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애 "좋은 도시 만들기, 어렵고 오래 걸리나 망치는 건 순간"

Heritage / 백도인 / 2023-04-13 18:4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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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계획, 지역 특색 살리는 방향으로 타이밍 맞춰서 해야 실패 줄여"
▲ 김진애 도시 건축가 [전주시의회 제공]

▲ 김진애 도시 건축가 [전주시의회 제공]

김진애 "좋은 도시 만들기, 어렵고 오래 걸리나 망치는 건 순간"

"도시계획, 지역 특색 살리는 방향으로 타이밍 맞춰서 해야 실패 줄여"

(전주=연합뉴스) 백도인 기자 = "좋은 도시 이미지를 만들기는 어렵고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만, 망치는 것은 한순간이다."

도시 건축가인 김진애 전 대통령자문 건축문화선진화위원장은 13일 전주시청에서 연 '공간의 이해' 특강에서 "좋은 도시는 독특한 캐릭터와 이야기를 품으면서 진화하는 도시"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날 특강은 전주시의회 연구모임인 도시공간연구회의 초청으로 마련됐다.

김 전 위원장은 전주 한옥마을을 예로 들며 "한옥마을이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브랜드 공간이 되는 데 40∼50년이 걸렸다"며 "하지만 프랜차이즈 업종이 마구 들어오고 규제 완화가 무분별하게 진행되면 한순간에 그동안의 노력이 무위로 돌아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옥마을 같은 곳에 프랜차이즈가 하나 들어오면 둑이 무너지듯 다른 프랜차이즈들이 물밀듯이 들어오게 되고, 결국 '동네 가게'들은 모두 문을 닫게 된다"며 "결국 한옥마을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은 사라지고, 어디에서나 만날 수 있는 도시로 전락하고 말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계적인 관광도시인 이탈리아 피렌체, 생태도시의 대명사인 독일 프라이부르크가 어떻게 명성을 이어가는지도 이에 빗대 설명했다.

두 도시 모두 용적률 등을 엄격히 적용하면서 높은 건물은 수십 년이 넘도록 4∼5개에 불과하고, 도시 안에는 프랜차이즈가 발을 들이지 못하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집권 정당이나 단체장이 바뀌어도 이런 핵심 정책은 아무런 변화가 없다고 했다.

김 전 위원장은 "고층 건물이나 프랜차이즈 등은 몇분만 나가면 되는 도시 외곽에서 만날 수 있게 하면 된다"며 "굳이 안으로 끌어들여 정체성을 망가뜨리게 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각종 규제 완화를 중심으로 하는 도시계획에 대해서도 "도시의 틀을 완전히 바꿀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정책인 만큼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면서 "도시의 좋은 특색을 없애는 방향으로 가서는 절대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용적률이나 고도 완화는 대형 주상복합건물 건립 등으로 이어져 궁극적으로 저소득층과 중산층을 밀어내는 결과를 야기할 수 있다"며 "공공 영역이 건설업자들의 이런 투기와 탐욕에 힘을 실어줘서는 안 된다"고 주문했다.

김 전 위원장은 "예를 들어 싱가포르에서 볼 수 있는 대형 건축물들을 서울에 짓는다고 해서 세계 관광객이 몰려오겠느냐"며 "도시계획은 공공성을 확보하면서 특색있는 콘텐츠를 살리는 쪽으로 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도시 개발은 타이밍도 중요한 요소"라며 "현재와 같이 부동산 침체기가 장기화하는 국면에서 대형 건설프로젝트를 하는 것은 매우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도시계획은 여행하고 싶은 아름다운 도시를 만들어 인생을 풍요롭게 할 수도 있지만, 도시를 망치며 우리를 분노하게 할 수도 있다"면서 자치단체들의 신중한 판단을 거듭 당부했다.

김 전 위원장은 서울대와 미국 MIT 대학원 건축과를 졸업하고 대한주택공사 도시ㆍ단지계획실장 등을 역임한 재선 의원 출신 도시 건축 전문가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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