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프오르간, 온도·습도에 민감한 '악기의 제왕'…내부 모습은

General / 임동근 / 2022-04-27 17: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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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콘서트홀 파이프오르간 시설 공개…25억원 들여 2년 걸려 설치
▲ 롯데콘서트홀 파이프오르간 전경 [롯데콘서트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4단 오르간 건반 [롯데콘서트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파이프오르간에 대해 설명하는 오르가니스트 박준호 (서울=연합뉴스) 임동근 기자 = 27일 오전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오르가니스트 박준호가 파이프오르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22.4.27

▲ 리거사 테크니션 유르겐 한트스탕어의 파이프오르간 점검 작업. [롯데콘서트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파이프오르간 내부 [롯데콘서트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파이프오르간, 온도·습도에 민감한 '악기의 제왕'…내부 모습은

롯데콘서트홀 파이프오르간 시설 공개…25억원 들여 2년 걸려 설치

(서울=연합뉴스) 임동근 기자 = 파이프오르간은 웅장한 규모와 다채로운 소리로 '악기의 제왕'이라 불린다. 사람의 목소리나 오케스트라의 연주 소리와는 다른 장엄한 분위기의 선율이 매력적이다.

'오르간'(Organ)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인체 내의) 장기'란 뜻이 가장 먼저 나온다. 오르간의 형용사형인 '오가닉'(Organic)은 '유기적인'이란 뜻을 품고 있다. 단어에서 엿볼 수 있듯 오르간이란 악기는 내부의 각 부분이 서로 유기적인 작용을 통해 소리를 만들어낸다.

서울 송파구에 있는 롯데콘서트홀이 27일 공연장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파이프오르간 내부를 공개했다. 2016년 설치된 이 파이프오르간은 디자인 및 도면 제작에 9개월, 오스트리아에서 이뤄진 파이프 제작에 9개월, 운송에 2개월, 설치에 3개월, 조율에 4개월, 테크니컬 테스트에 5개월 정도가 소요됐다. 디자인부터 설치까지 약 2년이 걸린 셈이다. 제작비용은 25억원에 달한다.

공연장 무대 뒤편 중앙에 설치된 파이프오르간은 미려하고 웅장한 자태로 눈길을 사로잡았다. 외관을 보면 수십 개의 은빛 파이프가 세로로 달려 있지만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뒤편 공간에는 알루미늄 또는 나무로 만든 파이프가 잔뜩 달려 있고, 다양한 구조물이 들어차 있다. 내외부에 설치된 파이프를 합하면 약 5천 개다.

파이프오르간은 크게 연주대와 바람을 만들어내는 송풍기관, 소리를 내는 파이프로 구성돼 있다. 송풍기관은 바람을 만드는 모터와 바람이 모이는 '바람상자'로 이뤄진다. 바람상자는 연주하는 동안 바람이 항상 들고 나기 때문에 벽돌이 일정한 무게로 위에서 눌러주며 바람의 세기와 풍압을 고르게 유지할 수 있게 한다. 이처럼 파이프오르간은 연주대에서 건반을 누르면 파이프 마개가 열리고, 바람이 전달돼 소리가 난다.

이날 해설을 맡은 오르가니스트 박준호는 "오르간은 관에 바람을 집어넣어 소리가 나는 악기다"면서 "연주대, 송풍기관, 파이프 등 3개 요소를 갖췄을 때 오르간이라 부르는데, 이런 구성 때문에 건반악기이면서도 관악기 특성을 지녔다"고 설명했다.

롯데콘서트홀 오르간 연주대는 4단이다. 가장 아래부터 독일 오르간의 특성을 옮겨온 하우프트베르크(Hauptwerk·주건반)와 포지티브(Positiv), 프랑스 스타일의 레시(Récit), 그리고 솔로(Solo)로 구성됐다. 연주대 맨 아래에는 발로 연주하는 '발건반'도 있다.

건반을 중심으로 양옆 벽에는 '스톱'(Stop)이라 불리는 버튼이 68개 달려 있다. 악기의 음색을 결정하는 도구다. 버튼에는 '바이올린', '플루트', '오보에' 등 악기 이름도 볼 수 있다. 각 건반과 연결된 스톱을 열면 소리가 나고, 여러 개를 동시에 열고 치면 소리가 다양하고 웅장해진다.

박준호는 "오르간은 굉장히 다양한 소리가 나는 것이 특징인데, 이는 스톱 덕분"이라고 했다.

롯데콘서트홀 파이프오르간은 오스트리아 리거(Rieger)사가 제작했다. 이날 내부 투어 후 가진 간담회에는 당시 설치를 담당했던 경력 32년의 전기 테크니션 유르겐 한트스탕어가 참석했다.

한트스탕어는 "파이프오르간은 솔로 악기로도 훌륭하지만 오케스트라와 잘 어울릴 뿐 아니라 음향적으로 오케스트라와 대적할 수 있는 유일한 악기"라며 파이프오르간의 매력을 설명했다.

이번 방한에서 파이프오르간의 여러 기능을 점검 중인 그는 "특히 무대에서 이용하는 이동용 연주대의 안정적인 작동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고 했다.

파이프오르간은 온도와 습도에 민감하다. 온도가 오르면 음도 따라 올라간다. 조율을 담당하는 안자헌 오르간 빌더는 "18∼20도가 오르간에 가장 좋은 온도지만 안타깝게도 국내에서는 항상 그 조건을 충족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5천 개 가까운 파이프를 연습 때마다 조율하지는 않는다. 또 관객 수와 조명으로 온도가 변화할 것에 대비해 리허설 전에 조율을 진행한다"고 덧붙였다.

롯데콘서트홀은 3년 만에 리사이틀인 '오르간 시리즈'를 진행한다. 다음 달 10일에는 영국 오르가니스트 데이비드 티터링톤이, 11월 30일에는 프랑스 오르간 음악을 대표하는 미셸 부바르가 리사이틀을 연다.

오르간 연주를 감상하고 기능과 특징 등을 직접 보고 이해할 수 있게 하는 프로그램인 '오르간 오딧세이'도 진행한다. 7월 20일엔 오르가니스트 최규미가 연주자로 나서고, 12월 21일에는 피아니스트 겸 오르가니스트 조재혁이 캐럴과 오르간 음악이 어우러진 무대를 선사한다. 테너 김세일은 콘서트 가이드로 나서 오르간의 원리와 특징을 설명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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