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중이 꼽은 새 '송도삼절', 쇠락한 개성 이미지 투영"

Heritage / 박상현 / 2022-03-27 11:4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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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희 울산대 교수 주장…"개성을 보는 한양 문단의 관념, 지속적 변화"
▲ 개성 만월대 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김만중이 꼽은 새 '송도삼절', 쇠락한 개성 이미지 투영"

노경희 울산대 교수 주장…"개성을 보는 한양 문단의 관념, 지속적 변화"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흔히 '송도삼절'(松都三絶)이라고 하면 서경덕, 황진이, 박연폭포를 떠올린다. 송도는 고려 수도 개성을 뜻하고, 삼절은 뛰어난 세 가지 존재나 사람을 일컫는다.

소설 '구운몽'으로 잘 알려진 조선시대 문인 김만중(1637∼1692)은 '서포만필'에서 새로운 송도삼절이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최동고(최립)의 문장과 차오산(차천로)의 시와 한석봉(한호)의 필법이 명성을 날려 또 '삼절'이라고 불렀다"며 "어찌 송도만이 그렇게 '뛰어난 것'(絶)이 많았던가"라고 했다.

27일 학계에 따르면 고전문학 연구자인 노경희 울산대 교수는 한국역사연구회가 지난 25일 연 '역사도시 서울·개경 학술대회'에서 김만중이 제시한 새로운 송도삼절에는 17세기 문인이 생각한, 쇠락한 도시 개성의 이미지가 투영됐다고 주장했다.

노 교수는 "조선시대 내내 '서경덕·황진이·박연폭포'가 공식적으로 송도삼절로 인정됐다"며 "'최립·차천로·한호'를 송도삼절로 보는 시각은 일부 문인에게만 통용된 것으로 추정되며, 관련 기록은 서포만필에서만 확인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립은 개성 출신으로 볼 근거가 부족하지만, 한호와 인척 관계였고 차천로와도 친밀해 송도 관련 인물로 여겨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노 교수는 김만중이 세 사람을 송도삼절로 평가한 이유에 대해 "이들을 하나로 묶을 공통점이 있고, 17세기 한양 문인들 사이에서 형성된 송도 이미지와 깊은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러면서 세 사람의 공통점으로 미천한 가문, 본인 잘못, 거침없는 기질 등으로 재능과 명성에 비해 높은 지위에 오르지 못한 문사로 인식됐다는 점을 꼽았다.

노 교수는 아름다운 자연과 오랜 역사, 영광을 지녔으나 이제는 향수만 남은 곳인 개성의 이미지가 능력을 인정받지 못해 불우했던 최립, 차천로, 한호의 이미지와 겹쳐 새로운 송도삼절이 만들어졌다고 결론지었다.

즉 김만중이 안타까움을 자아내는 인물들을 쇠락한 개성의 모습에 조응하면서 새로운 이미지의 개성을 탄생시켰다는 것이다.

아울러 노 교수는 한양 문단에서 개성을 보는 관념이 지속해서 바뀐 점도 지적했다.

그는 "15세기에 개성은 과거 수도로서 회고의 대상이었고, 16세기 중종 연간에는 '절의의 고장'이자 '역사적 교훈의 도시'로서 이미지가 강화됐다"며 "18세기 후반에 이르러서는 과거의 영광만 있는 영락한 작은 지역에 불과한 곳이 됐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토론자로 나선 장지연 대전대 교수는 김만중의 송도삼절 인식을 17세기 한양 문단의 보편적 생각으로 볼 수 있는지 등에 대해 고찰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학술대회에서는 이외에도 개성과 한양 행정영역 비교, 개성과 한양의 사찰, 조선 후기 개성·서울 금융 네트워크 연구 등에 관한 연구 성과가 발표됐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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