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현실, 눈보라 녹이는 순애보…영화 '청춘적니'

K-DRAMA&FILM / 오보람 / 2021-12-24 14:10:13
  • facebook
  • twitter
  • kakao
  • naver
  • band
▲ 영화 '청춘적니' 포스터 [모쿠슈라픽쳐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영화 '청춘적니' 속 한 장면 [모쿠슈라픽쳐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영화 '청춘적니' 속 한 장면 [모쿠슈라픽쳐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아픈 현실, 눈보라 녹이는 순애보…영화 '청춘적니'

(서울=연합뉴스) 오보람 기자 = 눈보라가 치는 중국 신장의 허허벌판. 풍력발전소 건설 노동자인 뤼친양(굴초소 분)이 측량을 하기 위해 눈밭을 헤치며 걷고 있다. 청혼을 앞둔 연인 링이야오(장정의)가 기차역에서 기다리고 있지만, 무망하게도 눈발은 점점 더 거세져 간다. 설상가상으로 통신마저 끊겨 휴대전화는 먹통이 되고 한 치 앞도 볼 수 없을 만큼 시야는 탁해진다. 뤼친양은 10년을 사랑하고 3년을 떨어져 있던 연인에게 가닿을 수 있을까.

영화 '청춘적니'는 결혼을 앞둔 연인 링이야오와 뤼친양이 현실의 벽에 부딪히면서 위기를 겪게 되는 이야기를 담은 멜로 영화다. 보기 드문 순애보가 눈물샘을 자극하면서도 이들이 겪는 현실적인 고민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두 사람의 사랑은 열일곱 고등학생 시절부터 시작됐다. 말썽꾸러기였던 뤼친양은 모범생 링이야오에게 첫눈에 반하고 전교생이 보는 방송에서 사랑을 맹세한다. 철없고 미성숙하지만, 그래서 더 순수한 그의 사랑은 성인이 돼서도 이어진다. 그러나 연인이 된 두 사람은 서로 완전히 다른 삶을 살고 있다. 뤼친양은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 링이야오는 어엿한 대학원생이다.

난징에서 동거를 시작한 이들의 나날은 생활고의 연속이다. 중고 가전과 가구로 채워진 월 800위안(약 15만원)짜리 방은 초라하기 짝이 없다. 뤼친양은 링이야오에게 열심히 일해서 모두가 부러워할 삶을 살게 해주겠다고 다짐한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짓고 있는 아파트에는 정작 자신을 위한 집은 한 칸도 없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고 있다. 그저 아파트 분양 광고지를 품 안에 간직한 채 꿈만 꿀 뿐이다.

믿었던 친구에게 배신당한 뒤 빚까지 짊어지게 되자 그의 박탈감과 절망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집으로 날아드는 독촉장과 병원비조차 낼 수 없을 만큼 바닥난 통장 잔고를 보며 뤼친양은 신장의 새로운 일터로 떠날 결심을 한다. 링이야오에게는 더는 비참하게 사는 모습을 볼 수 없다며 이별을 통보한다.

다소 뻔한 스토리에 몰입이 되는 이유는 제아무리 대단한 사랑이라도 돈이 없으면 지켜낼 수 없다는 사실을 뼈아프게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요즘 하나의 격언처럼 굳어져 버린 "결혼은 현실"이라는 말을 105분 내내 실감하게 할 듯하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그저 아파트를 쳐다만 볼 수밖에 없는 뤼친양에게서 우리나라 청년들의 모습이 겹쳐 보이기도 한다.

무엇보다 뤼친양과 링이야오의 순정에 코끝이 시큰해질 것 같다. 어쩌면 비현실적인 사랑으로 보일 수 있겠지만, 그래서 오늘날 더 필요한 사랑 이야기가 아닐까.

1월 12일 개봉.

(끝)

(C) Yonhap News Agency. All Rights Reserved

  • facebook
  • twitter
  • kakao
  • pinterest
  • naver
  • 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