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생 다르지만 결국 '콘텐츠 싸움'…"토종 OTT와 연합도 전략 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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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디즈니의 OTT 플랫폼 디즈니+ [디즈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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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트디즈니코리아 미디어 데이 (서울=연합뉴스) 14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월트디즈니코리아 미디어 데이 행사에서 오상호 디즈니코리아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2021.10.14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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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외 OTT (PG) [박은주 제작] 사진합성·일러스트 |
디즈니+, 내일부터 국내 서비스…넷플릭스 독주 막을까
태생 다르지만 결국 '콘텐츠 싸움'…"토종 OTT와 연합도 전략 될 수 있어"
(서울=연합뉴스) 김정진 기자 박소연 인턴기자 = 디즈니+가 12일 한국 서비스를 개시할 예정이어서 국내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시장에서 부동의 1위였던 넷플릭스 입지를 위협할지 이목이 쏠린다.
지난 4일 애플TV+가 서비스를 시작한 데 이어 디즈니+까지 합류하면서 한국시장에서 글로벌 OTT의 3파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디즈니+는 미국에서 디즈니, 마블, 스타워즈 등 막강한 자체 콘텐츠를 바탕으로 론칭 1년 만에 선두주자인 넷플릭스를 빠른 속도로 따라잡고 있는 만큼 국내에서도 서비스 개시 초반에 저력을 과시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이런 기세를 장기적으로 이어가기 위해서는 결국 디즈니+라는 OTT 플랫폼 안에서만 볼 수 있는 고유의 콘텐츠를 어느 정도 확보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 플랫폼 기반 vs 콘텐츠 기반…태생부터 다르다
디즈니+와 넷플릭스의 가장 큰 차이는 기반이 다르다는 점이다.
비디오 대여 사업에서 출발한 넷플릭스는 온라인 스트리밍 플랫폼에 기반을 두고 있지만, 디즈니는 월트디즈니부터 시작해 수많은 애니메이션과 영화 등을 만들어 낸 콘텐츠 기반 기업이다.
자체적으로 가지고 있는 콘텐츠 제작 망이 부족했던 넷플릭스는 막대한 투자를 통해 각 국가의 현지 제작사들과 협업하며 새로운 오리지널 영화·시리즈를 만들어내고 있다.
반면 강력한 지적재산(IP)을 보유한 디즈니+는 기존의 세계관을 확장하며 연속성 있는 콘텐츠를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전통 콘텐츠 기업'이라는 입지가 OTT 시장 경쟁에서 유리하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디즈니는 미국 내 메이저 회사들과 제작을 같이 하다 보니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천문학적인 제작비가 투입된다. 단가가 높으면 리스크가 커질 수밖에 없다"며 "반면 넷플릭스는 한국이나 일본 등 해외 로컬 제작사들과 협업을 하면서 제작 단가를 줄여 '오징어 게임'과 같은 가성비 높은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 확연히 다른 콘텐츠 색깔…가족형 vs 성인 타깃
태생이 다른 두 OTT는 콘텐츠의 주요 타깃에도 차이가 있다.
디즈니+는 '겨울왕국' 등 디즈니와 픽사의 인기 애니메이션을 비롯해 마블의 '어벤져스' 시리즈, '스타워즈' 시리즈 등을 보유하고 있어 온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콘텐츠가 주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아이들을 위한 온라인 플랫폼을 찾고 있던 국내 고객들이 넷플릭스 등에서 디즈니+로 갈아탈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반면 넷플릭스는 소재나 장르 등을 국한하지 않고 자타공인 '웰 메이드' 콘텐츠부터 B급 감성이 묻어나는 콘텐츠까지 폭넓은 영상물을 제공해 다양한 수용자를 흡수해왔다. 특히 상대적으로 수위가 높은 장르극 위주의 작품들은 넷플릭스만의 독특한 색깔로 자리 잡았다.
디즈니+도 일반 엔터테인먼트 브랜드인 스타(Star)를 통해 성인들을 위한 콘텐츠를 선보이겠다고 밝혔지만, 디즈니라는 기업의 색깔을 버리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김성수 대중문화평론가는 "넷플릭스는 'B급 감성'이 넘치는 실험적인 콘텐츠들을 많이 보유하고 있고, 디즈니는 '주류 감성'을 유지하고 있다"며 "디즈니가 지금까지 가져온 세계관을 뛰어넘는 콘텐츠가 나오지 않는다면 구독자 입장에서는 아무리 많은 콘텐츠가 있더라도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 글로벌 공룡들의 전쟁…승패는 '콘텐츠'가 좌우
이런 장단점을 가진 디즈니+와 넷플릭스는 OTT 시장이라는 국한된 영역 안에서 애플TV+와 함께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한다.
디즈니+는 미디어 업계의 '전통 강자' 디즈니가 가진 높은 인지도의 힘으로 단기적으로는 성장곡선을 그려낼 수 있겠지만 장기전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콘텐츠 경쟁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서는 자신들이 가진 브랜드 가치에 함몰되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콘텐츠를 선보여야 하며, 국내 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로컬 콘텐츠도 다양하게 확보해야 한다.
또 내년에 HBO 등 해외 OTT의 한국시장 추가 진출이 예고된 만큼 국내 토종 OTT들과의 합종연횡을 꾀하는 것도 한 가지 전략으로 거론된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후발주자의 경우에는 국내 OTT와 연합하는 등 적극적으로 연대하면서 네트워크를 만들어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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