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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패러렐 마더스' 포스터 [스튜디오 디에이치엘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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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패러렐 마더스' 속 한 장면 [스튜디오 디에이치엘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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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패러렐 마더스' 속 한 장면 [스튜디오 디에이치엘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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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패러렐 마더스' 속 한 장면 [스튜디오 디에이치엘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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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패러렐 마더스' 속 한 장면 [스튜디오 디에이치엘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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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패러렐 마더스' 속 한 장면 [스튜디오 디에이치엘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상처를 치유하는 모성의 위대함…영화 '패러렐 마더스'
(서울=연합뉴스) 오보람 기자 = 뛰어난 감독은 식상한 소재를 가지고도 신선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산부인과에서 아이가 뒤바뀐 두 엄마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영화 '패러렐 마더스'가 그렇다. 스페인을 대표하는 감독 페드로 알모도바르는 자칫 뻔하게 흘러갈 수 있는 스토리를 끊임없이 변주하며 관객이 예상하는 전개를 하나씩 비껴간다.
73세의 노장이 스크린에 풀어가는 이야기에 흠뻑 젖다 보면 어느새 감독이 던지는 묵직한 메시지가 들려온다. 엔딩에 나오는 문구가 사라질 때는 다시 한번 영화의 초반부로 돌아가 내용을 곱씹게 되는 마력이 있다. 진정한 이야기꾼이라 할 만하다.
영화에는 많은 엄마가 나오지만, 그중에서도 마흔을 앞둔 사진가 야니스(페넬로페 크루스 분)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흘러간다. 스페인 내전 당시 학살당한 증조할아버지가 묻힌 곳을 찾던 그는 업무상 알게 된 고고학자 아르투로(이스라엘 엘레할데)에게 발굴 작업을 도와 달라고 부탁한다. 함께 일하며 사랑에 빠진 이들은 1년간 만남을 이어가고 야니스는 임신까지 한다. 유부남인 아르투로는 아이가 그다지 달갑지 않은 눈치다.
결국 야니스는 남편 없이 절친한 친구 엘레나(로시 드 팔마)의 간호를 받으며 출산을 하기로 한다. 같은 병실을 쓰는 10대 산모 아나(밀레나 스밋)도 외로운 여정의 친구가 돼준다. 아나 역시 남편은 안 보이고 연극배우인 어머니 테레사(아이타나 산체스 히혼)만 딸 옆을 지키고 있다.
딸을 출산한 후 육아에만 매진하던 야니스는 아이가 자신을 닮지 않았다고 의심하는 아르투로에게 화를 내고 결별한다. 그러나 야니스 역시 커갈수록 이국적인 외모를 띄게 되는 딸 세실리아에게 의구심이 들면서 친자 검사를 받는다. 결과는 모녀 관계일 가능성이 0%라는 것. 야니스는 자신의 친딸이 신생아 관찰실에 들어갔을 때 아나의 친딸과 뒤바뀌었을 것으로 추측하지만, 잠시 고민하다 진실을 감추기로 한다.
시간이 흘러 야니스는 우연히 한 카페에서 아나를 마주친다. 세실리아의 친모인 걸 알면서도 야니스는 아나를 집으로 초대하고, 어렵게 사는 그를 육아도우미로 고용한다. 그에게서 아나가 키우던 딸이자 자신의 친딸이 돌연사했다는 소식을 듣고 야니스는 또 한 번 충격에 빠진다. 그리고 아나가 실은 또래 남자 3명에게서 강간당해 임신했던 것이라는 고백도 듣는다.
함께 세실리아를 키우며 서로에게 마음을 준 야니스와 아나는 연인 사이로 발전한다. 세실리아가 자기 친딸이라는 것도 모른 채 자신에게 무한정 사랑을 퍼붓는 아나를 보며 야니스는 가책을 느끼고, 결국 모든 사실을 털어놓는다. 아나는 그날 밤 짐을 싸 세실리아를 데리고 집을 떠난다.
영화 후반부에 접어들면 감독이 전하고자 하는 바는 점차 또렷해진다. 야니스는 증조모부터 조모, 어머니 그리고 자신까지 이어져 온 약속을 드디어 지키게 된다. 증조할아버지가 묻힌 곳을 발굴해 유해를 수습하게 된 것이다. 야니스는 아나를 비롯해 세실리아, 엘레나, 친척들, 다른 유족들과 함께 꽃을 들고 고인들을 추모하러 나선다.
등장인물들이 저마다 처한 상황이 다르고 관계도 거미줄처럼 얽혀 있지만, 숨길 수 없는 깊은 내상을 입었다는 점만은 같다. 야니스는 친딸을 잃은 슬픔을, 아나는 키우던 딸을 잃은 슬픔과 성폭행의 고통에 괴로워했다. 아나의 어머니 테레사는 결혼과 출산으로 꿈을 포기했고, 꿈을 찾아 나선 뒤에는 딸에게 소홀히 했다는 죄책감을 내내 느꼈다. 스페인 내전 유족들은 수십 년간 국가폭력의 악몽에 시달리며 가족의 시신 수습을 대대로 숙제로 남겨야 했다.
알모도바르 감독은 이 모든 상처를 치유하는 힘은 모성에서 나온다고 영화를 통해 말한다. 등장인물들이 굳건한 얼굴로 함께 걸어가는 장면에선 이 작품이 페미니즘 영화라는 사실을 분명히 한다. 그렇다고 해서 어머니의 크나큰 사랑과 은혜를 무조건 찬양하거나 모성애를 강요하는 영화라고 느껴지지는 않는다. 모성, 나아가 여자들의 사랑에 대한 정성 어린 예찬으로 다가온다. 뛰어난 각본과 연출, 배우들의 연기가 어우러진 덕이다.
지난해 제78회 베네치아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됐던 '패러렐 마더스'는 상영 직후 9분간의 기립박수를 끌어내며 관객과 평단의 호평을 받았다.
알모도바르 감독의 페르소나인 페넬로페 크루스는 커리어 사상 가장 뛰어난 연기를 선보이며 여우주연상 트로피를 가져갔다. 제94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같은 부문 후보에 올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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