습만 클로즈업으로 보여주고, 나머지 인물들은 초점을 흐릿하게 처리한 파격적인 형식은 감독의 이런 의도를 반영한 것처럼 보인다. 관객은 갑갑함과 불편을 경험하며 찰나나마 장애인의 관점에서 세상을 이해할 기회를 얻게 된다.

야코를 비극적 인물로만 그리지 않고 그의 고통을 단순히 전시하는 데서 그치지 않았다는 점도 박수받을 만하다. 야코라는 캐릭터는 비장애인의 고정관념과는 다소 상반되게 재치 넘치고 사랑스럽다. 극이 전개되는 내내 느꼈던 긴장감을 단번에 보상해줄 만큼 희망적이고 아름다운 결말 역시 오랫동안 눈에 담고 싶을 듯하다.

오는 10일 개봉. 상영시간 82분. 12세 관람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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