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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나가하섬 [사진/임헌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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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나가하섬 포토존 [사진/임헌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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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나가하섬 스노클링 [사진/마리아나관광청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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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나가하섬 선착장 주위 해변 [사진/임헌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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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로토 [사진/임헌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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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프리스 비치 [사진/임헌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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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악어 모양의 바위 [사진/임헌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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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메리칸 메모리얼 파크 [사진/임헌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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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메리칸 메모리얼 파크 전시관 [사진/임헌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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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평양 한국인 위령 평화 탑 [사진/임헌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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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만세 절벽 [사진/임헌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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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타포차우산의 예수상 [사진/임헌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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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타 루데스 [사진/임헌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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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타 루데스의 추모 공간 [사진/임헌정 기자] |
[imazine] 태평양의 천국 ①사이판
(사이판=연합뉴스) 임헌정 기자 = 세상의 모든 파란색을 펼쳐놓은 것 같은 바다가 이어진다.
마치 물감을 여러 겹 풀어 놓은 것처럼 옅은 에메랄드색부터 시작해 옥색, 그리고 아주 진한 파란색인 코발트블루까지 그러데이션의 향연이다.
'눈부시다'라는 말로는 부족한 사이판, 시선을 어디로 향하든 연거푸 나오는 감탄사를 숨길 수 없다.
◇ 상상 그 이상의 휴식
곱게 갈아놓은 듯한 새하얀 모래사장이 섬 주위를 에워싼다.
열대우림으로 가득한 섬을 가운데 두고 다채로운 파란색 바다가 방사형으로 뻗어나간다.
자연 방파제 역할을 하는 환초 덕분에 먼바다에서 오는 거센 파도가 이 섬에까지 미치진 못한다.
이보다 더 투명할 수 없는 잔잔한 바다 안에서 각양각색의 열대어들이 무지갯빛 춤을 춘다.
사이판에 가면 꼭 한번 들러봐야 할 '마나가하섬'이다.
'찰리 독'(Charlie Dock) 선착장으로 가자. 이곳에서 배를 타면 30분이면 마나가하섬에 도착할 수 있다.
스피드 보트를 타면 10여분이면 도착할 수 있을 만큼 본섬에서 가깝다.
선착장 주변 바닷가에 파라솔과 선베드가 펼쳐져 있다. 얼마나 물이 맑고 깨끗한지 밑바닥이 훤히 드러나 보일 정도다.
투명한 바다와 파란 하늘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이곳에서는 말 그대로 '상상 그 이상의 휴식'을 즐길 수 있다.
선착장 반대편의 바다에서 주로 이뤄지는 스노클링은 그야말로 환상적인 체험이 가능하다. 이쪽은 선착장 쪽보다 물이 더 깊고 파도도 좀 더 거세다.
형형색색의 다양한 물고기들이 눈앞에서 지나가는 광경은 정말 넋을 잃을 정도로 황홀하다. '시력이 곧 시야'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투명한 바다에 몸을 맡겨보자.
여행사의 요트 투어 상품을 이용해서도 섬 가까이 가볼 수 있다.
디너 상품을 이용할 경우 섬 바로 앞까지 이동한 요트 안에서 음료와 랍스터 코스 요리 등을 즐길 수 있고, 스노클링과 패들보드 등 액티비티도 경험할 수 있다.
폭이 좁고 미끄러지기 쉬운 117개의 가파른 계단을 내려가면 이색적인 광경이 펼쳐진다. 하늘을 향해 위로 트인 공간에서 빛줄기가 풍성하게 쏟아져 들어온다.
바닷물이 쉴 새 없이 들이치는 가운데 중심부에 우뚝 솟은 바위 위에서 다이버들이 바다로 뛰어든다. 다이버들은 곧 오랜 세월 파도가 만든 천연 해식 동굴 속으로 모습을 감춘다.
사이판을 찾는 많은 관광객이 반드시 가봐야 할 곳으로 꼽는 곳 가운데 하나가 '그로토'다.
세계 3대 다이빙 스폿이라고 불릴 정도로 다이버들에게는 '성지'와 같은 곳이다. 해양생물 보호를 위해 선크림 등은 사용할 수 없으니 유의하자.
사이판 곳곳에 있는 정글을 탐방하는 여행 상품도 인기다. 도무지 차가 지나갈 수 없을 것만 같은 험한 길도 문제 되지 않는다.
사륜구동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타고 열대우림으로 가득한 정글을 벗어나면, 악어 모양의 웅장한 바위가 모습을 드러내는 바닷가에 다다른다.
캐피틀 힐에 자리한 해변으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이곳에서 승리를 거둔 미국 장군 제프리 해링턴의 이름을 딴 '제프리스 비치'다.
왼편으로는 악어, 오른편으로는 공룡의 모양을 한 거대한 바위가 숨 막힐 듯한 전망을 자랑한다. 주민들은 이곳을 사이판을 지키는 수호신으로 여긴다고도 한다.
한적한 휴식을 즐기기 위한 '숨은 비경'으로 알려져 한 번쯤 가볼 만하다.
◇ 전쟁이 남긴 상처
온몸을 검붉게 물들일 정도로 강한 햇볕이 내리쪼이다가 장대비 같은 빗방울이 갑자기 떨어지기 일쑤다.
변화무쌍한 날씨만큼이나 사이판은 굴곡진 역사를 품고 있다.
바다 한가운데에 있지만 독특한 지정학적 위치로 인해 여러 차례 식민 지배와 전쟁의 참상을 겪었으며 그 흔적은 고스란히 남았다.
세계 최초로 지구 일주 항해에 도전한 모험가 페르디난드 마젤란에 의해 괌이 발견되면서 서방에 알려지기 시작한 북마리아나 제도는 17세기부터 스페인의 식민지가 됐다.
1898년 미국-스페인 전쟁에서 스페인이 패배한 후, 독일은 미국을 도운 보상으로 북마리아나 제도를 받게 된다. 이어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한 뒤 이번에는 일본이 이곳을 차지하게 된다.
1941년 태평양 전쟁이 발발하면서 이곳은 미군과 일본군의 격전지가 됐고, 참혹한 전쟁의 상처를 고스란히 남긴 채 최종적으로 미국이 이곳을 점령하게 된다.
사이판 본섬과 바로 인접한 티니안섬에서 '팻맨'과 '리틀보이'라는 별명이 붙은 원자폭탄을 탑재한 B-29 폭격기가 출발해 제2차 세계대전을 종식하게 된 일화는 너무나 유명하다.
이런 역사를 간직하고 있기에 곳곳에 전쟁의 흔적이 아직 남아 있다. 북마리아나 제도로 이주한 한국인의 역사도 일제강점기로 거슬러 올라갈 만큼 오래됐다.
태평양 전쟁 당시 희생한 한국인을 추모하는 위령탑도 이곳에 존재한다.
미국과 일본의 사이판 전투 당시 섬 최북단까지 몰린 일본군과 민간인들이 절벽에서 뛰어내린 '자살 절벽'과 '일왕 만세'를 외치며 바다로 뛰어든 '만세 절벽'도 생생한 역사를 증언하고 있다.
자살절벽에는 미군이 쏜 포탄이 할퀸 흔적까지 그대로 남아있어 전쟁의 참상을 실감케 한다.
사이판 도심부인 가라판에는 '아메리칸 메모리얼 파크'라는 추모 공원도 조성돼 있다. 전쟁 당시 희생당한 미군과 원주민 등을 추모하기 위해 만든 시설이다.
◇ 가톨릭 영향 아래
스페인 식민지 시기부터 전해진 로마 가톨릭의 영향으로, 사이판 곳곳에는 성당과 예수상, 십자가 등 가톨릭의 흔적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보는 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예수상을 떠올리게 한다. 리우의 예수상보다 작고 아담하지만, 가슴을 울리게 하는 웅장함은 그에 못지않다. '콘크리트 지저스'로도 불린다.
사이판에서 가장 높은 해발 474m 높이의 타포차우산 정상에 자리한다. 이곳은 제주도 1/16 크기의 사이판 전경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명소다.
부활절에는 차모로 원주민들이 올라와 예배를 올리는 성스러운 곳이기도 하다. 날씨가 좋으면 티니안, 마나가하 등 주변 섬까지 볼 수 있다.
파란색으로 칠한 아치 형태의 입구가 소박하고 정겹다. 보리수나무가 길게 가지를 뻗은 암벽에 성모마리아상이 모셔져 있는 이곳은 야외 성소 형태의 성당 '산타 루데스'다.
이곳은 태풍 피해를 잘 입지 않아 울창한 열대 우림을 자랑하며, 태평양전쟁 당시에도 포탄이 떨어지지 않아 주민들에게는 '신이 지켜준 마을'로 통한다.
따로 예배당으로 불릴 만한 건물도 없고, 아담한 규모의 성모마리아상 앞으로 벤치 몇 개가 전부다. 촛불이 빼곡하게 세워져 있는 기도실 형태의 작은 건물만 한 곳 존재한다.
특이하게도 성모마리아상 바로 앞에 우물이 있어 펌프로 끌어올린 물을 두손에 받아 세 번 나눠 마시면 소원이 이뤄진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취재 협조] 마리아나관광청
※ 이 기사는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26년 4월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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