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in제주] "더 높게 더 크게"…관광 일번지 제주 호텔史

Travel / 변지철 / 2021-11-14 09: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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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관광호텔부터 드림타워까지 호텔 고층화 경쟁
지역 특성·환경 대신 '높이'에 치중한 랜드마크
▲ 제주도심에 들어선 드림타워 [연합뉴스 자료사진]

▲ 1963년 제주도관광호텔 개장식 (제주=연합뉴스) 행정안전부 국가기록원이 공개한 1963년 제주도관광호텔 개장식 모습. [국가기록원 제공=연합뉴스]

▲ 제주칼호텔 (제주=연합뉴스) 매각 위기에 놓인 제주칼호텔 전경. 1974년 준공된 제주칼호텔은 40년 가까이 제주도의 랜드마크로써 지역주민과 신혼부부를 비롯한 관광객들의 사랑을 받았던 호텔이자 제주의 상징이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 제주 예래휴양형주거단지 조감도 (제주=연합뉴스) 총 2조 5천억원이 투자되는 제주도 서귀포시 예래휴양형 주거단지 조감도. <<지방기사 참고·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제공>> jphong@yna.co.kr끝)

▲ 복합리조트 드림타워 야경 [연합뉴스 자료사진]

▲ 공사 중단된 제주 예래휴양형주거단지 (서귀포=연합뉴스) 하늘에서 본 예래휴양형주거단지 공사 현장의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줌in제주] "더 높게 더 크게"…관광 일번지 제주 호텔史

제주관광호텔부터 드림타워까지 호텔 고층화 경쟁

지역 특성·환경 대신 '높이'에 치중한 랜드마크

(제주=연합뉴스) 변지철 기자 = 오랜 세월 제주의 최고층 랜드마크로서 명성을 누린 제주칼호텔이 매각 위기에 놓이며 관광업계가 뒤숭숭한 분위기다.

제주 관광을 견인한 상징적인 존재였지만 그사이 제주칼호텔을 능가하는 고층 호텔이 속속 등장하면서 제주는 많은 변화와 논란을 겪어야 했다.

제주를 찾은 관광객이 안락하게 머무는 공간인 호텔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제주의 첫 민영호텔에서부터 제주 드림타워 복합리조트에 이르기까지 제주 호텔을 둘러싼 논란과 방향성을 진단해본다.

◇ 제주칼호텔이 제주에 준 충격

지난 1963년 10월 13일 제주 최초의 민영호텔인 '제주관광호텔'(현 하니크라운호텔)이 문을 열었다.

총공사비 3천만원이 투입된 30실 규모의 작은 호텔이었지만, 제주 관광 역사에서 그 의미는 컸다.

당시 제주에는 초가집과 여관밖에 없어 관광객은 커녕 주요 귀빈이 오더라도 마땅히 숙박할 시설이 없었기 때문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62년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 시절 제주에 현대식 시설을 갖춘 호텔 건립 필요성이 제기됐고, 자수성가한 제주 출신 재일동포 김평진 재일제주개발협회장이 박 의장을 만난 자리에서 호텔 건립을 약속했다고 전해진다.

제주관광호텔 개관식은 화려하게 치러졌다.

행사에 2천600여명의 제주도민이 모여들었고, 서울에선 개관식 축하 사절로 교통부 장관을 비롯한 주요 인사들이 제주를 찾았다.

하지만 10년 뒤 제주 최초의 민영호텔은 바로 인근에 특1급 호텔이 들어서면서 그 상징성을 잃었다.

1974년 2월 18일 지하 2층, 지상 18층, 320객실 규모의 제주칼호텔이 문을 연 것이다.

건물 높이가 67m이고, 해발높이는 123.5m였다.

당시만 해도 한강 이남에 만들어진 최대 규모의 호텔이라는 명성을 얻었을 정도다.

제주칼호텔이 지역사회에 미친 충격은 엄청났다.

'신문으로 본 제주관광발전사'(문성민 저)는 '당시 4∼5층 건물도 흔치 않았는데 18층 높이의 호텔 건물이 완공되자 지역사회의 반응은 경이감이라기보다는 냉담함에 가까웠다. 즉, 제주도 관광개발의 발전을 상징하는 랜드마크로 받아들인 것이 아니라 한라산의 조망을 방해하는 일종의 천덕꾸러기로 받아들인 제주도민이 적지 않았다'고 평했다.

제주칼호텔이 완공될 당시만 하더라도 제주에 건물 높이에 대한 법적 규제가 없었다.

한라산 조망을 방해한다는 여론이 심해지자 부랴부랴 건물의 허용 고도를 제주칼호텔 높이에 맞추는 웃지 못할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미 지어진 제주칼호텔은 어쩔 수 없지만, 제주도는 건물 높이를 제주시 55m, 서귀포시 40m로 제한하는 지역별 건축물 고도제한 규정을 마련했다.

이 시기를 전후해 우리나라 대표 신혼여행지로 떠오른 제주를 찾는 관광객은 꾸준히 늘어났다.

아시안게임과 올림픽 등 굵직굵직한 국제행사가 연이어 우리나라에서 개최되는 등 각종 호재에 힘입어 도내 관광호텔 건립 붐이 일었다.

1980년대 제주그랜드호텔, 하얏트리젠시제주, 크라운프라자호텔 등 200실 이상 대규모 특1급 호텔이 건립됐다.

또 1990년대 이르러서는 제주신라호텔과 파라다이스호텔제주 등이 개관했고, 2000년에 롯데호텔제주가, 2003년에는 라마다프라자호텔이 개관하기에 이르렀다.

◇ 불붙은 초고층 호텔 경쟁

제주국제자유도시와 제주특별자치도가 출범하면서 본격적인 초고층 호텔 경쟁이 불붙었다.

2008년 10월 20일 말레이시아 버자야그룹과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가 합작 설립한 ㈜버자야제주리조트(BJR)가 서귀포시 예래휴양형주거단지에 240m 높이의 50층 호텔 건립계획을 발표한 것은 그 신호탄이 됐다.

이어 같은 해 11월 3일 신제주에 관광호텔 건립사업을 추진한 동화투자개발은 제주시 노형로터리 인접한 상업지역에 높이 218m, 56층 쌍둥이 빌딩 건립 계획을 제주도에 제출했다.

지역경제 활성화 목적으로 항공법 시행규칙이 개정되는 등 도내 건축물 고도제한이 풀렸기 때문이다.

제주시 지역에는 제주공항 활주로에 이착륙하는 항공기의 안전을 해치지 않도록 설정한 항공고도제한 범위인 구제주권 148m(사라봉 높이), 신제주권 296m(남조순오름 높이)까지 건축물을 신축할 수 있게 됐다.

초고층 호텔 계획이 발표되자 제주 지역사회는 양분됐다.

경제계 등에서는 초고층 빌딩 건축으로 국제자유도시를 지향하는 제주 지역경제가 활성화될 것이라 기대하는 반면, 환경단체 등은 제주 도시경관을 해치고 제주만이 갖는 특색을 없앤다고 반대했다.

이들 호텔 건축 계획은 특혜 논란과 소송 등 각종 논란에 휩싸였다.

논란이 이는 사이 2014년 2월 제주시 연동에 높이 89.95m, 지하 4층, 지상 22층 규모의 롯데시티호텔 제주가 들어서며 제주 최고층 빌딩으로 등극했다.

반면, 서귀포시와 제주시에 각각 추진됐던 초고층 호텔의 운명은 엇갈렸다.

제주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제1호 외국 자본 투자 유치사업으로 진행된 서귀포시 예래휴양형주거단지 계획은 법적 하자와 투자자 배상 문제 등으로 대법원까지 간 끝에 2015년 3월 물거품이 됐다.

하지만 동화투자개발은 애초 56층, 218m로 설계됐던 드림타워를 38층, 169m로 낮춰 2015년 8월 제주시로부터 건축허가를 받았다.

이어 5년여 뒤인 2020년 12월 18일 제주 드림타워 복합리조트가 제주 최고 높이, 최대 규모 건물 타이틀을 얻고 공식 개장했다.

과거 제주칼호텔이 완공됐을 때만큼의 충격은 아니지만, 드림타워를 향한 시선은 여전히 엇갈린다.

긍정과 부정을 떠나 제주를 찾은 관광객들이 편하고 즐겁게 머물다 갈 수 있는 호텔이 '랜드마크' 만들기에 치중한 나머지 외형에만 치중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남한 최고봉이자 제주의 가장 중요한 랜드마크인 '한라산'을 두고, 지역 특성과 환경을 고려하기 보다 지나치게 '높이'와 '개발'에 치중했다는 비판이다.

제주의 역사와 문화, 풍광을 토속적인 언어로 노래한 고(故) 문충성 시인이 남긴 시 '팔려버린 고향(故鄕)'은 제주의 난개발과 관광, 지역 주민과 관광객의 공생에 대한 과제를 후세에게 남겨 놓는다.

'이곳저곳 다 팔아먹었으니 / 고향은 어디쯤 있는 것이냐 / 관광 개발한다 몰려와 높은 호텔 짓고 / 큰 목장 만든다 법석들 피웠지만 / 땅만 사놓고 / 집도 짓지 않고 / 잡초들만 무성하게 키를 키우며 / 땅값 오르기만 기다리며 / 땅값 오르기만 부채질하며 / 사고 파고 사고 팔고 / 제주 섬은 돈 덩이가 되어가는구나 / 일년 삼백육십오일 / 비행기 타고 오거나 배를 타고 오거나 / 관광객들은 먹고 마시고 떠들고 노래 부르고 흔들어대고 / 관광 공해에 시달리느니 / 서서히 어쩌면 우리도 관광객이 되어가는 것이냐 / 동서남북 눈 비벼 살펴봐도 / 고향이 하나도 안 보인다 / 돈만 보이고 고향 사람들이 안 보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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