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건 신부 유해 누가 갖고 있나…전수조사 결과 주목

General / 양정우 / 2022-06-07 11: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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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곳 분배기록·현장사진 대조…정순택 대주교, 일괄관리 지시
"유해 보관 실태 투명하게 공개하고 관리 만전 기해야"
▲ 聖김대건 신부'의 유해를 판매한다는 게시글 [번개장터 화면 캡처. 재배포 및 DB금지]

▲ 바티칸서 김대건 신부 탄생 200주년 미사 [연합뉴스 자료사진]

김대건 신부 유해 누가 갖고 있나…전수조사 결과 주목

150곳 분배기록·현장사진 대조…정순택 대주교, 일괄관리 지시

"유해 보관 실태 투명하게 공개하고 관리 만전 기해야"

(서울=연합뉴스) 양정우 기자 = 지난 3월 온라인상에 '한국인 첫 사제'인 성(聖) 김대건 신부의 척추뼈를 판다는 글이 올라오자 가톨릭계는 충격에 빠졌다.

진위를 떠나 공적 경배 대상인 성인의 유해가 인터넷 물품 거래사이트에서 매매대상이 됐다는 게 믿을 수 없는 현실이었기 때문이다.

가톨릭 교회법은 거룩한 유해, 즉 성인·복자의 유해는 매매할 수 없도록 금하고 있다. 교회법이 아니더라도 유해 매매는 사회적으로도 용인되지 않는 일이다.

유해 매매 논란이 커지자 김 신부의 유해 관리를 책임져온 천주교 서울대교구는 김 신부 유해 현황을 파악하기 위한 전수조사에 나섰다.

◇ 유해 누가 갖고 있나…정확한 실태 파악이 관건

7일 가톨릭계에 따르면 서울대교구는 최근 두 달 동안 소속 본당 등 약 150곳을 대상으로 유해 관련 실태 조사를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과거 유해 분배기록을 토대로 김 신부의 유해를 분배받아간 성당 등에 실제 유해가 존재하는지 사진을 통해 확인하는 절차를 밟았다고 한다. 조사 대상 성당 150곳 중에 실제 유해가 있는 곳이 얼마나 되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분배 기록처럼 유해 실물이 있더라도 교구장 주교가 김 신부 유해가 맞는다는 사실 보증을 위해 발급한 '유해 증명서'를 갖춘 경우는 소수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신부 유해는 성당 외에도 사제나 수녀, 신자 등 개인에게 분배된 경우가 많다.

A 신부가 1996년 작성한 '김 신부 유해 현황' 자료집에는 1969∼1996년 B 수녀원에서 사제와 수녀, 신자 개인에게 유해를 분배한 경우가 160건이 넘는 것으로 나온다.

김 신부의 유해 매매 논란도 개인적으로 분배된 유해가 관리되지 못한 탓에 일반 물품처럼 거래 대상으로 나왔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전수조사가 '반쪽짜리'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개인 분배 현황과 실태에 대한 면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서울대교구 대변인 허영엽 신부는 최근 연합뉴스와 한 통화에서 "김 신부 유해 관련 데이터 중 A신부의 자료에 가장 많은 (데이터가) 있는 것으로 안다"며 "본당과 개인에게 분배된 게 있는데 유해를 받은 개인에게도 유해가 최종적으로 어디에 있는지 확인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 "반성의 계기…투명하게 실태 공개하고 관리해야"

김 신부의 유해 매매 논란 이후 가톨릭계에서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코로나19 사태 속에 지난해 김 신부 탄생 200주년을 맞은 가톨릭계에서는 기념미사와 전시회, 자료집 발간, 학술대회, 도보 순례 등 관련 행사가 줄을 이었다.

그러나 소중하게 챙겼어야 할 성인의 유해는 주요 관심 대상이 아니었다. 탄생 200주년이 지나고 올해 유해 매매 논란이 벌어진 뒤에야 유해 문제가 이슈로 떠올랐다.

서울대교구의 한 사제는 "유해를 돈을 받고서 판매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반성해야 하는 계기였다"고 돌아봤다.

지역 교구의 다른 사제도 "성인 유해는 성당에 모셔져 있는 것만 봤지, 온라인상에 (매매 사진이) 올라왔을 때 충격이 컸다"면서 "모든 것이 그렇지만 기회가 될 때 개선이 이뤄지는 것 아닌가 싶다"며 전수조사 등 교회 대응에 주목했다.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는 성인 유해 관리와 관련해 교구 사무처가 일괄 관리하도록 특별 지시를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유해 관리를 총괄하는 콘트롤타워가 없었던 만큼 교구 사무처가 유해 현황을 파악해 직접 대응하라는 주문으로 읽힌다.

서울대교구는 김 신부의 유해 전수조사가 끝난 뒤 조사 결과를 공개하고, 향후 관리도 투명하게 하겠다는 입장이다.

교구 대변인 허영엽 신부는 "성인의 유해니까 당연히 관리가 잘 돼 있겠지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오히려 이번이 좋은 기회가 된 거 같다"며 "천주교가 지향해온 것처럼 좀 더 투명하게 공개하고 주보 등을 통해 조사 결과나 후속 조치 등을 발표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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