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평등시대 이미지와 미술관의 역할은…히토 슈타이얼 개인전

Contribution / 김계연 / 2022-04-28 10: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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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 '데이터의 바다'
▲ 히토 슈타이얼 '소셜심'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히토 슈타이얼 '자유낙하'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히토 슈타이얼 '야성적 충동'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불평등시대 이미지와 미술관의 역할은…히토 슈타이얼 개인전

국립현대미술관 '데이터의 바다'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해상도가 위계를 결정짓는 이미지 계급사회에서 온라인을 떠도는 저화질 이미지는 어떤 가치를 지니는가. 흐릿할수록 현실에 가깝게 보이는 다큐멘터리는 과연 진실을 담고 있는가. 방위사업체의 후원을 받고 무급 인턴이 일하는 오늘날 미술관은 자본주의와 어떤 관계를 맺는가. 전시 관람은 혹시 또다른 노동이 아닌가.

독일 작가 히토 슈타이얼(56)은 미디어 아트 작업뿐 아니라 비평과 강연을 통해 현대사회와 미술제도를 둘러싼 수많은 질문을 던져왔다. 디지털 사회의 작동 방식과 이미지의 문법, 인간의 인식과 디지털 기술의 관계, 자본주의 사회에서 미술관의 역할과 위상에 대한 그의 사유는 종종 선동적이다. 영국 미술전문지 '아트리뷰'는 2017년 그를 세계 미술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사로 꼽았다.

오는 29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개막하는 '데이터의 바다'는 히토 슈타이얼의 작품세계와 예술철학을 일별하는 전시다. 다큐멘터리 형식의 초기 작품부터 자본시장에서 인간의 본성을 논하는 최근작까지 23점이 선보인다.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에서 처음 열리는 개인전이다. 그의 논문 제목에서 따온 '데이터의 바다'는 디지털 기반 데이터 사회에 대한 작가의 관점을 함축한다.

전시는 5부로 구성됐다. 1부 '데이터의 바다'는 데이터·인공지능·알고리즘·메타버스 등 디지털 사회에서 이미지 생산과 순환, 데이터 노동, 동시대 미술관의 상황을 다룬 작품들을 소개한다. 신작 '야성적 충동'은 시장을 통제불능 상태로 만드는 인간의 탐욕과 두려움에 대한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의 개념을 빌려, 비트코인과 대체불가토큰(NFT) 등 새롭게 등장한 야생적 자본주의 시장을 논의한다.

2부 '안 보여주기―디지털 시각성'은 데이터가 대량 수집되고 감시 카메라가 널린 디지털 세계에서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위계를 질문한다. 3부 '기술, 전쟁, 그리고 미술관'은 기술 유토피아에 의문을 제기하고 기술과 전쟁, 동시대 미술관을 새로운 시각으로 해석한다.

4부 '유동성 주식회사―글로벌 유동성'은 저해상도 이미지를 뜻하는 용어인 '빈곤한 이미지'(poor image)를 통해 전지구적 네트워크 시대 이미지의 가치를 재정의한다. 5부 '기록과 픽션'은 독일 통일 이후 인종차별과 반유대주의 등 문제를 다룬 초기 다큐멘터리 영상실험을 통해 기록과 픽션, 진실과 허구에 대한 관점의 출발을 짚는다.

작가는 29일 오후 2시 관객을 만나 작품을 직접 설명한다. 작가와 대화는 국립현대미술관 유튜브에서 생중계된다. 6∼7월에는 전문가 강연과 라운드 테이블 등 작품세계를 좀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된다. 작가의 초기 영상작품 7편은 다음달 27일부터 7월 17일까지 미술관 내 필름앤비디오에서 상영된다.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영상·미디어 장르에서 선구적인 작가로 평가받는 히토 슈타이얼의 기념비적인 전시"라며 "예술, 디지털 기술, 사회에 관한 흥미로운 논점을 제안해온 작가의 진면모를 마주하고 많은 담론이 이어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시는 9월 18일까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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