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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사랑 후의 두 여자' 포스터 [판씨네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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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사랑 후의 두 여자' 속 한 장면 [판씨네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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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사랑 후의 두 여자' 속 한 장면 [판씨네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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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사랑 후의 두 여자' 속 한 장면 [판씨네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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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사랑 후의 두 여자' 속 한 장면 [판씨네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사랑이 떠나고 손 맞잡은 그녀들…영화 '사랑 후의 두 여자'
(서울=연합뉴스) 오보람 기자 = 남편의 휴대전화에서 다른 여자와 주고받은 메시지들을 발견했다. 사랑한다는 둥, 보고 싶다는 둥 하는 애정 표현으로 가득하다. 욕하고 원망하고 이혼 서류를 건네는 일련의 시나리오가 아내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야 마땅하지만 웬걸, 남편은 며칠 전에 심장마비로 죽고 없다.
중년의 영국 여자 메리(조안나 스캔런 분)는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답답한 이런 상황에 부닥쳤다. 수십 년간 함께 산 남편의 배신에 치가 떨리는데, 따져 물을 상대는 이미 사라졌다. 결국 그는 죽은 남편 대신 그의 애인 쥬느(나탈리 리샤르)를 찾아 진실을 밝히려 한다.
영화 '사랑 후의 두 여자'는 한 남자를 사랑하면서도 서로에 대해 알지 못했던 메리와 쥬느가 만나 화해하고 연대하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세 형제', '다이애나' 등 단편영화로 영국에서 주목받은 알림 칸 감독이 각본을 쓰고 연출도 맡았다.
영화는 영국 독립영화제에서 최고상인 영국 독립영화상을 비롯해 감독상, 각본상 등 6개 부문을 수상하는 돌풍을 일으켰다.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영국 작품상, 감독상 등 4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메리는 파키스탄 출신인 모하메드와 결혼하기 위해 이슬람교로 개종까지 한 여자다. 그런데 남편은 항해사라는 직업을 십분 활용해 영국 도버와 프랑스 칼레 사이 바다를 건너다니며 두 집 살림을 했다. 메리는 남편이 그랬듯 배를 타고 도버 해협을 건너 프랑스로 간다.
거울을 보며 대사 연습까지 한 메리는 쥬느의 집을 찾아가 그와 맞닥뜨린다. 우리나라 아침 드라마처럼 '김치 싸대기'라도 날려야 할 구도지만, 막상 쥬느를 본 그는 말문이 막힌다. 쥬느가 자신을 파출부로 오해해 청소를 시키는데도 아무 대꾸도 하지 못하고 남편의 흔적이 남은 그곳을 치운다.
메리는 이튿날에도, 그다음 날에도 쥬느 집에 일을 간다. 남편과 쥬느의 관계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서다. 그러다 모하메드와 쥬느 사이의 아들 솔로몽(탈리드 아리스)을 보고 충격에 빠지지만 메리는 자신의 정체를 밝히지 않는다. 쥬느 역시 모하메드가 고향 여자와 결혼했다고만 알고 있기 때문에 메리가 그의 아내라고 상상조차 하지 못한다. 심지어 며칠째 연락이 되지 않는 모하메드가 실은 죽었다는 사실도 까맣게 모르는 상태다.
메리는 쥬느에게 미움과 애처로움을 동시에 느끼며 괴로워한다. 자신과 달리 날씬하고 자식까지 있는 그에게 질투도 난다. 하지만 남편과 아버지를 애타게 기다리는 모자를 지켜볼 수 없던 메리는 결국 모든 사실을 털어놓는다. 한 남자에게서 사랑을 나눠 가져야 했던 그녀들은 진정으로 서로를 이해하고 화해할 수 있을까.
줄거리만 놓고 보면 두 여자의 행동이 쉽사리 이해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영화는 이들이 처한 상황을 친절하게 묘사하고 감정 변화 역시 세심히 관찰함으로써 두 사람 모두에게서 연민이 느껴지도록 한다. 극 후반부 메리와 쥬느가 도버 해협을 바라보며 머릿속으로 똑같은 사람을 떠올리는 듯한 장면에서는 묘한 연대 의식과 동질감이 전해지기도 한다.
배우들의 연기도 공감을 높이는 데 크게 일조했다. 특히 스캔런은 메리 그 자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빛나는 호연을 펼친다. 침을 삼키고 호흡을 하는 사소한 장면 하나하나에서도 메리의 심리 상태가 그대로 전해진다. 서른네 살에야 프로 연기자로 데뷔한 그는 이 작품으로 영국 독립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았으며 아카데미에서도 같은 부문의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오는 30일 개봉. 상영시간 90분. 15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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