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첫 사제' 김대건 신부 유해 어디에…관리 부실 논란

Heritage / 양정우 / 2022-03-29 10:48:32
  • facebook
  • twitter
  • kakao
  • naver
  • band
순교 후 최소 200곳 이상에 나뉘어 보관…천주교, 현황 파악·관리 못해
'유해 매매' 교회법 금지·사회법상 위법 소지…주교회의 "대책 논의"
▲ 성 김대건 신부 [당진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새 서울대교구장, 성 김대건 신부 유해 앞서 기도 (서울=연합뉴스) 양정우 기자 = 천주교 서울대교구장에 임명된 정순택 대주교가 29일 성 김대건 신부의 유해를 찾아 기도를 올리며 사실상 교구장으로서 활동에 들어갔다. 서울대교구에 따르면 정 대주교는 이날 서울 종로구 혜화동 성신교정 성당을 찾아 성 김대건 신부의 유해 앞에서 기도를 바쳤다. 2021.10.29 [천주교 서울대교구 제공. 재배포 및 DB제공 금지]


(서울=연합뉴스) 양정우 기자 = 최근 한국인 첫 사제 성 김대건 신부의 유골을 판매하겠다는 글이 온라인에 올라와 논란이 됐지만, 한국 천주교회는 김 신부의 유해 현황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29일 천주교계에 따르면 1846년 서울 용산의 새남터에서 순교한 김대건 신부의 유해는 신자들에 의해 경기 안성 미리내로 옮겨졌다가 1901년 용산 신학교 제대 밑에 안치됐다.

1925년에는 시복식을 위한 유해 조사차 유골함이 개봉됐고, 이때 유해 일부가 여러 교회에 분배된 것으로 전해진다.

유해는 한국전쟁 과정에서 경남 밀양으로 피란을 갔다가 휴전 이후 서울 종로구 혜화동 소신학교로 옮겨졌고, 1960년 가톨릭대 성신교정과 미리내성지, 절두산 순교성지 등 3곳으로 나뉘어 안치됐다.

이후 신학교에 있던 유해는 공경을 원하는 성당과 성지, 단체 등에 분배됐다. 개인을 포함하면 유해는 최소 200곳 이상에 나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해를 분배받은 개인의 경우 성인의 후손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많은 곳에 분배 보관된 김대건 신부의 유해가 국내외 어디에서, 누구에 의해 보존·관리되는지 한눈에 알 수 있는 총체적인 현황이나 관리 목록이 한국 천주교회에 없다는 점이다. 각 교구나 기관이 분배받은 유해를 교구장 등의 책임하에 관리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김대건 신부를 한국인 첫 사제로 대내외에 알리며 공경해온 한국 천주교회의 처사로 보기에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을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문제의 판매 글이 올라온 뒤로 천주교계 내부에서는 '놀랐다'라거나 '안타깝다'는 반응이 많았으나, 마땅한 대응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러는 사이 김 신부의 척추뼈를 판매한다는 게시물은 삭제됐다. 매물로 올라온 유해의 진위, 입수 경위 등은 판매글 작성자가 먼저 설명하거나 수사당국의 조사 없이는 알 길이 요원해졌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 관계자는 전날 연합뉴스와 한 통화에서 김 신부의 유해 현황이나 목록이 있느냐는 질의에 "가지고 있는 것이 없다. (성인의) 가족과 함께 관련 몇 개 교구가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이어 "(판매 글을 올린 분이) 어떻게 소유했는지, 그 진위를 떠나서 굉장히 유감스럽다"며 "내부적으로 어떻게 할지 대책을 논의해봐야 할 거 같다"고 덧붙였다.

가톨릭교회에서 성인의 유해 매매는 교회법상 엄격히 금지돼 있다. 유골을 거래 대상으로 삼는 행위는 사회법적으로도 위법 소지가 크다.

교회법은 '거룩한 유해는 팔 수 없다'(제1190조)고 규정하고 있다. 교황청 시성성의 교령 '교회의 유해: 진정성과 보존'에서는 '거룩하지 않은 장소나 인가되지 않은 장소의 유해 전시는 물론 유해의 판매와 거래는 엄격하게 금지된다'(제25조)가 밝히고 있다.

서울지역에서 활동하는 한 변호사는 "유골 소유권은 상속인이 갖게 돼 있고, 다른 사람에게 매매할 수가 없다"며 "양도 불가능한 권리"라고 지적했다.

(끝)
 

(C) Yonhap News Agency. All Rights Reserved

  • facebook
  • twitter
  • kakao
  • pinterest
  • naver
  • 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