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폭력 피해자·빈곤한 노인…사회서 내몰리는 사람들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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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훈 [문학동네 제공. 재배포 DB금지] |

김훈 "'개천의 용' 말하는 건 젊은이들에 대한 폭력이자 조롱"
16년 만에 소설집 '저만치 혼자서' 출간…"노인·청년 문제 서로 연결"
국가폭력 피해자·빈곤한 노인…사회서 내몰리는 사람들 이야기
(서울=연합뉴스) 안정훈 기자 = "동시대 사람들과 주변 사람들을 관찰하면서 이 소설들을 썼습니다."
소설가 김훈(74)은 16년 만에 낸 두 번째 소설집 '저만치 혼자서'(문학동네)에 수록된 작품들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3일 연합뉴스와 한 서면 인터뷰에서 "소설뿐 아니라 많은 에세이도 이 같은 관찰을 바탕으로 썼다"며 "앞으로도 이런 노력을 계속하려 한다"고 말했다.
'저만치 혼자서'는 '칼의 노래'와 '남한산성' 등 장편으로 널리 알려진 그가 2006년 '강산무진'에 이어 출간한 소설집이다. 2013년부터 9년간 문학동네 계간지에 발표한 6개 작품과 1개의 미발표작('48GOP')을 묶었다.
간첩으로 몰려 실형을 산 한 월남 어부, 노량진에서 방값을 아끼려고 동거하는 9급 공무원 시험 준비생, 전셋값이 올라 비닐하우스에서도 쫓겨날 예정인 노인 등 지금 우리가 사는 이곳에서 내몰리고 소외된 사람들을 담았다. 그는 작가의 말에서 "한 사람의 이웃으로 이 글을 썼다"고 했다.
수록작 '명태와 고래'는 이념 때문에 남한에서도 북한에서도 고초를 겪는 어부의 이야기다.
김 작가는 "이념이라는 미신이 빚어내는 국가 폭력의 문제"라며 "수많은 죽음과 고통과 희생을 치르고 나서야 겨우 이런 문제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인터넷 전성시대를 맞아서, 대중의 광기가 몰고 오는 언어와 이미지 폭력이 국가 폭력보다 더 무섭게 자리 잡아가고 있다"며 이념이 야기하는 폭력의 주체가 국가에서 대중으로 넘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소설집은 이념뿐 아니라 빈곤으로 사회에서 소외되는 노년과 청년의 누추한 삶도 여과 없이 묘사한다. '저녁 내기 장기'에서는 빈곤한 노인들을, '영자'에선 노량진의 공무원 시험 준비생들의 애환이 그대로 드러난다.
그는 "노인 문제, 청년 문제, 중년 문제는 서로 연결돼 있다"며 "한쪽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다른 한쪽의 문제를 소홀히 하면 이 문제는 해결할 길이 없다. 인간의 문제는 개별성의 문제인 동시에 전체성의 문제"라고 짚었다.
그는 청년들이 탈락을 무릅쓰고 공무원 시험에 점점 내몰리는 현상의 원인을 '먹고 살기 위해서'라고 했다.
김 작가는 "'개천의 용'을 말하는 것은 젊은이들에 대한 폭력이고 조롱"이라며 "개천의 용이 되라 하지 말고, 개천의 환경을 개선하고, 개천에 맑은 물을 끌어넣어야 한다"며 기성 사회가 구축한 진입장벽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소설 속에 묘사된 우리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김 작가는 새 정권의 최우선 과제로 불평등 격차 해소를 꼽았다. 그는 "민심은 고정돼 있지 않고, 매우 위태로운 것"이라며 "새 정권이 해야 할 일은 오직 불평등 격차를 완화하는 일이다. 민심은 이것을 지켜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코로나19 확산이 멈췄지만, 그 사태의 파괴력은 오랫동안 남아 있을 것"이라며 "코로나 사태로 생존의 터전을 잃은 사람들이 다시 삶의 조건들을 재건할 수 있을지가 한국사회의 큰 문제로 남아 있다. 이것은 보상금을 한 번 준다고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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