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처럼 휘몰아친 음악의 성찬…통영국제음악제 개막공연

Contribution / 임동근 / 2022-03-26 08:3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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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 레벨1' 아시아 초연…첼리스트 뫼르크 열정적 협연
에너지 넘친 연주에 관객들 뜨거운 박수로 화답
▲ 통영국제음악제 개막공연 장면 [통영국제음악재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통영국제음악제 개막공연 장면 [통영국제음악재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통영국제음악제 개막공연 장면 [통영국제음악재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폭풍처럼 휘몰아친 음악의 성찬…통영국제음악제 개막공연

'플레이: 레벨1' 아시아 초연…첼리스트 뫼르크 열정적 협연

에너지 넘친 연주에 관객들 뜨거운 박수로 화답

(통영=연합뉴스) 임동근 기자 = 지난 25일 저녁 통영국제음악당. 공연이 시작되자 심상치 않은 사건이 발생할 것처럼 음악이 질주한다. 이어 타악기는 강력하게, 관악기는 신비롭게, 현악기는 장엄하게 저마다의 소리로 대화를 주고받는다. 무대가 마치 악기들이 뛰어노는 놀이터 같다.

이날 통영국제음악제 개막공연에서 아시아 최초로 연주된 미국 현대음악 작곡가 앤드루 노먼의 관현악곡 '플레이: 레벨 1'(2013/2016)이다. '플레이'는 레벨 1부터 3까지 세 개 악장으로 이뤄졌는데, 이날 첫 번째 악장이 연주됐다.

핀란드 출신 지휘자 달리아 스타셉스카가 이끄는 통영페스티벌오케스트라는 악기 저마다의 신선하고 매력적인 소리로 귀를 즐겁게 했다. 타악기가 크게 소리를 울리면 관악기나 현악기는 웅성거리거나 빠르게 또는 느리게 연주하며 응답하는 식이다. 악기들은 애니메이션 속 톰과 제리처럼 쫓고 쫓기다 하나가 됐다. 손에 땀을 쥐고 음악을 듣게 하는 새로운 경험이었다.

이어진 곡은 작곡가 이고르 스트라빈스키(1882∼1971)의 걸작 '불새' 모음곡이었다. 원래 발레 '불새'를 위해 작곡한 곡으로, '불새'의 줄거리에는 슬라브 민담들이 담겨있다. 잡는 사람에게 축복이나 파멸을 가져다준다는 불새 이야기인 '이반 왕자와 불새와 회색 늑대', 물건에 영혼을 숨긴다는 '죽지 않는 코시체이' 이야기가 엮여 있다. 발레는 마법사 코시체이에게 붙잡힌 공주를 구출하는 내용이다.

이날 공연에선 신선하고 파격적인 화성과 리듬이 귀를 즐겁게 했다. 연주는 불새의 춤 변주로 시작해 공주님들의 호로보트 춤, 코시체이 왕의 사악한 춤, 자장가, 피날레로 이어졌다.

'플레이: 레벨 1'에서 서로 대화를 나눴던 악기들은 이번엔 한 편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듯했다. 연주는 더블베이스와 첼로가 합작한 의미심장한 도입부로 시작해 환상적인 분위기로 이어졌다. 부드럽고 서정적이던 무대에는 폭풍이 휘몰아치더니 슬픔이 감돌고 이내 평화가 찾아왔다. 마치 블록버스터 판타지 영화 한 편을 보는 듯했다.

드라마틱한 연주가 끝나고 이번엔 이전과 전혀 다른 분위기의 곡이 연주됐다. 첼로 협주곡 중 독보적으로 인기가 높은 드보르자크 첼로 협주곡 b단조다. 협주는 올해 통영국제음악제 레지던스 아티스트이자 세계 정상급 첼리스트인 노르웨이 출신의 트룰스 뫼르크가 맡았다.

운동선수를 연상시키는 거대한 체구의 그는 눈을 지그시 감고 연주를 한동안 듣다가 갑자기 큰 손으로 첼로의 현을 짚으며 연주를 시작했다. 집중력과 우아함을 특징으로 하는 그는 때론 섬세하고 부드럽게, 때론 강렬하게 연주하며 흡인력 강한 무대를 선사했다.

에너지 넘치는 공연이 끝나고 음악에 깊이 취했던 관객들은 지휘자와 오케스트라, 연주자에 박수갈채를 보냈다. 즐거움, 열정, 갈등, 슬픔, 평온함 등 온갖 다양한 감정을 느꼈을 관객들은 뜨거운 박수를 보내며 감동의 무대에 화답했다. 뫼르크는 다시 무대에 올라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 2번 중 사라방드로 감사를 표했다.

통영국제음악제는 다음 달 3일까지 이어진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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