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M도 반한 정적인 무해함…김상유 탄생 100주년 기념전

K-TRAVEL / 박의래 / 2026-03-31 17:4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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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최초로 동판화 시도…목판화 거쳐 유화까지
'정자서 명상하는 사람', BTS RM 소장품으로 재조명
▲ 전시 전경 [서울미술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김상유 작 '낙락백세'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31일 서울미술관에 전시 된 김상유 작 '낙락백세'. 2026.3.31. laecorp@yna.co.kr

▲ 김상유 작 '막혀버린 출구'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31일 서울미술관에 전시 된 김상유 작 '막혀버린 출구'. 2026.3.31. laecorp@yna.co.kr

▲ 김상유 작 'Works #75-5'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31일 서울미술관에 전시 된 김상유 작 'Works #75-5'. 2026.3.31. laecorp@yna.co.kr

▲ 김상유 목판화 작품과 목판 원본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31일 서울미술관에 전시 된 김상유의 목판화 작품(오른쪽)과 목판 원본. 2026.3.31. laecorp@yna.co.kr

▲ 김상유 작 '대산루'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31일 서울미술관에 전시 된 김상유 작 '대산루'. 2026.3.31. laecorp@yna.co.kr

▲ 김상유 작 '청산록수'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31일 서울미술관에 전시 된 김상유 작 '청산록수'. 2026.3.31. laecorp@yna.co.kr

▲ 전시 전경 [서울미술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RM도 반한 정적인 무해함…김상유 탄생 100주년 기념전

한국 최초로 동판화 시도…목판화 거쳐 유화까지

'정자서 명상하는 사람', BTS RM 소장품으로 재조명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정적 속 목탁 소리처럼 절제된 형식으로 사유를 드러내 온 작가 김상유(1926∼2002)의 작품과 삶을 한자리에서 만나보는 전시회가 막을 올린다.

서울미술관은 김상유 탄생 100주년 기념전 '쉽게 닳지 않는 사람'을 다음 달 1일부터 8월 17일까지 서울 부암동 본관에서 개최한다.

김상유는 한국 최초로 동판화를 시도하며 한국 현대 판화사의 지평을 열었고, 목판화와 유화로 확장하며 자신만의 독자적인 조형 언어를 구축한 작가다.

최근에는 방탄소년단(BTS) 리더 RM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김상유의 유화 '대산루'를 소장품이라고 올려 그의 작품들이 재조명받기도 했다.

김윤섭 아이프미술경영연구소 대표는 "김상유 작품의 진면목이라면 '기교없는 기교의 멋'"이라며 "조용하고 단정하며 세심한 그림 속의 안분지족 정신이 곧 한국적 정서를 투영하고 있는 것 아닐까"라고 설명했다.

31일 언론에 먼저 공개된 전시장은 총 6장으로 구성됐으며 김상유의 작품들을 연대기 순으로 선보인다.

1926년 평안남도 안주에서 태어난 김상유는 평양에서 성장기를 보낸 뒤 월남했다. 연희전문학교에서 철학을 공부하고 인천 동산 중학교에서 교사로 일하다 우연히 본 미국 미술 잡지를 통해 동판화의 세계에 들어섰다.

그는 국수 기계를 개조해 프레스를 만들고, 동판 대신 아연판을 사용했으며, 금속판을 부식시킬 산은 공장에서 구하는 등 스스로 판화 도구를 마련해 작업하며 선구자의 길을 걸었다.

전시장에선 그의 이름을 세상에 알린 1970년 제1회 서울국제판화비엔날레 대상 수상 작품 '막혀버린 출구'를 만날 수 있다.

이 작품은 동판화를 종이에 인쇄한 것으로 총 3점으로 구성됐다. 검은 배경 위에 가로로 긴 흰색 사각형이 놓여 있고 그 안에 희미하게 사람의 형상이 있다. 사람의 형상은 점점 진해진다. 사각형 상자는 관을 의미하며 누워 있는 인물을 통해 인간의 삶과 죽음을 표현한 작품이다.

작가는 당시 인터뷰에서 장례식장에 갔을 때 관을 보고 힌트를 얻은 것이라며 네모 상자 속에 누워 있는 인간의 형상은 사람이 살아서나 죽어서나 처해있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관을 모티프로 인간의 삶과 죽음을 표현하던 김상유는 1970년대 중반부터는 한국의 기물, 건축, 문자 등을 새긴 작품들을 만들었다. 그의 판화는 당시 서울 시내 호텔에 있던 화랑에서 판매되면서 외국인들의 기념품으로 인기를 끌었다.

전시장에는 그의 판화 작품과 원본 동판도 함께 볼 수 있다. 또 최신 판화 도구를 이용해 새로 찍은 판화도 전시해 놓아 과거에 찍은 판화와도 비교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열악한 도구를 사용하면서도 그의 판화 찍는 기술이 얼마나 뛰어났는지 확인할 수 있다.

동판화 작업을 하던 김상유는 1970년대 중반 이후 목판화로 작품 세계를 확장한다. 더 한국적인 것을 찾아 표현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직접 나무를 잘라 목판을 만들고 먹을 바른 뒤 한지를 놓고 놋쇠 숟가락으로 일일이 문질러 가며 이미지를 새겼다.

하지만 제대로 된 보호구도 없이 화학 물질을 사용한 작업을 이어가고, 노동하듯 판화를 찍어내면서 김상유의 눈은 나빠지고 어깨 통증은 악화했다.

결국 그는 칼을 내려놓고 붓을 들었다. 그의 초기 그림은 판화처럼 검은 윤곽선을 그리고 그 안에 색을 채우는 방식으로 작업했다. 유화지만 천으로 물감의 기름을 닦아내 색만 남기고 물성을 줄여 수채화나 동양화같이 표현했다.

그리고 그를 상징하는 '명상하는 사람'이 등장한다. 정자에 앉아 가부좌를 틀고 눈을 감은 채 명상에 잠긴 평온한 얼굴의 노인이다. 생전에 김상유는 "이 인물은 나 자신이며 우리 모두의 자화상이라고 생각하면 틀림없다"고 했다.

1990년 작 '대산루'는 경북 상주에 있는 누각이다. 1600년경 우복 정경세가 고향에 돌아와 지은 건물이다.

2층 누각의 독특한 구조로, 김상유는 이 누각에 앉아 명상하는 남자의 모습을 고즈넉하게 그렸다. 동명 연작은 BTS RM이 소장하고 있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그의 작품은 더 소박해지고 단출해진다.

'청산록수'에서 명상하는 사람은 이제 머리카락도 없고, 속세를 상징하는 옷도 사라진다. 누각도 사라지면서 산과 태양 아래 사람만이 남았다. '청산 절로절로 녹수 절로절로 나도 절로절로'라는 글로 자연과 더 가까이 깊이 동화되는 김상유의 마음을 표현했다.

김상유의 차녀인 김삼봉 김상유문화재단 이사장은 "사람들은 아버지를 은둔과 고독의 작가라고 불렀지만, 그는 혼자의 즐거움을 알고, 여행의 맛을 알며, 자기 수행을 위해 깊은 명상을 즐겼던 작가"라며 "전시 제목처럼 쉽게 닳지 않는 무해한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전시는 8월 17일까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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