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에 보수화된 영화계…고예산 영화 女인력 비중 3년만에 최저

K-DRAMA&FILM / 김정진 / 2023-03-08 11:4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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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진위 '2022 한국 영화산업 성인지 결산' 보고서
"고예산·남성 위주·후속작 강세…성인지 관련 지표도 퇴행"
▲ 영화진흥위원회(KOFIC) [연합뉴스TV 제공]

팬데믹에 보수화된 영화계…고예산 영화 女인력 비중 3년만에 최저

영진위 '2022 한국 영화산업 성인지 결산' 보고서

"고예산·남성 위주·후속작 강세…성인지 관련 지표도 퇴행"

(서울=연합뉴스) 김정진 기자 = 지난해 국내 영화산업이 회복 가능성을 보인 가운데 고예산·남성·후속작 위주 작품이 개봉하면서 여성 인력 입지는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8일 영화진흥위원회가 발표한 '2022 한국 영화산업 성인지 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개봉작 202편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주연과 제작자를 제외한 모든 직종에서 여성 인력 비중이 전년 대비 감소했다.

특히 순제작비가 30억원이 넘는 상업영화의 경우 여성 인력 비중은 16.9%로, 2021년의 23.4%보다 6.5% 포인트 줄었다. 고예산 상업영화에서 여성 인력 비중이 20% 미만으로 내려간 것은 3년 만이다. 연도별 여성 인력 비중은 2018년 16.4%, 2019년 18.6%, 2020년 24.2% 등이다.

지난해 개봉한 순제작비 30억원 이상 상업영화는 총 36편으로 2021년 17편의 2배가량으로 늘었으나 여성 인력 비중은 오히려 축소됐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영진위는 "2022년 한국 영화산업은 고예산 영화와 남성 감독·주연작 편수가 늘고 후속작이 강세를 보였다"면서 "시장이 안정성을 우선시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시장의 보수화는 다양한 성인지 관련 지표에서도 드러났다.

지난해 흥행 30위 한국영화 중 애니메이션을 제외한 28편 중 벡델 테스트(1985년 미국 여성 만화가 엘리슨 벡델이 고안한 성평등 테스트)를 통과한 작품은 10편(35.7%)으로 최근 5년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정형화된 여성 캐릭터가 얼마나 등장하는지를 가늠하는 여성 스테레오타입 테스트에 해당하는 작품은 11편(39.3%)으로, 2021년 2편(7.1%)에서 큰 폭으로 증가했다.

여성 이외 사회적 소수자의 재현 정도를 파악하는 다양성 테스트는 지난해 8점을 기록했는데, 전년 대비 4점 올랐으나 지난 5년간 평균 점수인 10점을 밑돈다.

보고서는 "여성 영화인들의 주요 활동 무대였던 독립·예술영화의 장이 축소되면서 2022년은 성인지적 관점에서 퇴행적인 지표들이 많이 나타났다"면서도 "팬데믹 영향으로 시장이 보수화되면서 나온 것으로 성인지적 관점에서는 판단을 유보해야 하는 과도기로 볼 수 있다"고 했다.

이번 보고서에서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오리지널 영화를 대상으로 한 성인지 통계도 처음으로 공개됐다.

넷플릭스·웨이브·왓챠 등 OTT 플랫폼에서 지난해 공개한 오리지널 영화 7편을 분석한 결과 각본가를 제외한 모든 직종에서 여성 인력 비중이 남성보다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벡델 테스트 통과작은 6편(85.7%), 여성 스테레오타입 테스트 해당작은 3편(42.8%)으로 나타났다.

영진위는 "백델 테스트 통과율은 상당히 높다고 할 수 있으나 여성 캐릭터의 스테레오타입화된 재현 문제, 남성 서사 종속의 빈도, 여성 연대 서사의 낮은 빈도, 남성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여성 캐릭터의 연령대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평가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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