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정원·깡통 통신…재불작가 김순기의 신작 설치·영상작업

Contribution / 황희경 / 2023-04-04 10:4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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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리오갤러리 서울 개인전
▲ 김순기 작품 '깡통 통신'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4일 서울 원서동 아라리오갤러리 서울에서 시작한 김순기 개인전에 전시된 작품 '깡통 통신'. 2023.4.4 zitrone@yna.co.kr

▲ 김순기 '주식 정원-템플' 2023, 6분48초, 멀티미디어, 가변설치[아라리오갤러리 서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주식 정원·깡통 통신…재불작가 김순기의 신작 설치·영상작업

아라리오갤러리 서울 개인전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재불작가 김순기(77)의 신작 영상과 설치 작업을 선보이는 전시가 4일부터 서울 원서동 아라리오갤러리 서울에서 열린다.

서울대에서 회화를 공부한 뒤 1971년 프랑스로 건너가 미학과 기호학을 연구한 작가는 1960년대 후반부터 비디오, 멀티미디어, 사운드, 퍼포먼스, 사진 등 다양한 장르로 철학과 예술, 기술이 결합한 실험적 작품을 해왔다.

2019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대규모 회고전을 열며 새롭게 조명됐던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멀티미디어 영상과 설치 작업 신작을 선보인다.

지하 1층에는 여러 개의 깡통을 줄로 연결한 설치작 '깡통 통신'이 놓였다. 1991년 걸프전 시기 미국 언론의 시각으로만 전해지는 소식에 분노한 작가는 당시 소통과 통신에 대한 문제의식을 여러 장의 드로잉으로 남겼고 이번에 처음으로 설치 작업으로 구현했다.

어린 시절 깡통이나 종이컵을 줄로 연결해 소리를 전달했던 방식과 유사하게 여러 개의 깡통을 줄로 연결하고 나뭇가지에 매달아 서낭당 모양으로 만든 이 작품은 왜곡되는 커뮤니케이션의 본질을 되묻는다. 전시에서는 당시 드로잉도 함께 볼 수 있다.

어두컴컴한 1층 전시장에는 절의 새벽 타종 소리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지리산 자락 실상사의 모습과 전 세계 주식시장의 실시간 시세가 벽에 투사된다. 자본주의를 상징하는 주식 시세와 명상을 위한 종소리가 뒤섞인 이 작품은 작가의 90년대 영상작품인 '주식거래'를 새롭게 재해석한 '주식정원-템플'이다.

바늘구멍 카메라(핀홀카메라)를 이용한 '바보사진' 연작은 단순하고 자연스러운 것을 탐구하며 '있는 것을 그대로 두는' 작가의 철학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핀홀카메라는 렌즈도, 셔터도 없지만 내버려 두면 시간과 빛의 효과로 흐릿하고 몽환적인 이미지들을 만들어낸다. 작가는 이런 식으로 작업실과 부엌, 여행지에서 만난 풍경 등 일상의 이미지를 자연스럽게 포착한다.

작가는 '바보사진' 연작을 두고 "1980년대 비디오 작업을 하다 원초적인 것으로 돌아가자고 생각해 시작한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핀홀카메라는 작가가 따로 통제할 수 없고 몸으로 익힌 감으로만 유의미한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을 들어 "내 사진들은 '눈으로 작업하는 게 아니라 몸의 작업'"이라고 덧붙였다.

전시는 5월 13일까지.

(끝)

(C) Yonhap News Agency.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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