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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승 트로피 앞에서 아버지 박세수 씨와 포즈를 취한 박현경. [KLPGA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캐디 아빠' 덕에 우승한 박현경 "올해는 대상 받고 싶다"
(영암=연합뉴스) 권훈 기자 = 2일 전남 영암 사우스링스 영암 카일필립스 코스(파72)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메이저대회 크리스 F&C KLPGA 챔피언십(총상금 10억원) 최종 라운드에서 역전 우승을 거둔 박현경(21)은 데뷔 이후 몇 개 대회만 빼고는 아버지 박세수(52)씨가 백을 멨다.
한국프로골프(KPGA)투어 선수 출신인 박씨는 캐디를 넘어서 박현경의 코치이자 딸의 경기 운영을 지휘하는 '필드의 사령관' 역할을 한다.
KLPGA 챔피언십 우승 후 박현경은 "오늘 우승은 90%가 아버지 몫"이라고 말했다.
박 씨는 초속 6m 안팎의 강풍이 부는 가운데 치러진 최종 라운드에서 박현경이 버디 4개를 뽑아내며 역전 우승을 거두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풍속과 풍향을 계산해 클럽 선택뿐 아니라 샷의 방향까지 세밀하게 조율했다.
2타차 선두로 나서게 만든 13번 홀(파4) 탭인 버디는 "아버지의 조언이 결정적이었다"고 박현경은 설명했다.
152야드를 남기고 7번 아이언과 8번 아이언을 놓고 고심하던 박현경에게 박씨는 "이 정도 바람이면 8번 아이언"이라고 조언했다.
특히 박씨는 핀보다 20m 오른쪽을 겨냥하라고 박현경에게 권했다. 오른쪽으로 왼쪽으로 부는 강풍을 계산한 것이다.
박현경이 때린 볼은 그린 오른쪽 끝을 향해 출발했지만 왼쪽으로 휘어지더니 홀 옆 30㎝ 지점에 떨어졌다.
박씨는 "연습장에서 볼만 때려서는 절대 쌓을 수 없는 게 실전 감각"이라면서 "다행히 내가 필드 경험이 많아서 그런 노하우가 쌓였다"고 말했다. 박 씨는 KPGA투어에서는 우승을 못했지만, 2부투어에서는 우승한 적이 있다.
박현경은 올해 우승하고 싶은 대회로 10월 열리는 동부건설·한국토지신탁 챔피언십을 꼽았다.
한국토지신탁은 박현경의 후원사다.
그러나 또 한 가지 이유가 있다. 대회가 열리는 전북 익산의 상떼힐 익산 컨트리클럽은 아버지 박씨와 어머니가 처음 만난 곳이라고 박현경은 설명했다.
상떼힐 익산 컨트리클럽은 청년 시절 박세수 씨의 홈코스였고, 박현경의 어머니는 그곳 직원이었다.
박현경은 '효도 선물'로 부모님의 첫 만남 장소에서 우승을 구상한 셈이다.
박현경은 이번 우승으로 또 하나 값진 성과를 수확했다.
바람 부는 링크스 스타일 골프 코스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했다. 인천 스카이72, 베어즈베스트 청라 등 바다와 인접한 링크스 스타일 코스에서 박현경은 그동안 성적이 신통치 않았다.
박현경은 "링크스 스타일 코스에서도 자신감을 얻게 됐다"고 말했다.
다만 박현경은 "그래도 링크스보다는 산악형 코스가 아직은 더 좋다"며 웃었다.
박현경은 2019년 신인 시절 데뷔 동기들이 8승을 합작했지만 우승이 없었다. 신인왕 경쟁에서 명함도 내밀지 못했다.
지난해 이 대회에서 생애 첫 우승을 거두고 펑펑 눈물을 쏟았던 이유다.
이제 메이저대회 2승을 포함해 3승 고지에 오른 박현경은 "지난해 2승을 했지만 기복이 많았다"면서 "기복 없이 꾸준히 성적을 내는 선수가 부러웠다"고 말했다.
그는 "꾸준하게 톱10에 입상해야 받을 수 있는 대상을 꼭 받고 싶다"는 소망으로 올해 최고 선수가 되겠다는 다짐을 대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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