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원 연출 "우리 소재·음악으로 만든 작품, 해외서도 통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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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페라 '왕자, 호동' 한승원 연출 [국립오페라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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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페라 '왕자, 호동' 한승원 연출 [국립오페라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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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립오페라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오페라 '왕자, 호동'은 권력투쟁 속 비극적 사랑의 서사시"
한승원 연출 "우리 소재·음악으로 만든 작품, 해외서도 통할 것"
(서울=연합뉴스) 임동근 기자 = "호동왕자 이야기를 보면 권력을 위해 낙랑국의 왕은 딸을 죽이고, 고구려의 왕은 아들을 죽음으로 내몰죠. 이렇듯 권력을 위해서는 어떤 것이라도 불사하는 모습은 대를 이어가며 서로 죽고 죽이며 왕좌를 차지하려는 '왕좌의 게임'과 닮았습니다."
1962년 국립오페라단이 창단을 기념해 초연했던 창작 오페라 '왕자, 호동'이 60년 만에 돌아온다. 작곡가 장일남(1932∼2006)이 삼국사기에 기록된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든 작품으로, 호동왕자와 사랑에 빠져 적들의 침입을 알려주는 신물(神物)인 자명고를 찢고 비극적인 죽음을 맞는 낙랑공주의 이야기를 그린다.
60년 만에 다시 선보이는 이 작품의 연출을 맡은 한승원(44)은 지난달 28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n스튜디오에서 한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오페라 '왕자, 호동'은 잔혹한 권력 투쟁 속에서 피어난 호동왕자와 낙랑공주의 비극적 사랑의 서사시"라고 소개했다.
이어 "황금의 제국(낙랑국)을 차지하려는 욕망은 모두를 괴물로 만들어 버린다. 하지만 낙랑공주만은 괴물이 되기를 거부하고 호동왕자와 낙랑국에 대한 사랑을 지키기 위해 죽음의 길을 선택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타이틀은 '왕자, 호동'이지만 정말 중요한 주인공은 낙랑공주다. 그녀의 선택에 따라 모든 게 달라진다. 낙랑공주는 연약한 여인이 아니라 민족을 사랑하며 고민하고 행동하는 강인한 인물로 그려진다"고 덧붙였다.
한 연출은 60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오르는 작품이지만 큰 변화는 없다고 했다. 그는 "원작에 충실하면서도 극적인 부분을 강조하기 위해 음악 순서를 재배치하고, 설득력 있는 무대를 위해 프롤로그 장면을 기존 음악을 조합해 만들고, 이야기를 보강했다"고 했다.
무대 전체는 황금색으로 치장된다. 권력 투쟁의 참혹한 장소이자 욕망의 공간인 낙랑국의 황금성을 표현하기 위해서다.
그는 "누구에게나 황금성이 있다는 것을 얘기하고 싶었다. 욕망을 위해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바로 이곳에서 펼쳐진다. 우리 모두 자신만의 황금성이 있는데, 관객들이 호동왕자라면 어떤 선택을 하겠냐 묻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작품의 특징은 1막 전과 3막 전에 국악인들이 관객의 이해를 돕기 위해 작품을 해설한다는 점이다.
한 연출은 "창극에서 소리를 들으면서 엄청난 힘이 있다고 생각했다. 신명을 기반으로 사람을 참여시키는 힘이다"라면서 " 오페라에서도 우리의 소리를 통해 관객을 참여시키고, 무대와 객석의 간극을 지우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K컬처가 상상 이상으로 앞서가고 있다. 국내 창작 오페라가 성장하려면 보편적 감성으로 다가가야 한다. 우리의 소재와 소리로 만든 오페라는 해외에서도 유효할 것 같다"면서 K오페라의 해외 진출에 대한 포부를 밝혔다.
아일랜드 출신 무대의상 디자이너 코너 머피에게 의상을 맡긴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는 "다른 시각에서 우리 전통을 바라볼 수 있고, 세계에서도 먹힐 수 있는 작품이 나올 것 같았다"면서 "이야기와 음악에 최대한 집중할 수 있게 의상을 제작했다"고 했다.
한승원은 '빈센트 반고흐', '라흐마니노프', '파가니니' 등 다수의 뮤지컬을 제작해온 제작자다. 오페라 연출은 지난해 국립오페라단 '브람스…' 이후 두 번째다.
그는 "뮤지컬을 제작할 때면 최대한 관객 입장에서 접근하려 한다"며 "오페라 '왕자, 호동'이 얼마나 재미있고 가치 있는가를 관객에게 알려주고 싶다.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게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왕자, 호동'은 60년 동안 한 번도 공연되지 않아 어떻게 보면 이번이 사실상 첫 프로덕션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처음으로 만난다는 건 잊지 못할 경험입니다. 우리 오페라가 가진 저력을 느끼는 공연이 되면 좋겠습니다."
'왕자, 호동'은 오는 11∼12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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