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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소장 문화재·미술품 기증 관련 브리핑 [연합뉴스 자료사진] |
이건희미술관 유치경쟁에 경주시 가세…대구시·경북도 곤혹
(경주=연합뉴스) 손대성 기자 = 경북도가 대구시의 '이건희 미술관'에 힘을 보태기로 한 가운데 경북 경주시가 미술관 유치전에 뛰어들면서 대구·경북도가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16일 경북도와 경주시에 따르면 경주시는 고 이건희 삼성 회장 유족이 기증한 문화재 및 근현대 미술품 전시공간 유치에 나설 방침이다.
시는 국내 대표급 관광지이고 신라 천년고도로 찬란한 불교문화를 꽃피웠으며 기증품 가운데 신라 관련 유물이 상당수 있다는 점 등을 내세우고 있다.
또 고 이건희 회장의 아버지인 고 이병철 회장이 경주이씨 판정공파 후손으로 중앙종친회장을 맡은 인연 등 다양한 명분을 들고나왔다.
그러나 경주시의 이런 유치 운동으로 대구시와 경북도는 자칫 그동안 강조해온 상생 협력 움직임이 깨질까 봐 우려하고 있다.
이미 대구시와 경북도가 '이건희 미술관'을 대구에 유치하는 데 협력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대구시는 대구가 고 이건희 회장의 출생지이자 삼성그룹 모태란 점 등 삼성과 깊은 인연을 내세워 미술관 최적지임을 강조하며 지난 7일부터 유치 추진위원회 구성을 위한 실무 논의에 들어갔다.
시는 전국 어디서나 2시간 이내에 접근할 수 있는 좋은 교통여건, 수도권에 집중된 문화 역량을 지방에 배분해야 한다는 균형발전론 등을 내세워 유치에 집중하고 있다.
여기에 이철우 경북도지사도 지난 11일 간부회의에서 "대구시의 '이건희 미술관' 유치에 힘을 보태야 한다"고 말하며 거들었다.
이 지사는 "삼성상회가 대구에서 시작했고 삼성전자가 구미에서 성장한 만큼 대구와 경북은 삼성그룹과 인연이 남다르다"며 "이건희 미술관 유치전이 치열한데 대구와 경북이 경쟁하지 말고 힘을 합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상황에서 경주시가 유치 경쟁에 나서자 대구시와 경북도는 공식 견해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내심 달가워하지는 않는 분위기다.
이에 대해 경주시 관계자는 "일각의 우려가 있는 것은 알지만 주낙영 시장이 경북도의 대구시 지원을 거론하기 전에 삼성 측에 제안 의사를 전했다"며 "삼성가가 경주이씨인 만큼 뿌리가 경주이고 서양화나 근대미술품은 몰라도 고미술품 등 문화재를 위한 박물관은 경주가 최적지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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