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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은님, 해질 무렵의 동물, 1986 [ⓒ Eunnim Ro. 가나아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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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은님, 무제, 2003 [ⓒ Eunnim Ro. 가나아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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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은님 작가 [연합뉴스 자료사진] |
고통에서 얻은 예술가로서의 자유…가나아트센터 노은님 추모전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지난해 세상을 떠난 작가 노은님의 추모전이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열리고 있다.
1946년 태어난 노은님은 1970년 독일로 이주해 간호사로 일하다 우연한 기회에 전시회를 열었고 이를 계기로 1973년 독일 국립 함부르크 조형예술대에 입학했다. 이후 이 대학에서 20여년간 재직하며 작업 활동을 해오다 지난해 10월 세상을 떠났다.
1973∼2021년까지 작품 35점을 모은 전시는 자연물을 소재로 힘찬 생명력을 표현해 왔던 작가의 50년 여정을 돌아보며 대작 위주 초기 작업을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함부르크 미대 시절 초기 드로잉과 1980년대 초반의 색면 추상 작품부터 1980∼1990년대 대형 회화와 2000년 이후 선과 색의 사용 등에서 훨씬 자유로워진 회화와 모빌 등을 선보인다.
검은 종이에 흰 분필로 그린 짧은 선만으로 화면을 구성한 1976년작 '무제
와 아프리카 여행에서 느낀 인상을 검은 배경에 표현한 가로 길이 8.5m의 대작 '아프리카에서 돌아온 후'(1983), 프랑스 중학교 문학 교과서에서 수록된 '해질 무렵의 동물'(1986) 등이 대표작으로 소개된다.
1990년대말∼2000년대 초반 시기 작품으로는 수레바퀴가 떠오르는 검은 도형 위에 붉은색 물감으로 손바닥을 돌아가며 찍어낸 '무제'(1998), 빨강과 짙은 녹색, 노랑과 파랑 등 강렬한 색채 대비가 인상적인 가로 3.3m, 세로 2.6m 작품 '무제'(2003) 등을 볼 수 있다.
이번 전시의 제목은 '내 짐은 내 날개다'(Meine Fluegel sind meine Last)로 붙여졌다. 작가가 2004년 발표했던 그림 에세이 제목에서 따온 것으로 작가는 이 책에서 예술가로서의 자유를 얻기까지 자신이 겪었던 고통, 즉 '짐'이 결국은 '날개'가 됐다고 적었다.
"예술가로서의 자유, 그것을 얻기까지 나는 많은 것을 지불한 셈이었다. 이 세상에는 공짜가 없다. 내가 얻은 만큼 지불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공평한 것이다. 이제 나는 산이나 혹은 흐르는 물 같다. 공기처럼 가벼움을 느끼며 끝없이 땅과 하늘 사이를 떠도는 것 같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내 짐은 내 날개였던 것이다."('내 짐은 내 날개다' 중)
전시는 5월28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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