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밥상서 신뢰 쌓는 백성과 왕의 따뜻한 '교감'…"이상적 리더의 상 녹아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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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왕과 사는 남자' 속 한 장면 [쇼박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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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왕과 사는 남자' 촬영 현장 [쇼박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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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왕과 사는 남자' 속 한 장면 [쇼박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민중의 눈으로 본 단종에 800만…이시대 유효한 메시지 '울림'
유배지 찾고 역사 배우며 '단종 앓이'…권력에 맞서 의로운 길 택한 민초의 '성장'
시골밥상서 신뢰 쌓는 백성과 왕의 따뜻한 '교감'…"이상적 리더의 상 녹아들어"
(서울=연합뉴스) 정래원 기자 = 단종의 생애 마지막을 그린 영화 '왕과 사는 남자'가 극장가 불황에도 개봉 26일 만인 1일 관객 800만명을 돌파하는 신드롬을 일으켰다.
열두 살에 왕위에 올라 재위 3년 만에 숙부 수양대군(훗날 세조)에게 왕위를 빼앗기고, 강원도 영월의 유배지에서 17세 나이로 세상을 떠난 비운의 왕. '왕과 사는 남자'에서 서사의 핵심 축을 담당하는 조선 6대 왕 단종의 생애는 교과서나 역사책 등으로 잘 알려진 이야기다.
새로운 것 없는 비극적 역사의 단면이지만, 영화를 본 뒤 단종의 유배지인 강원도 영월 청령포와 무덤인 장릉을 찾거나, 춘원 이광수의 소설 '단종애사' 등을 읽으며 단종의 생애를 다시 들여다보는 이들이 줄을 잇는다.
1천만 고지를 향한 '단종 앓이'에는 영화의 흥행과 유해진, 박지훈 등 배우들의 열연이 첫손에 꼽히지만, 그 바탕에는 단종의 서사를 민중의 삶과 버무려내며 지금 시대에도 유효한 메시지를 전한다는 점이 꼽힌다.
◇ 민초의 시선으로 전개…"밥상에서 싹튼 왕과 백성의 신뢰"
기록상 단종은 1457년 6월 21일 유배지로 떠나 같은 해 10월 21일 사망했다. 장항준 감독은 이 4개월간 단종이 어떤 일상을 보냈을까 하는 궁금증을 영화적 상상력으로 채웠다.
영화에서 단종은 인생의 마지막 시기를 남녀노소를 아우른 광천골 마을 사람들과 교감하며 보낸다.
이를 통해 단종의 생애를 권력 집단이 아닌 민초의 시선으로 전개하며 지금의 우리 이야기로 끌어왔다.
광천골 사람들은 먹고 사는 문제와 자식 교육을 최우선으로 고민하는 평범한 이들이다. 시대적 배경만 다를 뿐 예나 지금이나 중요한 문제로, 관객은 이들에 이입해 사건을 따라가게 된다.
이익주 서울시립대 국사학과 교수는 "지금까지 세조와 단종, 한명회 등 인물들을 다룬 영화는 권력을 둘러싼 지배층 내부의 싸움이 중심이었다"며 "'왕과 사는 남자'는 백성의 눈으로 사건을 보고 있다는 점에서 특별하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아마 대부분의 관객은 자신이 조선시대에 태어났으면 소수 지배층보다는 일반 백성이었을 거라고 상상할 것"이라며 "쫓겨난 왕을 보면서 마을 사람들이 '딴 세상 사람이 아니네'라고 생각하게 되는 장면이 굉장히 따뜻하게 느껴지는 이유"라고 말했다.
특히 영화 초반 식음을 전폐하고 스러져가던 단종에게 마을 사람들이 정성스레 차린 시골 밥상이 생의 의지를 불어넣는 중요한 연료가 되는 점이 따뜻함을 전한다. 마을 사람들은 입맛이 없다며 자꾸 밥상을 물리는 단종에게 마치 명절날 손주에게 밥 먹이는 할머니처럼 끈질기게 수저를 건넨다.
윤성은 영화평론가는 "영화에서 여러 번 반복되는 식사에 관한 실랑이는 밥을 짓는 사람과 먹는 사람의 필수 불가결한 신뢰가 어떻게 생겨나는지 보여주기 위함"이라고 해석했다.
이어 "그들은 나중에 한 상에서 담소를 나누고 간식을 나눠 먹는 식구와 같은 관계가 된다"며 "신분 고하를 무론하고 싹튼 우정과 신뢰의 감정이 관객들에게 잘 전달되는 장면들이었다"고 설명했다.
◇ 권력에 맞선 민중·백성 지키려는 왕…"시대가 바라는 리더 상 녹아들어"
마을 사람들을 마주한 단종은 어디에 숨겨두었는지 모를 용맹스러움을 드러내 '외유내강'의 전형을 보여준다. 산에서 마주친 호랑이에 벌벌 떠는 마을 사람들을 등 뒤로 숨겨주며 호랑이에게 '네 상대는 나다'라고 소리치는 모습은 나락으로 떨어진 상황에도 백성을 지키려는 군주의 의지를 엿보게 한다.
단종이 백성을 아끼는 마음을 키워가고, 그와의 교감을 통해 촌부에서 의로운 길로 나아가는 엄흥도의 상호작용은 현대의 '이상적인 지도자상'을 떠올리게 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성수 대중문화평론가는 "백성들이 왕을 지켜주고, 또 왕이 백성들을 지켜주며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는 모습이 영화 속에서 가장 좋은 시절로 그려진다"며 "민주주의 시민들과 정치적 리더가 서로 좋은 영향을 주고 완성시키는 듯한 모습"이라고 짚었다.
이어 "세조와 한명회로 상징된 권력에 대한 욕망과 대비되는, 현재 시민들이 원하는 리더의 상이 단종 이야기에 잘 녹아들어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단종의 일거수일투족을 보고할 책무를 부여받은 엄흥도가 후반부에 이르러 한명회의 지시를 거스르고 단종을 지지하는 모습도 권력에 대항한 민중의 의로운 선택을 보여준다.
특히 '왕과 사는 남자' 속 한명회는 배우 유지태가 연기하며 기골이 장대하고 서슬 퍼런 모습이 극대화됐는데, 권력 다툼의 희생양인 단종이나 촌부인 엄흥도의 모습과 극적인 대비를 이뤘다.
장항준 감독은 앞선 언론 인터뷰에서 "단종이 엄흥도에게 영향을 받고 기대기도 하지만, 엄흥도는 단종에게서 진짜 용기나 어른으로서의 선택이 뭔지를 배운다"며 "정사와 야사를 이어 붙이고, 역사의 빈틈을 상상력으로 메꿔 단종과 엄흥도의 유기적인 관계를 만들어 나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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