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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큐멘터리 '#위왓치유' [어쩌다필름·찬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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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큐멘터리 '#위왓치유' [어쩌다필름·찬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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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큐멘터리 '#위왓치유' [어쩌다필름·찬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디지털 성범죄 쫓은 10일간의 기록…실험 다큐 '#위왓치유'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기자 = 지난해 우리 사회를 분노하게 했던 'n번방' 사건은 하루아침에 하늘에서 뚝 떨어진 일이 아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이 활발해지고 온라인에서 소통이 가능해지면서 디지털 성범죄 위험은 지속해서 제기돼 왔고, 경악할만한 사건이 벌어졌지만, 여전히 근본적인 예방책을 찾지 못하고 있는 현재 진행형 문제다.
체코 다큐멘터리 '#위왓치유'는 디지털 성범죄를 찾아내고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실험을 감행한다. 12세로 설정한 온라인 페이크(거짓) 계정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20대 배우 세 명이 직접 경험한다. 이들은 경쾌한 화상 통화 연결음 뒤에 숨겨진 추악한 욕망을 고발한다.
촬영은 평범한 소녀의 방처럼 꾸며진 3개의 세트장에서 이뤄졌다. 페이스북, 스카이프 등 5개 사이트에 만들어진 페이크 계정은 개설과 동시에 메시지가 밀려들었다. 연락을 시도한 남성의 나이대는 2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했다.
배우들이 미성년자임을 밝혔음에도 연락한 남성들은 옷을 벗어보라고 끈질기게 요구하거나 자신의 성기를 카메라에 노출하는 행위를 일삼았다. 채팅창에 접속하기 무섭게 자위행위를 내비치는 경우도 빈번했고, 성관계 영상이나 사진 등을 메시지로 보내기도 했다.
배우들이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너무 예쁘다",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네가 도와주지 않아 아프다" 등의 말로 회유하고 압박했다. 나체 사진을 요구하는 이들도 있었다. 합성한 사진을 보내자 요구는 곧 협박으로 돌변했다. 나체 사진을 온라인에 게시하며, 부모님과 학교에 알리겠다며 다른 요구를 했다.
촬영 기간 열흘 동안 페이크 계정에 연락해 온 이들은 국적을 막론하고 2천458명에 달했다. 이들은 12세 소녀가 아직 성에 대한 가치관이 형성되지 않은 아동·청소년이란 점을 약점으로 삼아 이용했고, 자신들의 욕구를 분출하는 데 급급했다. 이 가운데 21명은 대면 만남으로까지 이어졌다.
'#위왓치유'는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논리적인 분석을 늘어놓기보다는 직관적인 충격을 가한다. 가해자가 메시지를 보내고, 주기적으로 채팅을 이어가고, 오프라인 만남에 이르러 성관계를 요구하기까지 일련의 과정을 추적하면서 12세 소녀가 맞닥뜨린 현실을 세심하게 들여다본다.
디지털 성범죄를 다룬 기존의 다큐멘터리가 그 심각성을 지적했다면 '#위왓치유'는 이를 체험하게 한다. 가해자들에게 실효성 있는 제약을 가하지 않는 온라인 사이트의 방치가 낳은 참상을 들춰내고, 아동·청소년이 위험에 노출되는 상황과 이들이 부모에게 도움을 요청하지 못하는 심리를 들여다본다.
다큐멘터리가 완성된 이후 체코 경찰은 촬영본을 기반으로 대대적인 수사를 시작했지만, 제작진은 처벌뿐만 아니라 예방책을 함께 고민해야 할 때라는 점을 분명히 강조한다. 또 소년 역시 피해자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다음 달 3일 개봉. 러닝타임 104분. 청소년 관람 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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